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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규정 없는 ‘선행학습 광고 금지법’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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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규정 없는 ‘선행학습 광고 금지법’ 3년

입력
2017.05.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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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언적 내용이라며 제재 빠져

교육청 점검 땐 학원광고 내렸다

끝나자마자 슬그머니 다시 올려

심상정 外 대선후보들 대안 없어

중학교 1학년생 대상 선행학습 유발 광고. 학원 홈페이지 캡처.
중학교 1학년생 대상 선행학습 유발 광고. 학원 홈페이지 캡처.

서울 강남구의 M학원은 최근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의대ㆍ서울대 공대’반을 구성해 고등학교 과정인 ‘수학 10단계’를 가르친다는 광고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초ㆍ중ㆍ고등학생을 상대로 수학과 과학 등을 가르치는 이 학원은 학년 구분을 없앤 미적분 강의와 고등학교 과학 강의도 광고하고 있다. 지난 3월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선행학습 유발 광고 학원으로 이 학원을 지목했지만 광고가 삭제되지는 않았다.

인근의 H수학학원은 7월 말 개강하는 여름방학 특강 프로그램으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중학교 3학년 1학기 교과 과정을 마련했다. 이 학원이 배포한 전단에는 3주간의 특강 일정과 다른 선행학습 시간표가 빼곡히 채워져 있다. 

선행학습 유발 광고에 대한 교육청의 점검에도 학원들의 광고 게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학원, 교습소의 선행학습 유발 광고를 금지하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학습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이를 위반한다고 하더라도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4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각 교육지원청은 지난달 교육부와 한국인터넷광고재단이 적발한 서울지역 ‘불안마케팅’ 학원 88개와 사교육걱정이 조사한 선행학습 유발광고 학원 86개에 대한 정밀점검을 진행했다. 이 중에는 지난해 8월 서울시가 특별단속을 통해 적발한 20개 학원 중 일부도 포함됐다.

문제는 교육청이 특별점검에 나서도 선행학습을 광고했다는 자체로는 적발 학원들에 대해 별도의 행정 처분을 내릴 수 없다는 점이다. 특별법의 8조 4항은 ‘학원, 교습소 또는 개인과외 교습자는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 또는 선전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돼 있지만 단속의 실효성이 없다. 2014년 법 제정 당시 선행학습 유발 광고 금지는 ‘선언적 내용’이라며 처벌 규정이 빠졌기 때문이다. 선행학습 자체가 불법은 아니기 때문에, 교육청은 교습비를 게시하지 않거나 무자격 강사를 채용하는 등 학원 관련 규칙에 명시된 다른 분야의 위반사항을 따져서 우회적 압박을 가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른 벌점이 누적된다고 해도 학원은 일정 기간 교습이 정지되거나 등록이 말소되는 정도의 제재만 받는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의 행정 지도가 진행되면 학원들도 광고를 내리지만 제재 조항이 없다 보니 나중에 다시 게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선행학습 광고로 적발된 학원을 중심으로 다른 위법사항이 없는지를 점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요 대선 후보들도 선행학습 유발 광고 제재에 대한 공약은 내놓지 않고 있다. 사교육걱정은 5명의 대선후보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학원 선행학습 규제 자체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문재인 후보는 선행학습 범위를 1년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 정도를 공약으로 내놓았다.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 후보는 현장지도 강화 방안 검토, 공교육 신뢰 회복 등 원론적인 정책만 내놓았다. 심상정 후보가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면 행정적 조치와 처벌을 가하겠다고 밝혔다.

사교육걱정 관계자는 “사교육의 선행학습 광고를 막을 수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대선 후보들에게도 이를 포함한 선행학습 규제를 공약에 포함할 것을 제안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세인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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