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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포르쉐 바이러스의 정점 ‘포르쉐 911 카레라 4 G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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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포르쉐 바이러스의 정점 ‘포르쉐 911 카레라 4 GTS’

입력
2018.04.18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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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911 카레라 4 GTS는 911의 정점으로서 '포르쉐 바이러스'를 완벽히 구현했다.
포르쉐 911 카레라 4 GTS는 911의 정점으로서 '포르쉐 바이러스'를 완벽히 구현했다.

포르쉐 바이러스의 아이콘이자 시작, 그리고 끝이라 할 수 있는 911의 최상위 모델 중 하나인 ‘911 카레라 4 GTS’의 시승에 나섰다. 클러스터의 레드존처럼 빨갛게 타오른 차체와 공기역학을 고려한 차체 그리고 포르쉐의 아이덴티티가 돋보이는 독특한 헤드라이트를 품은 이 존재는 폭력적인 주행 성능을 최고의 무기로 삼았다.

그렇게 911 카레라 4 GTS의 시트에 몸을 맡겼다.

노골적인 드라이빙 머신, 911 카레라 4 GTS

새빨간 도어를 열고 실내를 살펴보면 모노톤의 공간이 이목을 끈다. 포르쉐 고유의 디자인이 담긴 대시보드는 카본 파이버와 알칸타라로 채워졌고, 2+2 구성의 시트 역시 붉은 스티치와 알칸타라를 적용하여 고출력 존재의 아이덴티티를 과시했다. 시트에 앉아 정면을 바라보았다. 다섯 개의 클러스터 중 정 중앙에 있는 붉은색 클러스터는 왜 시동을 걸지 않느냐고 시비를 거는 모양새였다.

스티어링 휠 왼쪽에 자리한 키홀에 포르쉐 형태의 키를 꽂고 시동을 걸자 노골적으로 ‘폭력성’을 드러내는 사운드가 등 뒤에서 전해진다. 그렇게 911 카레라 4 GTS는 달릴 준비를 마쳤다며 자잘한 진동으로 기자의 등을 떠밀기 시작했다.

450마력을 내는 절대적인 존재

포르쉐 911 카레라 4 GTS의 후면에는 최고 출력 450마력과 56.1kg.m의 토크를 내는 6기통 수평대향 2,981cc 터보 엔진을 얹었다. 여느 고성능 차량들과 비교하더라도 배기량이 다소 부족해 보이지만 출력은 충분히 끌어 올린 만큼 아무런 문제 혹은 단점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에 7개의 기어 비를 조율한 7단 PDK를 탑재하고 네 바퀴에 출력을 전하며 강력한 주행 성능을 완성했다. 실제 포르쉐 911 카레라 4 GTS는 정지 상태에서 단 3.6초 만에 시속 100km를 주파하고 8.1초 만에 160km/h까지 가속하는 강렬함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포르쉐 911 카레라 4 GTS를 규정할 수 없다.

전통적이지만 혁신을 이어가는 존재

포르쉐의 디자인은 전통적이다.

타 브랜드들이 매 세대 파격적인 변화를 과시하고 있는 가운데 포르쉐는 911의 디자인을 시작부터 지금까지 참으로 한결 같이 유지하고 있다. 물론 시대에 따라 체격이 변하는 일이 잦았지만 그 비례에 있어서는 큰 차이 없이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참고로 현재의 911 카레라 4 GTS는 4,528mm의 전장과 1,852mm의 전폭 그리고 1,284mm의 낮은 전고로 무장했다.

한편 포르쉐의 디자인에 있어서 참으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면 역시 헤드라이트 디자인이다. 시대를 가로지르며 원형의 헤드라이트는 귀여움과 포르쉐의 강렬함을 완성하는 요소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물론 이 헤드라이트는 시대에 따라 빠르고 또 대대적으로 변했는데 지금의 헤드라이트는 고성능 레이스카의 아이덴티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이목을 끈다.

폭발적인 존재의 위용

각설하고, 기어 레버를 당기고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았다. 네 바퀴는 과감한 출력을 모두 아스팔트 위에 쏟아버리기 시작했고 굉음이 실내 공간을 채웠다. 폭발적인 가속의 원동력은 앞서 말한 우수한 토크들이 넉넉한 토크 밴드에서 발생되는 특성의 결과다. 그 가속을 느끼며 기자는 스티어링 휠을 쥐고 있는 두 손에 힘을 줄 수 밖에 없었다.

정말 말 그대로 간담이 서늘한 수준이다.

