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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례 대선 토론에 ‘국민’은 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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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례 대선 토론에 ‘국민’은 안 보였다

입력
2017.04.2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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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주최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유승민(맨 왼쪽부터) 바른정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주최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유승민(맨 왼쪽부터) 바른정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제 19대 대통령 선거가 약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유력 대선주자들의 TV토론도 벌써 3차례(13일, 19일, 23일) 진행됐다. 하지만 매번 진행된 장시간 토론에도 남는 단어는 ‘세탁기’ 나 ‘주적’, ‘간철수’ 등을 포함한 자극적인 단어 뿐이다. 사회관계형서비스(SNS)에선 매 토론이 끝날 때마다 ‘대체 국민을 위한 공약은 언제 검증하냐’는 유권자들의 원성이 빗발친다.

궁금했다. 과연 유권자들이 본 대로 대선 토론은 부정적인 색깔의 ‘네거티브’만 난무했을까. 혹시 화려한 ‘수사’ 때문에 국민을 향한 진심이 과소평가되진 않았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토론문 속 특정 단어의 등장 빈도를 살펴봤다.

‘국민’의 점유율은 4.5% 뿐

1~3차 대선후보 토론문을 분석해본 결과 전체 토론 중 ‘국민’이라는 단어는 122회 사용됐다. 각 후보자가 발언한 문장 총 2,682개 중 비중을 따진 것으로, 여기서 ‘국민의당’ 과 같은 단어는 제외됐다.

후보별로 따져보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1차 토론 때 ‘국민’을 많이 언급했지만 2ㆍ3차로 갈수록 그 빈도는 줄었다. 특히 문 후보는 1차 토론 때 “국민 성장이 이뤄져야 우리 민생과 소비가 살아난다”, “사면권은 국민의 위임을 받은 것으로 국민의 뜻에 어긋나지 않게 행사하겠다” 등 문장을 약 14회 정도 썼지만, 2차 토론에서 3회, 3차 토론에서 6회로 그 수가 떨어졌다. 유 후보 역시 1차 때 7회, 2차 6회, 3차 3회 등으로 ‘국민’ 언급 수가 갈수록 감소했다.

다만 국민을 직접 설득하는 ‘국민 여러분’이라는 단어를 상대적으로 많이 쓴 건 유 후보였다. 문 후보가 2ㆍ3차 토론에서 각 1회씩 이를 언급한 반면, 유 후보는 1~3차 토론 중 각 1ㆍ3ㆍ2회를 썼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국민’이라는 단어를 꾸준히 언급했다. 1~3차 기준 안 후보는 11ㆍ11ㆍ17회, 심 후보는 10ㆍ10ㆍ14회다. 두 후보간의 차이는 역시 ‘국민 여러분’에서 분명해진다. 안 후보가 ‘국민 여러분’을 부른 건 1~3차 중 3차 토론의 마무리발언에서 딱 한번이다. 심 후보는 1~3차에서 각각 1ㆍ2ㆍ4회 불렀다.

홍 후보는 세 차례 토론을 거치며 ‘국민’을 언급하는 횟수가 꾸준히 늘었다. 다만 다른 후보에 비하면 숫자는 적다. 1~3차 순으로 1ㆍ4ㆍ5회다. 이중 3차 토론에서 쓰인 문장 중 두개는 “45년 전 그 사건은 정말 국민에게 죄송하다”등 ‘돼지발정제’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2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주최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각 후보들이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주최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각 후보들이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북한’ 자주 등장했지만 ‘청년’ 등 세대언급은 안보여

3차례 토론을 꼼꼼히 살펴본 국민들이라면 이미 짐작했을 것이다. 북한 관련 이슈에 대한 언급은 ‘국민’의 두 배에 달했다. 총 언급 수는 208회로, 전체 문장 중 7.8%다.

1차 토론에서는 북한 문제 언급량이 많지 않았다. 유ㆍ안 후보가 각각 11회, 9회 정도고, 심 후보의 경우 북한에 대한 발언은 1차례만 했다. 반면 2차 토론에서는 전체 언급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문 후보의 경우 북한 관련 문장을 27회 언급해 1차 때보다 20회 더 많이 이야기했다. 이는 홍ㆍ유 후보가 문 후보를 향해 여러 질문을 던지는 과정에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홍ㆍ유 후보 역시 2차 토론 당시 각각 21ㆍ26회씩 관련 문장을 말했다.

3차 토론에선 2차에 비해 북한 관련 언급이 줄었다. 하지만 그 동안 북한 관련 문장 비중이 많지 않았던 심 후보(25회)가 의외로 가장 관련발언을 많이 했다. 전체 토론에서 북한 관련 문장을 가장 많이 말한 건 유 후보(총 57회)다. 홍 후보는 42회로 두 번째다.

반면 3차례 토론 중 세대 언급은 보이지 않았다. ‘중장년’ ‘노인’에 대한 언급은 전무했고 그나마 ‘청년’만 몇 번 나왔을 뿐이다. 1차 토론에서 문ㆍ홍ㆍ심 후보는 각각 5ㆍ6ㆍ3회 청년을 언급했다. 2차 토론에서는 1ㆍ4ㆍ1회, 3차에서는 홍준표 심상정 후보만이 각각 3회씩 청년얘기를 했다. 홍 후보의 경우 그 중 두 문장에선 “북한청년 100만 일자리 만들어주겠다는 후보를 찍겠나” 라며 ‘북한청년’을 언급했다. 안ㆍ유 후보에는 3차례 모두 청년을 한번도 말하지 않았다.

미국 대선후보 스탠딩토론의 특징은 현장에 청중이 있다는 것이다. 2016 미국 대선후보 1차 토론회 유튜브 화면 캡쳐.
미국 대선후보 스탠딩토론의 특징은 현장에 청중이 있다는 것이다. 2016 미국 대선후보 1차 토론회 유튜브 화면 캡쳐.

미성숙한 토론문화, 흉내만 낸 토론형식

사실 북한이 많이 언급된 건 3차례 토론의 첫 주제가 매번 ‘북한의 도발과 한반도 위기’였던 이유도 컸다. 토론은 상호작용인 만큼 질문에 따라 답변이 나올 수 밖에 없고, 그만큼 다른 화제보다는 북한문제에 더 경도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계소득(1차)’, ‘조세형평(2차)’등의 주제도 등장했다는 점에서 ‘질문 탓’ 만을 할 순 없다.

‘국민’이라는 단어를 적게 언급했다고 해서 이들이 국민 생각을 적게 한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결과가 나온 진짜 원인은 미성숙한 토론 문화 속에서 미국의 ‘스탠딩토론’ 형식을 어설프게 베낀 데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김은정 경희대 소통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은 “5명의 후보자에게 질문ㆍ답변 구분없이 시간만 주어지다보니 특정 후보에게 질문이 몰릴 수 밖에 없고, 결국 질문에 답하다 보면 가장 중요한 국민ㆍ정책 이야기를 말할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의 최종 청자는 국민이지만 우리나라 대선후보들이 서로만을 향해 대화하는 것 역시 원인은 같다. 김 연구원은 “미국식 스탠딩토론의 묘미는 후보자들이 방청석의 유권자들을 향해 질문을 던지고 설득하는 것”이라며 “우리 대선토론은 청중 없이 형식만 빌려와 더더욱 후보자들간의 대화만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 남은 3회의 토론은 경제ㆍ사회분야 및 자유주제로 진행될 예정이다. 주제가 바뀐만큼 대선후보들도 민생공약을 얘기할 수 있게 될까. 유권자들이 끝까지 지켜 볼 일이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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