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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코끼리 옆에서 잠자기

입력
2017.02.1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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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상은 미국 주도 국제질서 위협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의 ‘주동작위’ 충돌

한반도 리스크 완화할 선택과 전략 긴요

캐나다 사람들은 가끔 미국과 인접한 것을 두고 ‘코끼리 옆에서 잠자는 것과 비슷하다’고 불평하는 모양이다. 코끼리가 미쳐 날뛰거나 다쳐 쓰러져도 화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지프 나이의 책 ‘권력의 미래’에 나오는 얘기다. 그나마 캐나다 옆에는 한 마리지만, 우리 주변에는 여러 마리다.

구 소련이 붕괴한 이후 세계는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로 변했다. 국제질서를 미국이 좌지우지한다는 얘기다. 덕분에 국제권력 구조는 단순해졌고 우리 역시 평온한 시기를 보냈다. 군부독재를 청산하고 민주화의 길로 접어든 데다 경제도 눈부시게 발전했다.

하지만 갑자기 세상이 달라졌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다. 사실 미국은 최강국에 대한 자부심과 쇠퇴에 관한 불안감을 동시에 가진 조울증 국가다. 여기에 트럼프의 병적 기행이 상승작용을 불렀다. 불안의 저변에는 중국의 부상이 있다. 중국의 부상은 미국 일극체제를 위협하는 중대 요소다. 중국은 특히 경제분야에서 집중 견제 대상이다. 트럼프는 중국산 수입품에 4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요량이다. 경제전쟁 선포나 다름없다. 지난해 미국은 상품수지 적자 7,501억달러 중 46.3%인 3,470억달러의 적자를 대중 교역에서 냈다.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60% 수준까지 치고 올라왔다. 미국을 불안하게 하는 위협요인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이 한때 급부상하던 일본을 응징한 예를 보면 미ㆍ중 충돌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다. 1980년대 초 레이건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은 대규모 무역적자에 시달렸다. 특히 일본에 대한 적자는 1985년 429억달러에 이르렀다. 전체 무역적자의 38% 수준이었다. 지금 가치로는 몇 배는 더 될 것이다. 게다가 일본의 GDP는 미국의 70% 선까지 육박했다. 때문에 ‘미국 쇠퇴론’이 유행했고, 미국 언론은 일본이 미국을 대신해 초강대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일본을 손볼 때가 되었던 것이다.

미국은 그해 9월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G5 재무장관 회의를 열어 엔화강세에 합의했다. 합의라지만 실은 강요였다. 덕분에 미국 제조업체는 해외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반면, 일본은 엔고 현상으로 거품 붕괴 등을 거치며 ‘잃어버린 20년’을 보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1인자 자리를 넘보는 자를 혼내 주는 방식이다.

‘투키디데스 함정’이란 관점도 설득력이 있다. 빠르게 부상하는 신흥국과 기존 강대국은 충돌할 수밖에 없고, 패권 분쟁은 권력의 쇠퇴와 침식에 대한 불안에서 촉발된다는 것이다.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원인을 아테네의 권력 부상과 그에 대한 스파르타의 견제로 파악했고, 일부 역사학자들은 제1차 세계대전의 근원을 독일의 부상과 그에 대한 영국의 우려라고 분석한다.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하지만 중국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상당 기간 은밀하게 힘을 기르며 때를 기다리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의 기조를 유지해 왔지만, 지금은 ‘할 말은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중국은 “우리가 도자기 만들고 비단을 짤 때 미국은 인디언들이 뛰놀던 땅이었다”고 비아냥거린다. 더욱이 미국에 ‘America first’가 있다면 중국에는 ‘주동작위(主動作爲)’가 있다. 국익에 필요한 것은 적극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난감한 것은 우리의 선택과 전략이다. 한반도는 육지의 끝이자 바다의 시작이다. 정치학자 강성학은 책 ‘한국의 지정학과 링컨의 리더십’에서 “강대국에 한반도는 완충지대이자, 교두보, 충돌지대”라며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상은 16세기 말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명나라 정벌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 침략한 이후 변한 적이 없다”고 했다.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럴 때는 마키아벨리의 충고가 현실감이 있어 보인다. “훌륭한 무기와 훌륭한 친구가 당신을 지켜 주고, 훌륭한 무기가 있으면 훌륭한 친구는 항상 따른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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