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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폭의 그림같은…높은 섬 비양도 걸어서 한 바퀴

입력
2017.04.2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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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양도는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은 섬이다. 에메랄드 빛 투명한 협재해변 건너편에 봉긋하게 솟은 작은 섬은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다. 비양도에 가는 배는 제주시 한림항에서 출발한다. 정원 50인승 작은 배로 15분 정도 걸린다.

비양도 꼭대기의 하얀 등대. 망망대해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제주=최흥수기자
비양도 꼭대기의 하얀 등대. 망망대해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제주=최흥수기자

비양도 여객선 정면에는 ‘천년의 섬’이라는 글귀가 선명하다. 단순히 오래됐다는 수식이 아니라 구체적인 수치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섬의 생성 시기가 기록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비양도 선착장에 도착하면 섬의 탄생에 관한 안내표지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고려 목종 5년(1002) 6월 제주 해역 한가운데서 산이 솟아 나왔는데, 산꼭대기에서 4개의 구멍이 뚫리고 닷새 동안 붉은 물이 흘러나온 뒤 그 물이 엉키어 기와가 되었다”고 기록했다는 내용이다. 정확히 1015년 전이니 지구의 역사로 보면 아주 최근인 셈이다.

여객선에서 본 비양도 모습.
여객선에서 본 비양도 모습.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을 연상시킨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을 연상시킨다.

본섬에서 멀어지는 만큼 비양도는 높아진다. 해발 114m 봉우리가 가파르게 바다로 떨어져 평지는 넓지 않다. 물 위에 모자를 던져 놓은 것 같기도 한데, ‘어린왕자’를 읽은 이라면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을 떠올릴 게 분명하다. 비양도는 가파도보다 작은 섬이다. 선착장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한 바퀴 돌면 3.5km이고, 비양봉 정상까지 왕복해도 1km 안짝이다. 발길 닿는 대로 2시간 정도면 섬에 난 길은 모두 걷게 된다. 관광객도 많지 않아 선착장이 위치한 마을만 벗어나면 섬 전체가 내 것인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특히 마을 뒤편 해안도로에서는 시커먼 바위섬 뒤로 드넓게 바다만 펼쳐진다. 짧은 순간 제주도는 까맣게 잊고 망망대해의 섬에 갇힌 듯한 고립감과 묘한 해방감이 동시에 밀려든다.

비양도 마을 앞 ‘봄날’ 구조물.
비양도 마을 앞 ‘봄날’ 구조물.
비양도 뒤편 코끼리바위.
비양도 뒤편 코끼리바위.
비양도 뒤편 ‘아기 업은 돌’. 속이 텅 빈 기둥이다.
비양도 뒤편 ‘아기 업은 돌’. 속이 텅 빈 기둥이다.
많이 닳지 않아 결이 살아 있는 다양한 현무암을 볼 수 있다.
많이 닳지 않아 결이 살아 있는 다양한 현무암을 볼 수 있다.
비양도 뒤편의 바위 섬.
비양도 뒤편의 바위 섬.

최근에 화산폭발이 일어난 섬답게 비양도에는 본섬에서 보기 힘든 화산탄과 기암괴석을 관찰할 수 있다. 섬 뒤편 ‘코끼리 바위’ 주변 현무암은 투박하고도 결이 선명하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불덩이와 바다가 치열하게 부딪힌 흔적이 생생하게 보인다. 모양대로 정직하게 이름 붙인 ‘아기 업은 돌’은 굴뚝처럼 솟았는데 속이 텅 비어 있다. 이런 용암 구조물을 호니토(Hornito)라 하는데, 섬 전체에 분포하는 40여 개 중 유일하게 이것만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이왕 비양도에 왔으면 섬의 꼭대기까지 올라봐야 후회가 없다. 가파른 계단이 만만치 않지만 정상에선 또 다른 이국적인 정취가 펼쳐진다. 하얀 등대가 지키는 언덕으로 오르는 길 좌우는 연분홍 무꽃이 화사하고, 등대 주변은 파란 초지로 덮여있다. 날이 흐려 한라산은 볼 수 없었지만, 협재해변까지 펼쳐지는 바다도 시원하다. 풍경만큼은 제주의 딸림 섬이 아니라 제주를 품은 섬이다.

비양도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무꽃이 화사하다.
비양도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무꽃이 화사하다.
정상에 서면 도리어 제주도를 품은 섬이다.
정상에 서면 도리어 제주도를 품은 섬이다.
비양도와 협재해변 사이 물빛이 날이 흐린대도 파르스름하다.
비양도와 협재해변 사이 물빛이 날이 흐린대도 파르스름하다.
비양도의 식당은 대부분 ‘보말죽’이 기본 메뉴다.
비양도의 식당은 대부분 ‘보말죽’이 기본 메뉴다.

비양도 가는 배는 한림항 비양도 선착장에서 하루 3차례(9:00, 12:00, 15:00) 왕복하고, 관광객이 몰리면 증편 운항한다. 가격은 성인기준 왕복 6,000원. 비양도에는 고둥(이곳에서는 ‘보말’로 부른다)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3~4곳 영업 중이다. 보말죽, 보말칼국수, 보말비빔밥이 주 메뉴이고, 가격은 1만원 수준이다.

제주=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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