한번 움직이기 시작한 911 카레라 4 GTS는 맹렬한 출력을 연이어 뿜어낸다.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밟는 대로 RPM을 가리키는 바늘이 기민하고 경쾌하게 움직이고 PDK가 빠른 변속 속도를 과시하여 ‘고속’의 영역을 지나 ‘초고속’의 영역으로 기자를 내동댕이 쳐버린다. 참고로 450마력을 내는 엔진의 출력을 받아내면서 빠른 변속을 과시하는 포르쉐 PDK는 ‘변속 충격’을 최소로 억제하며 ‘기술의 우위’를 과시하는 모습이다.

어쨌든 강력한 엔진, 기민한 변속기와 넉넉한 기어 비 등의 무기는 911 카레라 4 GTS의 매력적인 주행 구간을 저속, 중속 그리고 고속에 이르기까지 ‘전 속도 영역’으로 확대하며 완벽한 스포츠카의 표본을 완성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가변 배기 시스템을 활성화했을 때 청각적인 매력까지 충족시키는 그 모습은 ‘왜 포르쉐가 포르쉐인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정속함 역시 소화할 수 있는 존재

하지만 포르쉐 911 카레라 4 GTS는 ‘편향’을 무기로 내세우지 않는다. 실제 포르쉐 911 카레라 GTS의 시트에 앉아 정속 주행을 이어가면 기대 이상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하체의 반응이 그리 너그러운 편은 아니지만 낮은 RPM을 유지할 때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이전의 폭력적인 반응을 대폭 줄이는 모습이다.

고성능 엔진이 계속 공명음을 내며 ‘질주 본능’을 자극하는 상황에서 알칸타라로 제작된 스포츠 시트는 예상 외의 만족스러운 착좌감을 제시해 더욱 만족감을 높인다. 다만 시트의 조절 기능이 다소 제한적인 점은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이며 또 2+2 시트 구성이라고는 하지만 2열 시트의 만족감은 ‘협소함’으로 대표되는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맹렬한 드라이빙을 완성하는 포르쉐의 움직임

자세를 바로 잡고 다시 엑셀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았다. 스티어링 휠을 조금만 조작해도 그에 빠르고, 직관적으로 반응하며 차체를 옮기는 모습이다. 특히 스티어링 휠을 통해 느껴지는 손 맛이나 노면에서의 움직임이 솔직하고 또 매끄럽게 전달하는 부분까지도 무척 만족스럽다. 그 만족감 속에서 포르쉐의 움직임이 곧바로 시작된다.

전륜의 움직임에 따라 911 카레라 4 GTS의 프론트가 마치 진공 속에 빨려 들어가는 듯 움직이고 일체감이 돋보이는 차체 덕에 후륜 역시 전륜과 차량 전방의 움직임을 빠르게 따르며 운전자의 의도를 완벽하게 이행하는 모습이다. 그 움직임은 감히 완벽하다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며 그 순간 노면의 불규칙함을 마주하더라도 차량의 움직임에 조금이라도 손실 없이 구현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자랑한다.

맥퍼슨 스트럿, 멀티 링크 구조의 서스펜션을 전륜과 후륜에 탑재한 만큼 첨단의 스포츠카들이나 스포츠 세단처럼 상황에 따라 부드러움과 견고함을 오가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퍼포먼스라는 명확한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 온 힘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센터터널의 버튼을 눌러 ‘스포츠 서스펜션’ 모드를 활성화시키면 레이스카를 무색하게 만들며 코너를 파고든다.

강렬한 출력, 견고한 차체, 민첩하고 직관적인 스티어링 시스템, 레이스카 수준의 완벽한 하체 셋업을 갖췄으며 출력을 능숙하게 조율하는 브레이크 시스템까지 더해진 포르쉐 911 카레라 4 GTS의 드라이빙은 말 그대로 ‘완벽한 수준’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여겨졌다.

시대의 변화 그 속의 911

최근 포르쉐를 만나면 머리 속으로 느껴지는 게 바로 ‘상업적인 브랜드가 되었다’는 점이다.

브랜드는 돈을 벌어야 하고 ‘잘 팔리는 차량’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변치 않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변해가는 브랜드들은 어쩌면 그 본연의 매력을 잃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포르쉐의 카이엔이 그랬으며 파나메라 역시 그렇게 ‘평범한 존재’로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포르쉐 911 카레라 4 GTS는 포르쉐가 갖춰야 할 본연의 자세가 무엇인지 명확히 드러내며 그 매력을 그 어느 때의 포르쉐보다 더 편하면서도 쉽게, 그리고 더 오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911는 포르쉐의 아이콘이고 아마 브랜드가 더 대중적이고 보편적으로 그리고 상업적으로 변하더라도 여전히 911은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바이러스는 빠르게 변화하는 것이 특징이라 하는데 포르쉐 바이러스만큼은 그러지 않길 바란다. 부디 그런 변화 속에서도 지금까지 이어오던 ‘바이러스’ 본연의 매력을 잃지 않길 바란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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