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모 前 부사장 입원 병원 동행
成 비밀 장부 작성 등 "모른다" 일관
압수수색 때 진술도 女비서와 달라
검찰, 수사 변곡점 경과 시사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로비 및 증거인멸과 관련해 성 전 회장의 최측근들이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을 한 정황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리스트 관련 인사들의 회유 및 압박 의혹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구속 수사가 효과를 거둘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나중에 자랑 삼아 말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많이 만들겠다”고 말해, 수사가 변곡점을 지나고 있음을 내비쳤다.
27일 ‘성완종 리스트’특별수사팀과,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 및 이용기 비서의 변호인 주장을 종합하면 두 사람의 진술은 여러 곳에서 허점을 보이고 있다. 두 사람이 입을 맞춘 듯이“성 전 회장의 정치권 로비 및 그 확인 작업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주장하는 부분이 가장 부자연스럽다. 두 사람은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입원한 병원으로 지난 6일 성 전 회장과 함께 찾아가 대화를 나눴다고 시인했다. 경남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 이후 성 전 회장이 과거 정치권 로비 흔적을 복기하는 과정에 동참한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 밖의 인물들에 대한 성 전 회장의 ‘비밀장부’ 작성 및 복기 여부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이 비서의 경우 검찰 1차 압수수색이 있던 지난달 18일 새벽 회장실 조모 여비서에게 전화를 건 경위를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 비서 측은 “회장님이 일찍 나오실 수도 있다는 ‘팁’(정보)을 준 것”이라는 주장이나, 압수수색 직전 새벽 6시25분께 그런 연락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의심스런 부분이다. 조 비서는 “이 비서가 회장님의 자료를 치우라고 했다”며 그와 다른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비서를 포함해 다른 경남기업 관계자 상당수로부터 박 전 상무와 이 비서의 주장을 반박할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상무와 이 비서가 수사기관에 비협조적인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리스트 관련 인사들의 회유 내지 외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완구 전 총리의 비서관이나 홍 지사의 측근이 리스트 파문 이후 경남기업 관계자들에게 접근한 사실이 있다. 검찰이 박 전 상무(24일)와 이 비서(26일)를 잇따라 구속하며 강공 드라이브를 건 것 역시 외압차단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수사 관계자는 “두 사람이 구속된 이후 어떤 진술태도를 보이는 지는 밖에 있는 사람들이 잘 몰라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진술태도 역시 수사 보안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특별수사팀은 이날 정모 경남기업 인사총무팀장을 소환했으며, 성 전 회장의 운전기사 여모씨와 조비서도 다시 불러 조사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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