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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에 들어설 새 병원은 장기이식수술 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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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에 들어설 새 병원은 장기이식수술 특화”

입력
2016.07.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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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철 이화여대의료원 의료원장 인터뷰]

이화여대의료원의 비상(飛上)이 시작됐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김승철 이화여대의료원 의료원장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대목동병원과 마곡지구 새 병원을 세계적 수준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화여대의료원 제공
이화여대의료원의 비상(飛上)이 시작됐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김승철 이화여대의료원 의료원장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대목동병원과 마곡지구 새 병원을 세계적 수준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화여대의료원 제공

둘만 모여도 의견을 모으기 어려운 이들이 의사들이다. 진료과목도 다르고 의사 자존심 때문에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런데 232명의 의사 마음을 모은 의료원장이 있다. 바로 김승철 이화여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이다.

혁명보다 개혁이 어렵다. 확 바꿔버리면 되는 혁명과 달리 개혁은 기존 인력과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성과를 내야 해서다. 게다가 조직이 방만하고 관행에 물들었다면 개혁은 요원하다. 이화여대의료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근 2년 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사태 등 대외 환경이 요동치면서 경영실적이 급격히 나빠졌다. 여기에 2018년 하반기까지 서울 마곡지구에 1,036병상 규모의 새 병원과 의대를 완공해야 한다. 의료원은 변화구가 아닌 직구로 산적한 현안을 정면 돌파할 인물이 필요했다. 지난해 8월 1일 김 의료원장은 불펜에서 몸도 풀지 못하고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2008년 이대동대문병원이 경영악화로 문 닫고 이대여성암병원과 이화융합의학연구원이 문을 열 때 중책을 맡았을 때보다 더 좋지 않았다.

“요술방망이 아닌 신뢰 구축해 흑자 전환”

“한번 보세요.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의료원장 취임 후 석 달 동안 김 의료원장은 1주일 내내 이른 아침과 점심에 40개에 이르는 임상 진료과와 클리닉을 찾아 교수들과 난상토론을 벌였다. 말에 그치지 않았다. 교수 개개인의 진료실적까지 공개해 저조한 실적을 내는 교수들을 당황케 했다.

하지만 모임이 지속되면서 ‘김승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라는 신뢰가 의료진 사이에 쌓였다. 지난해 9월 시작된 ‘토요일 진료’는 이렇게 이뤄졌다. 토요일에 진료뿐만 아니라 검사ㆍ수술도 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경영도 살아났다. 병상가동률이 98.6%로 최고를 기록했고, 입원과 외래수입도 10~15% 늘었다. 김 의료원장은 “경영실적을 늘리는 요술방망이는 없고, 의료원 발전에 힘을 모으자고 호소한 것에 직원과 교수가 화답한 결과”라고 겸손해했다.

“권역응급센터, 이대목동병원 경쟁력”

이대목동병원은 지난 1일 전국 최고 수준의 인력ㆍ시설ㆍ장비를 갖춘 권역응급센터를 열었다. 권역응급센터 개소로 서울 양천구 강서구 구로구 금천구 영등포구 동작구 관악구, 경기 광명시까지 응급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됐다. 24시간 응급의학 전문의가 상주하고 10개 주요 진료과 당직 수술팀을 갖춘 것도 ‘응급환자를 위한 골든 타임을 놓치면 안 된다’는 김 의료원장의 철학 때문이다.

권역응급센터가 자리잡아야 2년 후 들어설 마곡지구 새 병원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마곡 새 병원에서는 테러ㆍ재난ㆍ감염 등에 특화된 응급진료를 할 것”이라며 “새 병원이 잘 되려면 목동병원부터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곡지구 새 병원이 들어서면 동대문이대병원처럼 목동병원이 ‘팽’당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김 의료원장은 “목동은 목동대로, 마곡은 마곡대로 경쟁력 있는 병원으로 키워야 의료원 전체가 산다”고 말했다.

목동병원은 앞으로 여성, 어린이, 뇌 질환 등을 집중 치료하는 병원으로 거듭나게 된다. 김 의료원장은 “특수교육학과, 아동교육학과 등 본교 인력을 활용해 소아발달장애, 정신장애 등은 물론 이른둥이, 고위험 산모 등 소아와 출산에 관련된 모든 질환을 치료하는 병원으로 특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3인실 기준병실, 우리 말곤 할 병원 없다”

2018년 하반기 완공되는 마곡 새 병원은 그 동안 기준병실과 중환자실이 각각 3인실과 1인실로 구축된다는 것만 부각됐다. 물론 국내 최초로 기준 병실을 3인실로 운영하는 것은 의료계의 큰 사건이다. 김 의료원장도 “우리 병원 말고 기준 병실을 3인실로 운영하는 병원은 전무후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김 의료원장의 속내는 이랬다. 우선 새 병원은 장기이식 전문병원으로 특화할 생각이다. 최근 2년 반 동안 이대목동병원은 30건의 장기이식수술에 성공했다. 김 의료원장은 “간ㆍ콩팥뿐만 아니라 심장이식까지 목동병원에서 성공하면 새 병원에서 장기이식수술을 특화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국제적인 장기이식 전문병원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국제 진료도 활성화된다. 이대의료원은 국제진료센터와 프리미엄 건강증진센터를 열어 중국과 동남아시아 환자까지 유치할 계획이다. 여기에 심ㆍ뇌혈관질환 치료를 육성한다. 김 의료원장은 “뇌종양, 뇌졸중과 함께 심부전까지 특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단하는 자리는 외롭고 힘들다. 하루를 1년처럼 보내고 있는 김 의료원장도 인간적 속내를 살짝 드러냈다. 김 의료원장이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할 때 ‘저녁이 있는 삶’을 포기한 가장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나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이대로 시집 온 사람이다. 누구처럼 잘난 ‘백’없는 이 자리에 오게 된 것은 이대의료원과 인연을 맺은 25년간 거짓 없이 솔선수범했기 때문이다. 여대라는 이미지에서 벗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의료원을 만드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이대의료원이라는 거대한 선단을 이끄는 선장의 불퇴전의 각오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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