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가 새마을운동 발상지의 위상을 강화한다며 거액을 들여 대형 새마을기 제작을 추진, 논란을 빚고 있다. 새마을운동 발상지는 경북 청도군이 정설로 알려져 있지만 포항시도 원조를 주장하고 있다.
포항시는 3억 원을 들여 높이 45m짜리 게양대와 가로 12m, 세로 8m짜리 대형 새마을기를 포항시 북구 기계면 일대에 설치키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대형 새마을기를 설치해 제2의 새마을운동 붐을 일으키고, 새마을 발상지로서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것이 이유다. 높이 45m는 내년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포항시의 새마을운동을 살펴보기 위해 1971년 현지를 방문한 지 45년이 되는 걸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항시의회는 이에 대해 “사업비가 지나치게 많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5,000만원이 삭감된 3억 원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포항시 새마을민원과 관계자는 “대형 새마을기는 특수 재질의 천에 자동으로 깃발을 올리고 내리는 기계장치와 기계실도 갖춰야 해 3억 원 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시의회 내부에서도 비판여론이 거세다.
복덕규 포항시의원은 “지역경제가 바닥인데 3억 원짜리 대형 새마을기를 세우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라면서 “신규사업을 하려면 구체적 사업계획이 있어야 하는데 설치 위치도 정하지 않고 예산부터 마련하는 것은 예산편성의 기본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휘 포항경실련 집행위원장도 “해마다 지방세수가 부족해 허덕이는 포항시가 깃발 하나에 수억 원의 혈세를 낭비해서야 되겠느냐”며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써도 모자랄 판에 쓸데없는 일을 벌이는 포항시가 한심하다”고 말했다.
지역주민들은 이로 인해 또다시 경북 청도군과 새마을운동 발상지 논란에 휩싸이지 않을까 걱정이다. 포항시와 청도군은 10년 넘게 새마을운동 발상지 문제로 신경전을 거듭하고 있다.
청도군과 포항시는 각각 청도읍 신도리와 기계면 문성리에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새마을운동기념관을 건립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제작하는 등 성역화 사업을 펼치고 법정 다툼까지 벌였으나, 대세는 청도군으로 굳어지고 있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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