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천 번의 망치질과 못질을 하는 사람들

알림

천 번의 망치질과 못질을 하는 사람들

입력
2018.06.24 15:01
0 0
등산화 창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몰드. 천 번의 망치질과 못질이 있어야 수제화는 완성된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등산화 창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몰드. 천 번의 망치질과 못질이 있어야 수제화는 완성된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누군가의 편안한 발을 위해 천 번의 망치질과 못질을 하는 사람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수제화 장인들을 조명하는 전시 ‘세대를 넘어 – 수제화 장인’을 20일부터 기획전시실Ⅱ에서 연다. 수제화 제작도구, 산악인 허영호의 수제 등산화, 구두를 신은 고종황제의 사진, 구두 제작과 수선에 관한 광복 이후의 저서 ‘구두 만드는 법 고치는 법’ 등 유물과 기록, 사진, 동영상 등 약 131건 224점을 선보인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014년 을지로 수표교에서 4대에 걸쳐 83년간 운영되고 있는 송림수제화를 조사하고 관련 보고서를 발간한 적이 있다. 이번 전시는 당시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프롤로그 ‘땅과의 접촉’, 1부 ‘구두 갖바치’, 2부 ‘백 년의 가게’, 3부 ‘천 번의 손길’, 에필로그 ‘행복한 구두’로 나뉜다.

프롤로그 ‘땅과의 접촉’에서는 사람이 하늘과 땅의 접촉, 즉 만남의 매개체임을 주제로 한다. 하늘과 땅을 소통시키는 인간의 발. 그 발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하는 사물이 '신발'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프롤로그 영상을 통해 수제화가 갖는 의미를 전달한다.

1부 ‘구두 갖바치’에서는 조선시대 갖바치가 만들었던 징신(기름에 절인 생가죽으로 만든 신발)으로부터 국내 최초 양화점인 이규익 양화점 구두를 거쳐 고종황제가 신은 수제 가죽 구두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사진과 자료를 만날 수 있다.

수제화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목형.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수제화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목형.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2부 '백년의 가게'는 송림수제화를 주인공으로 했다. 구두라는 말은 구한말 신을 뜻하는 일본어 '구츠(くつ)’에서 유래했지만, 장인들의 천국이라는 일본에서도 요즘 이렇게 대를 잇는 제화공 가문을 찾기란 쉽지 않다. 전시 공간에는 1936년 개점한 송림수제화의 간판과 광고지, 고객 감사편지 등이 놓였다.

3부 ‘천 번의 손길’은 장인으로서 제화공을 돌아보는 공간이다. 전시는 손님을 맞고, 가죽을 재단하고, 바닥창을 뺀 가죽을 자르고 박음질하고, 갑피를 바닥창에 붙이고 밑창과 굽, 깔창 작업까지 하는 전 과정을 소개한다. 제작도구와 과정별 구두 형태, 목형(구두골), 완성 수제화 등을 전시했다.

산악인 허영호씨가 1995년 북극해를 횡단했을 때 신은 등산화.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산악인 허영호씨가 1995년 북극해를 횡단했을 때 신은 등산화.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에필로그 ‘행복한 신발’에서는 좋은 구두가 행복을 부른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수제화를 신어본 고객과 수제화 장인, 의사 등의 말을 통해 수제화의 미래를 제시했다. 첨단과학의 발달로 3D프린터와 풋 스캐너(foot scanner)가 목형(木型) 구두골을 빠르게 대체해 나갈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기술이 진보한다고 해도 정성스럽게 수제화를 제작하는 장인정신과 비교할 수는 없다. 수제화 장인은 세상의 하나뿐인 구두를 만들어 주는 장인으로서의 ‘슈피터(shoe fitter)’이며, 발의 건강을 고려하여 딱 맞는 신발을 만드는 치료사로서 '슈즈닥터(shoes doctor)'이기도 하다.

수제 가죽 구두를 신은 고종황제의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수제 가죽 구두를 신은 고종황제의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전시장에는 수제화 작업공방을 재현한 공간도 마련됐다. 매주 주말에는 송림수제화 장인이 직접 시연을 하고, 관람객과의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 전시는 10월 15일까지 열린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