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직원, 사무실 없는 페이퍼컴퍼니
주식 모두 가족 소유 부동산업체
부인 이씨 돈으로 금융상품 투자
개인 소득 땐 5600만원 낼 세금
법인세로 969만원만 납부해
친척이 임원으로 있는 회계법인이 회계감리 의혹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직원도 사무실도 없는 가족회사를 운영하면서 세금과 재산규모를 줄여온 정황이 드러났다. 또 이 회사의 회계감리를 우 수석의 친척이 임원으로 있는 회계법인이 맡아 회계사법 및 윤리규정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1일 우 수석의 공직자재산공개 자료와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우 수석의 아내 이모씨는 부동산업체 ‘정강’의 대표이사로 이 회사가 발행한 비상장주식(총 5,000주)의 50%인 2,500주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주식도 우 수석이 1,000주, 자녀 3명이 각각 500주씩 보유하고 있는 100% 가족기업이다. 정강의 설립일이 1993년임을 감안하면 우 수석의 장인인 고 이상달 전 정강건설 회장으로부터 넘겨받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강의 주소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5층짜리 건물로 돼 있다. 우 수석 처가가 강남역 인근의 1,300억원대 건물을 넥슨코리아에 매각한 뒤 두 달 만에 구입한 건물이다.
하지만 정강은 ‘페이퍼컴퍼니’로 보인다. 이 건물 5층에 우 수석의 처가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흥컨트리클럽 사무실에 간판만 같이 내걸려 있을 뿐 자체 사무실이 없는 데다, 정강이 지난해 급여로 지출한 돈은 ‘0원’이었다. 그럼에도 복리후생비(292만원), 여비교통비(476만원), 접대비(1,000만원), 통신비(335만원) 등 영업비용으로 1억3,990만원을 지출했다. 사실상 직원도 사무실도 없는데 관련 비용이 발생한 것이다. 한 회계사는 “개인용도로 사용하고 법인 비용으로 처리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강은 지난해 부산 부동산 임대수익으로 1억820여만원, 용역매출로 3,600여만원 등 1억4,400여만원의 영업수익을 올렸다. 비용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470만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자수익, 단기매매증권평가이익 등 금융상품 투자로 약 1억4,43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개인이 그 만큼의 금융소득을 거뒀다면 38%의 세율을 적용받아 5,600만원 가량의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정강은 영업이익과 영업외이익 1억5,000여만에 대해 법인세로 969만원만 납부했다. 중소기업회계처리특례에 따라 법인세 6.75%만 적용됐기 때문이다.
또 금융상품 투자의 종자돈은 우 수석 부인인 이씨가 정강에 빌려준 75억원이다. 정강은 이씨에게 이자를 지급해야 하고 이씨는 이자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감사보고서에 이자율 표시는 없다. 자신의 돈을 무이자로 법인에 빌려주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이익을 얻어 세금을 대폭 줄였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온갖 의혹이 제기되는데도 이 회사의 감사보고서에는 감사 결과에 대한 회계법인의 의견이 ‘적정’으로 제시돼 있다. 외부회계 감사를 맡은 곳은 삼도회계법인인데, 정강의 주소지와 같은 건물 2층에 자리잡고 있다. 이 회계법인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우병삼 부회장과 우 수석이 친척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우 부회장은 평소 “우 수석의 사촌”이라고 말하고 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고향도 경북 봉화로 우 수석과 같다. 현행 공인회계사법과 회계사회 윤리규정에는 의뢰인의 임직원과 가족관계 및 개인적 관계가 있는 경우 회계감사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본보는 우 부회장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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