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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맞은 것처럼’ ‘빨간맛’… 금기 깬 선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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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맞은 것처럼’ ‘빨간맛’… 금기 깬 선곡

입력
2018.03.27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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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북한에서 아이돌그룹 중 유일하게 공연하는 걸그룹 레드벨벳. KBS 제공
내달 북한에서 아이돌그룹 중 유일하게 공연하는 걸그룹 레드벨벳. KBS 제공

남한예술단의 평양 공연 ‘봄이 온다’의 선곡에 금기는 없었다.

26일 공연 관계자들에 따르면 백지영은 이번 방북 공연에서 ‘총 맞은 것처럼’을, 걸그룹 레드벨벳은 ‘빨간맛’ 등을 부른다.

백지영과 레드벨벳의 방북 공연단 합류 소식이 전해졌을 때 가요계에선 두 가수가 가장 유명한 두 곡을 부르지 못할 것이라 전망했다. 폭력을 상징하는 ‘총’과 사회주의 국가의 상징색으로 여겨지는 ‘빨간색’을 소재로 한 노래를 북측이 과연 받아들이겠느냐는 우려였다. 지난 20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열린 평양 공연 관련 기자회견에선 ‘걸그룹 이름에 레드가 들어간 것에 (북한 측이) 불편해하지 않았나’란 질문이 나오기까지 했다. ‘봄이 온다’의 선곡은 가수와 우리 정부의 사전조율을 거친 뒤 남측과 북측의 협의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예상을 뒤엎고 북한이 ‘총 맞은 것처럼’과 ‘빨간맛’을 수용해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지만, 당연한 결과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저작권 한국일보] 표=김문중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표=김문중 기자
가수 백지영은 내달 북한에서 열린 공연 ‘봄이 온다’에서 히트곡인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른다. 뮤직웍스 제공
가수 백지영은 내달 북한에서 열린 공연 ‘봄이 온다’에서 히트곡인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른다. 뮤직웍스 제공

스위스 유학파로 과감한 투 블록 헤어스타일을 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평양의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김 위원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문화적으론 개방적”이라며 “북한의 아이돌이라 할 수 있는 현송월이 북한의 문화 실권자인 것들을 고려하면 ‘빨간맛’ 등의 선곡은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고 봤다.

레드벨벳의 ‘빨간맛’은 불타는 여름의 흥을 빨간맛에 비유한 ‘여름노래’다. 단지 색깔만으로 사상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노래의 선곡 여부를 두고 정작 우리 쪽에서 정치적으로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빨간맛’ 선곡 관련 해프닝은 빨간색이 거론되기만 하면 걱정부터 하는 우리의 ‘레드콤플렉스(공산주의 과민 반응)’를 보여준 사례”라고 꼬집었다.

대신, 가수 싸이의 방북 공연 합류에 북측이 난색을 보인 것을 두고 ‘북한의 전향성을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부정적 의견도 있다.

지난해 11년 만에 복귀한 나훈아가 이번 남한예술단에서 빠진 것을 두고 의아해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뿐 아니라 지난해 2월 암살된 김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도 나훈아의 팬인 것으로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나훈아는 3~4월 서울과 부산, 대구 등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라 이번 방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나훈아는 2002년 평양 단독 공연을 거절한 적도 있다. 나훈아 측근에 따르면 당시 나훈아의 매니저가 북한 공연을 위해 평양에 갔다 왔지만 북측이 ‘나훈아만 오라’며 한국 연주자와 공연 스태프들의 동행을 거부해 공연이 무산됐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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