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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방에서 노란 리본을... 세월호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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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방에서 노란 리본을... 세월호 잊지 않을게”

입력
2017.04.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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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책 출간 봇물

창비, 생존학생ㆍ형제자매 이야기

전자책으로 20일까지 무료 배포

●전시ㆍ기획전도 다양

아이부터 96세 할머니까지 참여

304명의 기도하는 손 사진 촬영

●연극ㆍ영화ㆍ음악도…

4ㆍ16안산시민연대 ‘4월 연극제’

아들 기다리는 엄마 설화 무대로

금호미술관 윤동천 개인전의 노란 방. 세월호 추모 리본이 설치된 샛노란 방에 머무르며 참사를 되새긴다. 금호미술관 제공
금호미술관 윤동천 개인전의 노란 방. 세월호 추모 리본이 설치된 샛노란 방에 머무르며 참사를 되새긴다. 금호미술관 제공

16일 4ㆍ16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앞둔 문화계가 추모 열기로 뜨겁다. 세월호 참사 자체의 무게감도 무게감이지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기폭제가 됐던 사안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문화예술계의 추모 분위기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출판사 창비는 3주기를 맞아 ‘다시 봄이 올거예요 – 세월호 생존학생과 형제자매 이야기’를 전자책으로 20일까지 무료배포하고 있다. 이 책은 생존한 단원고 학생 11명, 어린 나이에 형제자매를 잃어버린 유가족 15명의 기록을 묶어 지난해 발간됐다. 전작인 ‘금요일엔 돌아오렴’이 희생자들의 아빠와 엄마들 얘기라면, 이 책은 아빠 엄마의 아이들인 10~20대의 얘기에 집중한 셈이다. 창비는 지난 1월 세월호 참사 1,000일을 맞아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일주일간 전자책으로 무료배포한 바 있다. 당시 4만부가 나갔다. 이 책들의 모든 수익은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에 기부된다.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홍역을 치렀던 출판계도 3주기를 맞아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록물들을 쏟아내고 있다.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홍역을 치렀던 출판계도 3주기를 맞아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록물들을 쏟아내고 있다.

도서출판 해토가 내놓은 ‘잊지 않을 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는 거꾸로 접근했다. 이제껏 나온 책들이 다른 사람들이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찾아 그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기록하는 방식이었다면, 이 책은 ‘4ㆍ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가 나서서 그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고마우신 보통사람들’을 기록한 책이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던 평범한 직장인이었지만 세월호 참사 뒤 낮엔 회사원 밤엔 화가로 일하면서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초상을 모두 그려준 최강현씨, 논술강사를 하다 진도 팽목항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자원봉사자 중의 자원봉사자’로 살았던 국슬기씨, 유가족을 위로하는 노래를 지어 부르면서 봉사활동에 적극 참가해 유가족들에게 ‘딸’이라 불리는 장한나씨, 대구에서 자발적으로 홀로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이명희씨 부부 등이다. ‘세월호 변호사’였던 박주민 의원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어떻게 그리 싸울 생각을 다 했느냐는 질문에 이들이 입 모아 하는 대답은 이렇다. “당사자들이 기약 없는 싸움을 하는데 ‘내가 언제까지 해볼 게’라는 건 의미가 없다”고 믿었기에 “단순하게 재지 않고” “머릿수 채우는 거 박수치는 거”라도 했을 뿐이다.

이재열(사회학), 강원택(정치학) 등 서울대 교수들이 ‘재난의 정치학’ 차원에서 접근한 ‘세월호가 묻고 사회과학이 답하다’(오름), 4ㆍ16 세월호 참사 작가기록단이 화성씨랜드 화재참사, 태안해병대캠프참사 등 역대 재난을 다룬 ‘재난을 묻다’(서해문집)는 세월호 참사를 보는 눈을 넓고 깊게 해준다.

