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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박한 정세 시국... '역사 예능'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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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박한 정세 시국... '역사 예능'이 뜬다

입력
2017.03.3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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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사심충만 오!쾌남’(‘오쾌남’)은 연예인 5명이 우리나라 역사가 깃든 장소로 여행을 떠나 조상들의 지혜를 배우는 새 예능프로그램이다. 채널A 제공
채널A ‘사심충만 오!쾌남’(‘오쾌남’)은 연예인 5명이 우리나라 역사가 깃든 장소로 여행을 떠나 조상들의 지혜를 배우는 새 예능프로그램이다. 채널A 제공

역사가 예능프로그램에 스며들고 있다. MBC ‘무한도전-역사 프로젝트’, tvN ‘어쩌다 어른-역사특강’ 등 일회성 코너로 역사 이야기를 다루던 형식에서 나아가 역사를 주제로 한 예능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버라이어티, 여행 등 ‘놀이 문화’에 집중했던 예능프로그램이 현대인의 지식 충족 욕구에 맞춰 배움의 의미까지 얻을 수 있는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1일 첫 전파를 타는 채널A ‘사심충만 오!쾌남’(‘오쾌남’)은 다섯 명의 방송인들이 역사 유적지로 여행을 떠나 여러 가지를 체험하며 선조의 지혜와 교훈을 배우는 역사 여행 예능이다. 28일 ‘오쾌남’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방송인 김성주는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와 역사 속 상황이 비슷하다”며 “(프로그램을 보며) 반복되는 역사에 대한 놀라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6일 첫 방송한 KBS1 ‘천상의 컬렉션’은 우리 역사의 한 장면을 장식한 문화재를 소개하는 ‘문화재 배틀쇼’다. 전문가 없이 연예인 진행자 6명이 문화재를 소개하고 현장 평가단 100명의 투표를 통해 ‘최고의 보물’을 뽑는다.

‘오쾌남’과 ‘천상의 컬렉션’은 최근 달라진 예능 트렌드를 대변한다. 예능 키워드가 힐링과 쿡방, 쿡방에서 역사로 바뀌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오쾌남’의 박세진 PD는 “예전에는 놀고먹는 예능이 사랑 받았지만, 요즘 시청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생산적인 무언가를 하고 싶어한다”며 “앞서 MBC ‘무한도전’ KBS2 ‘1박2일’ 등이 역사 특집을 꾸미면서 역사 장르에 대한 부담이 줄기도 했다”고 말했다.

‘역사 예능’의 대두는 양질의 지식을 선별해 습득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현대인의 욕구가 반영된 현상이기도 하다. 시청자는 과거의 일을 현재에 빗대 자기계발의 계기로 삼거나, 역사가 될 오늘의 시국에 대해 고민하기도 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국민의 지식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배우고 싶은 욕구는 강해지는데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물리적 통로가 거의 없다”며 “삶의 헛헛함을 느끼고 있는 대중이 정보를 습득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온라인 상에 정보가 범람하면서 가짜 정보도 쏟아진다”며 “의미 있고 정확한 정보를 선별하려는 움직임이 ‘역사 예능’의 등장을 촉진시킨 듯하다”고 말했다.

탄핵 정국과 한한령, 일본 교과서의 독도 왜곡, 북한 6차 핵실험 징후 등 급박하고도 답답한 정세를 체감하면서 역사의 가치와 의미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하는 김구라는 25일 역사 작가 심용환을 초대해 ‘민주주의’를 주제로 방송을 하기도 했다. 이날 심용환은 이승만 전 대통령 시절의 비선 실세, 탄핵 사건 등을 설명하며 현 시국과 평행이론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비선실세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이 실시간으로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일어난 나라 안팎의 정세가 심난하고 그만큼 정치, 역사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늘었다”며 “방송은 역사를 활용해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않으면서도 시국을 다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전문가인 연예인이 역사 관련 정보를 전달하면서 잘못된 내용을 제공할 우려도 있다. 이미 예능프로그램에서 사실과 다른 역사 정보를 담아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전례가 있다. 지난해 tvN ‘어쩌다 어른’에서 유명 수능 강사 최진기는 한 대학 교수의 그림을 화가 장승업의 ‘군마도’로 소개해 구설에 올랐다.

연예인 5명이 끌어가는 ‘오쾌남’도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하고 있다. ‘오쾌남’은 스타 강사 이다지의 도움을 받으나 여행을 떠나는 연예인들이 주로 방송을 끌어간다. 박세진 PD는 “예능적 요소를 살리려다 보니 정보에 깊숙이 들어가는 것보다 큰 윤곽을 그리려고 한다”며 “검수 과정을 여러 차례 거치고 출연자들끼리 웃기려고 역사를 과장하거나 왜곡하는 발언은 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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