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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는 없다] 허위로도 이뤄지는 자백, 정황 증거 있으면 유죄 판결에 결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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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는 없다] 허위로도 이뤄지는 자백, 정황 증거 있으면 유죄 판결에 결정타

입력
2018.04.10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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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일 울산울주경찰서 형사3팀장. 손영하 기자
박동일 울산울주경찰서 형사3팀장. 손영하 기자

‘울주 노인 연쇄살인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건 범인의 자백이다. 현장엔 범인 DNA가 전혀 남아있지 않았고, 폐쇄회로(CC)TV 영상도 없었다. 목격자 역시 없었다. 하지만 “내가 살인범이다”라는 자백 진술과 이 진술에 신빙성을 더하는 정황 증거가 더해지면서 용의자는 범인이 됐다.

피고인 자백이 곧바로 유죄 증거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법적으로도 그렇다. 형사소송법 제309조와 제310조에 따르면 자백이 고문, 폭행, 협박 또는 기망 등으로 인한 것이라고 의심될 때, 혹은 피고인의 자백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일 땐 자백은 유죄 증거가 될 수 없다. 증거 없는 자백은 증거가 아닌 그냥 말일 뿐이라는 얘기다. ▦자백 내용 자체의 합리성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 ▦자백 이외의 정황 증거와의 모순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그 신빙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기도 하다.

이렇게 자백의 증거 인정 여부를 까다롭게 하는 이유는 허위 자백일 가능성이 있어서다. 2000년 사건 목격자던 최모(34)씨가 자백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억울하게 10년 옥살이를 한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강도살인’이 대표적인 허위 자백 사건이다. 2010년 3월엔 서울의 한 경찰이 절도 혐의로 체포된 권모(37)씨를 회유해 강릉 등 지방에서 발생한 미제 절도 사건 17건에 대한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가 나중에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이 경찰은 “절도 몇 건이 더 추가돼도 형량에는 영향이 없다”는 식으로 권씨를 회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발적인 허위 자백도 있다.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다. 2007년 5월 수원역 부근에서 발생한 영아유기치사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노숙인 A(당시 17)양이 아이를 낳았고, A양이 아이를 버렸다”는 다른 노숙인 말만 듣고 A양을 만나 “아이를 버렸다”는 자백을 확보해 구속했다. 하지만 A양은 정신지체장애인이어서 자백 당시 적절한 대화가 불가능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실제 유전자 감식 결과 사망한 영아와 A양은 모자 관계가 아니었다. 이런 점 때문에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은 “경찰관은 직무수행 중 장애인, 아동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보조인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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