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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외고 평가 발표, 서울교육청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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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외고 평가 발표, 서울교육청 딜레마

입력
2017.06.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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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지정취소평가 5개 학교

재지정 안되면 올해부터 불이익

교육청에 반발, 소송중인 학교는

오히려 내년부터 순차적 전환

재지정하면 정부에 역행 비판

“교육부가 법 개정 일괄 정리해야”

서울시교육청이 오는 28일 경문고, 세화여고, 장훈고, 서울외고 영훈국제중 등 5개 학교에 대한 재지정 결과 발표를 앞두고 고민이 깊다. 자사고ㆍ외고 폐지 공약을 내건 문재인 정부 들어 첫 재지정 평가인데, 재지정을 해도 부담, 안 해도 부담인 상황에 봉착해 있기 때문이다. 재지정 취소 결정을 내릴 경우 앞서 서울시교육청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던 다른 자사고에 비해 절차를 따라준 이들 학교가 불이익을 받게 되고, 일부라도 재지정 결정을 내릴 경우 문재인 정부 정책 방향에 역행한다는 얘기들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 한 간부는 19일 “경문고 등은 시교육청의 평가 이후 나름의 개선 의지를 갖고 꾸준히 교류를 해 온 곳인데 여론이 당장 폐지할 것처럼 형성되고 있는 게 굉장히 부담스럽다”며 “이 학교들은 지금 폐지가 된다고 난리가 났는데 그보다 앞서 취소에 반발해서 청문 절차도 거부하고 버텼던 학교들보다 못한 상황이 돼 난감하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이 같은 고민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희연 교육감은 취임 3개월여만인 2014년 10월 본인의 공약대로 배재고 등 6개 자사고에 대해 지정취소 결정을 내렸고 해당 학교들은 강력 반발했다. 특히 이 가운데 5개 자사고는 시교육청의 평가 결과를 전면 부정하는 한편 소명 절차인 청문도 거부하며 대형 로펌을 선임해 소송에 나섰다. 이후 교육부가 조 교육감의 결정에 대해 취소 명령을 내리면서 당시 논란은 시교육청과 교육부의 대리전 양상으로 흘러갔고 관련 소송은 현재까지 대법원에 계류된 상태다.

이와 달리 이듬해인 2015년 시교육청으로부터 지정 취소 결정을 받은 경문고 등은 청문에 참석해 미흡 평가된 부분을 적극 소명하는 한편 개선의지를 밝혀 ‘2년 후 재평가’라는 자사고 폐지 유예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2년이 다 돼 가는 현재,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다른 시교육청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에 이어 최근에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자사고 폐지 작업을 당장 시행할 것처럼 밝히면서 운신 폭이 훨씬 좁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문고 등에 대해 다수의 예상대로 지정 취소 결정을 내릴 경우 ‘어차피 새 정권 하에서 정해진 각본대로 할 거면서 그 동안 대상학교와 학부모를 기만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고, 만약 일부라도 재지정을 하게 되면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공격을 받게 될 거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재평가 대상 학교와 학부모, 학생들이 최근 더욱 불안해 하며 문의를 하고 있지만 오해를 살 수 있어 아무런 말을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교육청에 반발했던 배재고를 비롯해 대부분의 자사고ㆍ외고는 머지않아 발표될 정부의 로드맵에 따라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일반고 전환 과정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재평가에서 지정 취소 결정을 받는 학교는 당장 올해부터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 장관 임명이 늦어지면서 교육부가 아닌 시도교육청, 특히 서울시교육청이 자사고ㆍ외고 폐지 기류의 전면에 서게 된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장학관은 “교육부가 관련법 개정에 나서고 일괄적으로 정리를 해야 하는 문제“라며 “시도교육청이 전면에 나서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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