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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뮤리엘 스파크 (2월 1일)

입력
2018.02.01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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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을 쓰려면 우선 고양이가 있어야 한다고 했던 작가 뮤리엘 스파크가 100년 전 오늘 태어났다. wikipedia.org
좋은 글을 쓰려면 우선 고양이가 있어야 한다고 했던 작가 뮤리엘 스파크가 100년 전 오늘 태어났다. wikipedia.org

스코틀랜드 출신 작가 뮤리엘 스파크(Muriel Spark, 1918.2.1~2006.4.13)의 작품은 아직 국내에 정식 번역 출간된 게 없지만, 문학비평서나 영문학 연구자들의 이런저런 글에 자주 언급돼 마치 잘 아는 듯 착각하게 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미스 진 브로디의 전성시대(The Prime of Miss Jean Brodie, 1961)’의 주인공 진 브로디를 두고, 혁신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현대문학이 배출한 최고의 캐릭터 가운데 하나”라는 평을 본 적도 있다.

그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브런츠필드(Bruntsfield)에서 태어나 영문학을 전공한 뒤 교사와 백화점 사무원 등으로 일했고, 38년 결혼했다가 조울증이 있던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아이를 두고 2년 만에 이혼했다. 전시 영국 외무성 일도 하고, 문학 비평도 하고, 출판사 편집자로도 일하고, 전기 대필 작가로도 일하던 끝에 소설가로 데뷔, 단숨에 문단의 주목을 받으며 시와 소설, 시사 비평을 썼다. 그는 2008년 더 타임스가 뽑은 ‘전후 최고의 영국 작가 50선’의 8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1월 3일 ‘가디언’은 새해 특집의 하나로, 유명 작가들의 글쓰기 비법을 소개한 기사를 실었는데, 그 중 스파크의 방식이 가장 흥미로웠다. 가령 톨스토이는 아침 일찍 맑은 정신에 글을 써야 한다고 했고, HP 러브크래프트는 늦은 밤 객관적인 세계가 물러가고 꿈이 영감을 발휘할 때가 좋다고 했다. 윌리엄 포크너는 무조건 읽으라고 했고, 캐서린 맨스필드는 무조건 쓰라고 했고,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늦어도 좋으니 먼저 생각부터 하라고 했다. 반면 스파크는 이렇게 썼다.

“어떤 문제에 온전히 집중하려면, 특히 뭔가를 쓰려고 한다면, 먼저 고양이가 있어야 한다. 고양이랑 단 둘이 작업실에 있다 보면, 녀석은 틀림없이 당신 책상 위에, 스탠드 조명 아래 자리를 잡을 것이다. 그렇게 자리잡은 고양이는 그 자체로, 당신에게 엄청난 기쁨을 줄 테고 곧 정밀한 고요로 당신의 집중을 방해하는 온갖 자극적인 것들을 물리쳐줄 것이다.(…) 항상 고양이를 쳐다보고 있을 필요는 없다. 존재 자체로 충분하니까. 고양이가 당신의 집중력에 발휘하는 효과는 엄청나며, 또 무척 신비로울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저 비법이 누구에게나 통하리라 자신할 수 없었던지 직접 말하지 않고, 1988년 소설 ‘켄싱턴에서 사뭇 먼(A Far Cry from Kensington)’이란 작품 속 주인공에게 대신 말하게 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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