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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분쟁지역] 중앙아프리카共 인구 절반인 230만명이 구호물자로 연명

입력
2017.08.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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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도 방기의 경찰이 유엔평화유지군의 첫 치안 활동에 참여해 마을을 순찰하고 있다. 유엔평화유지군 웹사이트 캡처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도 방기의 경찰이 유엔평화유지군의 첫 치안 활동에 참여해 마을을 순찰하고 있다. 유엔평화유지군 웹사이트 캡처

국경없는의사회가 의료 구호 활동을 펼치는 전세계 71개국 가운데 가장 많은 기금과 인력이 투입되는 3개국은 콩고민주공화국, 남수단, 그리고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다. 세 나라 모두 아프리카 국가이자, 무력 분쟁으로 국민들의 정상적인 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진 곳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하 중아공)은 인구 절반 가량인 230만명이 인도주의 구호에 의존해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다. 쉽게 말해 대구(약 250만명) 시민이 거의 모두 구호물자로 연명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전 국민 5분의1 이상인 100만여명은 집을 잃고 병원ㆍ교회ㆍ사원, 심지어 수풀 속에 몸을 숨겨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1997년부터 중아공에서 활동 중인 국경없는의사회는 분쟁으로 인한 부상자뿐만 아니라 말라리아, 영양실조 등에 시달리는 민간인 환자를 치료하며 인도주의를 외면한 분쟁의 민낯을 매일 같이 마주하고 있다.

분쟁의 그늘이 드리우지 않은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달 남동부 콩고민주공화국 접경 도시 제미오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이곳에서는 약 2주간 토착 부족 민병대와 외부 세력 간 전투가 격화되면서 실향민 7,000여명이 피신할 곳을 찾아 병원에 몰려 들었다. 병원은 그나마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예상과는 달리 무장 괴한 2명이 병원으로 들어와 한 가족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세력 다툼을 벌이던 양 세력 중 어느 쪽 총격인지도 모른 채, 엄마 품에 안겨있던 한 아기가 머리에 총을 맞아 즉사했다. 부상자 치료를 위해 가장 중립적이고 안전해야 할 병원에서 어린 생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분쟁이 확산되면서 유엔평화유지군이 ‘비무장지대’로 선언한 중아공 제2의 도시 밤바리마저도 최근에는 위험지대로 내몰리는 상황이다. 비무장선언 불과 3개월 후인 올해 5월 7~9일 밤바리로부터 약 120㎞ 떨어진 알린다오에서 기독교 민병대 ‘안티발라카’와 이슬람 ‘셀레카’ 반군 출신 무장세력이 충돌하면서 민간인 학살이 벌어졌다. 133명이 숨지고 마을 전체가 모조리 불타버렸다. 알린다오 학살 현장에 있었던 20대 남성 앙가는 아직도 그날의 참상을 생생히 기억한다. 그는 “총격을 피해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었는데, 어느 순간 한 남자가 다가와 내 머리를 들더니 목을 대검으로 그어버렸다”고 증언했다. 천만다행으로 기도 일부가 남아 가까스로 숨을 쉴 수 있었고, 이틀 뒤 숲 속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요원들에게 발견돼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이처럼 중아공 분쟁은 10여년간 이어지는 동안 부족과 종교 갈등이 뒤섞여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민간인은 남녀노소할 것 없이 자신이 속한 부족(70여개)과 종파에 따라 공격과 반격의 희생자가 되기 일쑤다.

현재와 같이 내전 상황이 본격화한 것은 2013년 3월이다. 당시 중아공 내 소수 지위인 이슬람교의 셀레카 반군은 기독교도인 프랑수아 보지제 대통령을 축출하고 자신들의 지도자 미셸 조토디아를 대통령에 앉혔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동으로 안티발라카 등 기독교 반군이 조직됐고, 잔혹한 학살과 보복이 반복됐다. 2014년 과도정부가 조토니아를 끌어내리고 종전을 선언하며 평화의 희망이 움텄으나 그것도 잠시일 뿐, 반군 조직이 여러 갈래로 나뉘면서 폭력 사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국경없는의사회 중아공 현장책임자를 지낸 캐롤라인 두카름은 “분쟁의 성격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며 “분쟁 당사자들은 적어도 민간인들을 향해서는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도 해결방안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유엔은 공식적으로 지난해 3월 민주선거를 통해 선출된 포스탱 아르상제 투아데라 정부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직접 “지금대로라면 지금까지 힘들게 이룩한 항구적 평화정착에 대한 노력이 수포가 될 것”이라며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국제 사회가 중아공의 미래에 희망을 버리는 동안 중아공 국민 수백만명은 전화(戰禍)에 시달리면서 잊혀져 가고 있다.

이주사랑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커뮤니케이션국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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