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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외교부 실종

입력
2018.04.18 17:0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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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지명자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다녀왔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의 숱한 외교안보 참모진을 물리치고 국무부 수장에게 막중한 임무를 맡긴 것이다. 반면 우리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북한과 미국을 오가며 종횡무진하고 있다. 대외 정책의 간판인 외교부 수장은 설 자리가 없다. 양국을 단순 비교하는 게 무리일 수 있으나 역사적 회담을 앞두고 극명하게 대비되는 양국 외교부의 현주소다.

▦문재인 정부는 비고시 출신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발탁하면서 외무고시 출신과 북미라인으로 대표되는 외교부 순혈주의를 타파할 적임자라고 추켜세웠다. 외교부 안팎에서는 유엔에서 여성 최고위직을 지낸 강 장관의 멋진 활약을 기대했다. 하지만 1년 사이에 성과와 기대는 아스라해 졌다. 북핵 국면은 물론 사드 및 UAE 파동에서도 존재감이 사라졌다. 한반도 안보 지형의 분수령인 남북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강 장관은 지금 우즈벡에서 신북방 외교를 펼치고 있다. 강 장관은 “외교부 패싱은 없다”고 주장하지만 울림이 크지 않다.

▦외교가에서는 강 장관과 정 실장 사이의 불화설이 증폭되고 있다. 정 실장이 외교안보 현안과 관련해 강 장관을 ‘왕따’시키면서 강 장관이 실무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게 골자다. 대북 특사단에서 외교부 인사가 빠지고 대미 접촉도 안보실이 주도하면서 갈등설이 불거졌다. 강 장관이 3월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겠다고 발표한 뒤 당시 렉스 틸러슨 장관이 경질되는 사건을 계기로 ‘외교부 패싱’ 논란은 극에 달했다. 청와대에 사실상 레드라인이 그어지면서 강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과 독대를 하지 못한 게 오래됐다는 말까지 들린다.

▦연쇄 정상회담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청와대 안보실이 컨트롤타워를 맡을 수 있다. 하지만 대미 접촉에서도 주무부처인 외교부를 배제시키는 건 문제다. 한반도 안보 대회전이 끝난 뒤 국제사회를 상대로 설명에 나설 외교부의 힘을 미리 빼서는 곤란하다. 탄핵 정국에서 전직 대사 출신들이 태극기 부대에 대거 동참했다는 이유로 외교부는 적폐부처로 지목돼 곤욕을 치를 만큼 치렀다. 청와대가 캠코더(캠프ㆍ코드ㆍ더불어민주당)인사가 아닌 강 장관을 발탁한 게 구색맞추기용이 아니었다면 이제 외교부의 족쇄를 풀어줄 때가 됐다.

김정곤 논설위원 jk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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