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방문
최수연
1978년 서울 출생
감리교신학대 신학과 졸업
읍내에서 누런 서류 봉투를 사 왔습니다. 혹시나 실수가 있을까 두 장을 골랐습니다. 출력한 원고를 넣고 주소를 옮겨 적었습니다. 다행히 틀리지 않고 옮길 수 있었습니다. 테이프를 길게 떼어 봉투를 봉하고 차에 탔습니다. 가을이 가고 있었습니다. 면사무소 옆 우편물 취급소에는 직원이 혼자였습니다. 가슴에는 노란 리본 배지가 달렸습니다. 원고가 담긴 봉투를 내밀었습니다. 뭔가 부끄러웠습니다. 우체국을 찾은 사람이 나뿐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벽시계는 세 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세 시 전에 맡기면 당일 발송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체국 앞에는 우편물을 나르는 트럭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원고가 그 차를 타고 서울로 가겠구나 싶었습니다. 우체국을 나와 차로 걷는 길, 두 손이 허전했습니다. 습작 원고는 많았지만 출력을 해 응모를 하긴 처음이었습니다. 허전한 마음이 오래 계속됐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선 전화를 받았던 날의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 정신이 없었고 다리가 후들거려 운전이 조금 어려웠었다는 생각은 납니다. 되레 원고를 보내던 날이 선명했습니다. 당선 소감을 적으려고 고쳐 쓰기를 계속하다가 그날 이야기를 해 보자 싶었습니다.
지난 몇 년 쓰고 버리기를 반복했습니다. 원고를 보내던 날 하나의 매듭이 생긴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선 전화를 받고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개의 매듭을 더 지어도 된다는 허락만 같습니다.
준형, 준희, 도연 ‘파란 달’의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미진한 습작품들의 첫 독자이자 비평가였던 친구들이 있어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달리기 선수를 꿈꾸는 다섯 살 아들과 구멍 난 양말을 불평 없이 신어 주는 남편, 충청도 산골에서 겨울을 나고 계실 어머니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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