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개인정보로 허위 매물 게시
정상 사이트 매물 도용도 활개
포털들 "우리 책임 아니다" 뒷짐
"금액 큰 만큼 필터링 강화" 지적
중고차를 사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첫 출발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이다. 중고차를 검색한 뒤 매매상사 홈페이지에서 매물을 찾고 전화를 걸어 직접 방문하는 것이 일반적인 구매 순서다.
하지만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 중고차를 성공적으로 구입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중고차 업계에서조차 “포털사이트에서 제대로 된 중고차 정보를 찾기란 아주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허위ㆍ미끼 매물이 판치는 포털
직장인 김 모(39)씨는 6년간 탔던 국산 승용차를 처분하고 중형차를 구입하기로 했다. 김씨도 다른 사람들처럼 먼저 인터넷 포털사이트부터 검색했다. 지난달 말 네이버 ‘파워링크’에 올라온 매매상사 홈페이지에서 마음에 드는 자동차를 확인하고 전화를 걸었더니 상냥한 목소리의 여성이 “도착하면 바로 차를 보여주겠다”고 안내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인천의 한 매매단지에 도착하니 20대로 보이는 덩치 좋은 남성 딜러가 김씨를 맞았다. 전화를 받은 여성에 대해 묻자 남성 딜러는 “집사람인데 일이 바빠 대신 왔다”며 “여기는 주차료가 비싸 5분 거리에 판매용 차량을 세워 놨다”고 설명했다.
전형적인 허위 매물 수법이다. 김씨는 “네이버 검색으로 찾은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며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검색도 이러니 어디서 중고차 정보를 찾아봐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국내 검색시장의 70%를 점유한 네이버에서 키워드 검색하면 맨 위에 나오는 파워링크나 비즈사이트의 경우 100% 광고다. 클릭수에 따라 업체가 월 단위로 광고비를 내는데 한 번 클릭당 광고비가 최소 70원에서 많게는 몇 만원이다. 파워링크 옆에 ‘광고입니다’라는 글이 있지만 얇은 글씨로 씌어 있어 잘 들어오지 않는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한 달에 수천 만원에 이르는 광고비를 지출해 소비자를 끌어들인 일부 매매상사들은 목표 수익을 얻으면 아무런 광고도 하지 않고 잠적한다”고 설명했다.
무단 도용 매물까지 활개
네이버에서 중고차 키워드로 검색하면 상단에 나오는 A매매상사 홈페이지에 지난해 3월 출고된 메르세데스-벤츠 뉴 C클래스 가격이 겨우 230만원으로 표시돼 있다. 현실에서 절대 존재할 수 없는 가격이다.
‘최저가’ ‘깨끗한 중고차’ ‘급매차량’ ‘폐업정리’ 등의 문구가 중고차 사진을 덮고 있는 사이트의 경우 다른 사이트에서 사진과 차량 정보를 도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현란한 색과 굵은 글씨로 자세한 매물 정보를 감추는 것은 업계에서 흔한 수법으로 통한다.
일부 허위 판매 업체는 정보를 수집하는 ‘크롤링’ 프로그램으로 정상적인 중고차 사이트의 사진과 차량 정보를 임의로 가져다가 저장한 뒤 이를 다른 업자에게 팔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경우 차량 판매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어 소비자만 골탕을 먹게 된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최근 해킹된 개인정보로 중고차 허위 매물 광고를 올리고 가짜 차량등록증까지 만들어 영업을 한 일당을 적발했다. 이들은 경기도의 한 매매단지에서 활동하면서 자동으로 게시물을 올리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시세보다 수백만원 싸게 중고차를 판매한다고 광고했다. 정작 광고에 나온 차량은 한 대도 갖고 있지 않았지만 찾아온 구매자들에게 광고보다 비싼 다른 차량 55대를 보여주고 시세보다 10% 비싸게 팔았다. 이들은 이런 수법으로 약 6개월간 5,5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들이 허위 매물 광고를 올린 곳도 한 대형 포털사이트의 중고상품 관련 카페였다.
포털 사이트들은 잘못된 중고차 허위 광고가 계속 올라오지만 광고주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검색 광고는 구글이나 야후도 하고 있는 오래된 광고기법”이라며 “사전에 합법적인 사업자라는 것을 확인하고 광고를 게재하지만, 판매 상품까지 일일이 진위 여부를 검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행태는 배너 광고 등을 게재하는 다른 인터넷 사이트들도 마찬가지라는 답변이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포털사이트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부동산이나 자동차처럼 거래금액이 큰 상품 검색광고는 필터링을 강화해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소비자들도 검색광고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허정헌기자 xscpoe@hankookilbo.com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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