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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녹색금융 판박이

입력
2014.11.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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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동원해 대출 위주 자금지원

결국 민간은 외면하고 재정만 투입

"실패 전철 반면교사로" 지적 많아

당국의 기술금융 정책 시행 4개월을 지켜본 금융권에선 이명박 정부의 녹색금융이 절로 연상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녹색성장과 창조경제라는 전ㆍ현 정부의 국정 어젠다를 각각 뒷받침하고 있지만 실상 두 금융 정책은 목표나 정책수단, 전개 양상에서 공통점이 많다는 것이다. 정권 교체와 함께 흐지부지된 녹색금융의 운명을 기술금융이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앞선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기술금융과 녹색금융은 모두 기술력을 담보로 한 중소기업 성장자금 공급책이다. 주로 태양광 발전, 발광다이오드(LED) 등 친환경기술 보유 기업만을 상대하던 녹색금융이 기술금융으로 넘어오면서 자금지원 영역이 대폭 확대됐다.

중소기업 지원은 자금회수 실패 가능성이 다분해 벤처투자, 사모펀드 등 고수익을 추구하는 위험투자자본이 적격이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결국 은행을 동원해 대출 위주로 자금 공급에 나선 것도 두 금융정책의 공통점이다. 녹색인증제, 기술신용평가기관(TCB) 등 기술인증제도를 가동한 점도 똑같다. 기술인증제는 손실 위험이 없는 정책자금 중개에 머물려고 하는 은행에 기업평가 기준을 제시하며 자체 자금 대출에 나서게 하는 압박 수단으로 활용된다.

녹색금융의 흥망 경로는 향후 기술금융 진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녹색금융이 전성기를 구가했던 2009~2011년을 돌이켜 보면, 녹색대출 전체에서 민간은행이 차지한 비중은 2009년 말 43.6%(잔액 기준)에서 2011년 말 29.7%로 급감했다. 민간은행의 몫을 대신한 것은 국책은행이었다. 이 기간 국책은행 대출 비중은 56.4%에서 70.3%로 올랐다. 민간자본이 활발히 유입되리라던 정부의 기대와 달리 사실상 재정 투입만 늘어난 셈이다. 민간은행은 대출액의 80% 이상에 대해 기술보증기금(기보) 등 금융공기업의 보증을 받고도 전체 대출의 57%(2011년)를 대기업에 배정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선 기보가 ‘녹색기업 보증’의 90% 이상을 미인증 기업에 배정, 실적을 부풀린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비단 녹색금융만이 아니다. 김대중 정부의 벤처 육성책,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 이명박 정부의 서민금융 정책 등 캠페인 성격의 대형 금융정책들이 정권의 운명과 함께 흐지부지 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상빈 한양대 교수는 “금융의 기능은 지원과 견제의 양면성이 있는데 견제를 무력화하고 지원만 하면 실물 부문에서 공급과잉이 일어난다”며 “김대중 정부 당시 경험했던 벤처거품이 기술금융에서도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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