조소희 작가의 프로젝트 '봉선화 기도 304' 연작 중 하나. 조 작가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한 기도를 부탁했고, 그 기도하는 손을 사진으로 남겼다. 304는 세월호 희생자 수를, 봉선화 물은 그들의 안식과 평화를 위한 간절한 기도를 상징한다. 컬처북스 제공
조소희 작가의 프로젝트 '봉선화 기도 304' 연작 중 하나. 조 작가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한 기도를 부탁했고, 그 기도하는 손을 사진으로 남겼다. 304는 세월호 희생자 수를, 봉선화 물은 그들의 안식과 평화를 위한 간절한 기도를 상징한다. 컬처북스 제공

조소희 작가는 ‘봉선화 기도’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프로젝트 참가자들의 손가락에다 봉선화 물을 들인 뒤 기도를 위해 손을 꼭 맞잡도록 하고 사진으로 찍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304명이다. 봉선화가 봄날의 간절한 소망을 상징하는 의미에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가 304명이란 사실을 반영했다. 5~6살 된 아이에서부터 96살 되는 할머니까지, 모두가 당연하게 참여해줬고 정성껏 기도해줬다. 조 작가는 “손을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보는 것은 처음”이라면서 “붉은색이 주는 강렬한 이미지를 통해 우리가 느끼는 아픔과 분노 그리고 염원을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금호미술관에서 다음달 14일까지 개인전 ‘일상_의’를 여는 윤동천 작가도 독특한 작품을 내놨다. 세월호 추모 리본, 촛불시위 장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이정미 헌법재판관이 머리에 꽂고 나와 화제가 됐던 ‘헤어롤’ 등을 소재로 작품을 내놨다. 특히 세월호의 추모 리본은 말방울 소리가 낮게 울리는 노란방에다 따로 배치해뒀다. 갑자기 피어 오른 노란 개나리를 보고 마침내 봄이 다가왔음을 깨닫듯, 샛노란 노란 방에서 노란 리본을 만났을 때 우리가 무엇을 떠올려야 할 지 되묻는 듯 하다.

극단 종이로만든배는 16일까지 ‘내 아이에게’를 성북마을극장에 올린다. 세월호 미수습자 어머니가 아이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빌은 이 작품은 세월호 참사 당시 뉴스보도 등까지 섞어 넣은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화제를 모았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문제를 다루는 연극 '내 아이에게'의 한 장면. 서울연극협회 제공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문제를 다루는 연극 '내 아이에게'의 한 장면. 서울연극협회 제공

예술공동체단디는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극장 혜화당에서 ‘볕드는 집’을 올린다. 죽은 줄 알았던 아이 준우가 살아 돌아오면서 평화로운 마을의 이면에 숨겨진 비밀을 들춰낸다는 줄거리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박근화 대표는 “새로운 출발점에 서서 피해자들을 잘 떠나 보내기 위해, 그리고 우리 모두가 잘 살아가기 위한 얘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4ㆍ16안산시민연대와 안산문화재단이 함께 하는 ‘4월 연극제’는 ‘코스프레 파파’ ‘꽃신’에 이어 18~19일 ‘별망엄마’를 선보인다. 바다에 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엄마에 대한 안산 지역 설화를 바탕으로 극을 꾸몄다.

서울 관수동의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는 19일까지 세월호 추모기획전 ‘세월호, 다시봄’을 진행한다. 국가의 무책임함을 묻는 ‘나쁜 나라’, 세월호 아빠 4인의 삶을 보여주는 ‘업사이드 다운’ 등의 영화를 상영한다. 국악 전문음반사 악당이반은 추모음반 ‘미안-未安’을 내놨다. 2장의 CD 가운데 한 장에는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노래한 창작곡 ‘안녕 내 친구야’ ‘소풍’ ‘밤하늘 별빛들’ ‘팽목항의 봄’ 등이 실렸다. 이 노래들은 ‘오대오’(www.odaeo.com)를 통해 무료 배포된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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