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단독] 강남 노른자위 땅 매각, 양도세 수백억 탕감 왜?

알림

[단독] 강남 노른자위 땅 매각, 양도세 수백억 탕감 왜?

입력
2017.11.08 04:40
10면
0 0

2006년 내곡동 개발 부지 팔며

주민들 양도사실 당국 신고 안해

국세청 뒤늦게 부과 추진하다가

“땅 주인들 법률지식 부족” 이유로

가산세 등 최소 500억원 깎아 줘

“정관계 상대 대대적 로비” 의혹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 공동 땅에 대해 ‘법률적 지식이나 상식이 부족한 점을 고려, 양도소득세를 면제했다’는 지난 3월 서초세무서의 공문.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 공동 땅에 대해 ‘법률적 지식이나 상식이 부족한 점을 고려, 양도소득세를 면제했다’는 지난 3월 서초세무서의 공문.

세무당국이 서울 서초구 노른자위 땅을 판 토지주들의 법률 상식이 부족하다며 수백억 원의 세금을 탕감,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토지주들에 따르면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주민들은 이 일대 개발을 추진한 W프로젝트파이낸싱(PFV)사에 2006년 7월쯤 공동 소유의 토지 1만9,571㎡ 등을 386억여 원에 넘겼다. 주민 110여명도 각각 보유했던 땅 8만1,684여㎡를 W사에 팔았다. 3.3㎡당 700만~800만원으로, 개별 매각대금만 모두 합해 1,800억원이 넘는다는 게 주민들의 전언이다. 수십 억대 돈 방석에 앉은 주민들은 그러나 당국에 양도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세청이 이를 인지하고 양도소득세 부과를 검토한 것은 지난 2013년 7월쯤이다. 이 시기 서초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된 것을 계기로, W사가 뒤늦게 부동산실거래신고를 하면서다.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 주민들이 공동 땅 양도소득세 감면을 받으려 서류를 꾸민 정황. 이는 2015년 1월 서울지방국세청이 주민들의 이의신청을 기각한 사유가 됐다.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 주민들이 공동 땅 양도소득세 감면을 받으려 서류를 꾸민 정황. 이는 2015년 1월 서울지방국세청이 주민들의 이의신청을 기각한 사유가 됐다.

갑작스런 세금 ‘폭탄’ 예고에 놀란 주민들은 “땅의 소유권을 제3의 신탁회사에 이전하는 절차를 밟은 것뿐”이라며 세무법인을 동원, 조세심판을 제기하는 등 반발했다. 공동 땅은 자신들이 만든 ‘헌인새마을추진위’ 자산이어서 비과세(비영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땅값이 실제 오갔고, 공동토지 매각대금 중 153억원은 주민에게 분배하는 등 공익 목적에 쓴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추진위는 공동 땅값 일부를 주민들에게 빌려준 것처럼 꾸미려 했다가 차용증 작성 전에 숨졌던 사람의 서명이 담긴 서류를 내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완강하던 국세청은 2년여 뒤 입장을 달리했다. 본보가 입수한 서울지방국세청 공문 등을 보면, 서초세무서는 2015년 6월쯤 조세심판원의 재조사 결정을 이유로 세금을 재 부과하면서 개인 매각분에 대해 양도소득세만 물리고 신고불성실(20%) 등에 따른 가산세는 감면했다. 지난해 7월엔 공동 땅 매각에 따른 양도소득세 92억원도 전액 면제하고, 추진위 계좌(100억여원) 압류까지 풀어줬다. ‘토지주들이 법률적 지식이나 상식이 부족해 정상적인 납세의무 이행이 어려웠음을 고려한 조치였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개인 소유 토지매각분에 부과해야 할 가산세(고지시점 기준 380여억원 추정)와 ▦공동 땅 양도소득세 및 가산세(99억여원) 등을 모두 합하면 최소 500억~600억원의 세금을 ‘무지’를 이유로 탕감해 준 셈이다.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 주민들 개인소유 토지 매각과 관련, 양도소득세를 물리면서도 신고불성실 등 그에 따른 가산세는 감면하겠다는 서초세무서의 결정결의서.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 주민들 개인소유 토지 매각과 관련, 양도소득세를 물리면서도 신고불성실 등 그에 따른 가산세는 감면하겠다는 서초세무서의 결정결의서.

일부 주민들은 이 과정에서 정관가를 상대로 대대적인 로비가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있다. 헌인마을에 거주했던 이모(58)씨는 “추진위가 세금을 내지 않으려 정치권과 공무원 등에 줄을 대려 했던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씨의 진정을 받아 집행내역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헌인마을은 전염성이 없는 음성나환자들이 1960년대 둥지를 튼 뒤 1980년대 3.3㎡당 5만원 수준에 땅을 불하 받았다는 곳이다.

서초세무서 관계자는 “과거 고양 식사지구 사례 등을 감안, 국세기본법(18조3항)의 비과세 관행에 가까운 근거로 조치를 한 것”이라며 “자세한 내역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병록 법무법인 정곡 변호사는 “국세행정의 관행은 불특정한 일반납세자에게도 정당한 것으로 이의 없이 받아들여질 때 성립하는 것”이라며 “국세청이 갑자기 처분을 번복한데다, 개인에 대해선 양도세 부과를 결정하고도 납세자의 고의ㆍ과실이 고려되지 않는 가산세를 감면한 것 등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