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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기득권 양당제와 지방선거 선거구획정

입력
2018.02.19 14:4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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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구획정이 국회 다수의석을 차지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직무유기로 방치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이후의 인구수 변동을 고려해 시도별 자치구ㆍ시ㆍ군의원의 총 정수를 결정하는 것은 국회 헌법개정ㆍ정치개혁특위의 업무다. 선거구획정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일 180일 전인 지난해 12월 13일까지 끝나야 했는데도 이처럼 늑장을 부리고 있다.

선거구획정은 현역의원의 정치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첨예한 이해 갈등이 빚어진다.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협상을 해야 하는데도 늘 법정 시한을 어겨 졸속으로 처리한다. 정치권은 국회ㆍ지방의원 선거구획정 가릴 것 없이 늑장이다. 국회가 광역의원선거구와 광역ㆍ기초의원의 총 정수를 정해줘야 다음 단계로 시도별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을 진행할 수 있다. 국회의 직무유기로 지난해 구성된 시도별 선거구획정위도 실질적 활동중단 상태다.

지방의회 선거구획정이 국민 눈높이에서 합리적으로 이뤄지려면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국회가 지방의원 총정수 결정의 법정 시한을 지키지 않을 경우 담당 위원회에 배정된 각종 활동비와 수당 등을 반납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 국회는 선진국 의회에 비해 과다한 특권을 누리고 있지만 직무유기에 대한 처벌 규정은 지나치게 미흡하다. 국회의 늑장 처리는 후보자와 주민이 자신의 지역구를 미리 알지 못하게 막아 정책선거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둘째, 광역의원 정수를 늘려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세를 불리기 위해 광역의원 수를 늘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방의원들은 2006년에 도입된 유급제로 상당한 수준의 봉급을 받고 있지만 아직도 지방의회의 생산성과 전문성은 국민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 숫자는 물론이고 지방의원의 숫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민 동의가 필요하다.

셋째, 지방의회 선거구획정이 지방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거대 양당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선거구획정위의 의견이 최종안이 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시도의회가 선거구획정의 조례 제ㆍ개정권을 가지고 있는 한 거대양당의 밀실 거래에 의한 담합의 폐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간다. 거대양당은 선거구획정을 통제해 주민대표성보다는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하게 된다.

넷째, 중선거구제 도입의 취지를 살려 기초의회에 3ㆍ4인 선거구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 한다. 중선거구제는 유급제와 함께 지역의 참신하고 능력 있는 인재를 충원하기 위한 제도이다. 군소정당 및 무소속 후보들이 지방의회에 진출하면 다양한 주민의 목소리를 충실하게 대변할 수 있다. 거대양당이 장악한 광역의회가 기초의원 선거구획정의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지는 한, 기성정치에 종속되지 않은 참신한 인재들이 기초의원선거에 나서거나 당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분할, 나눠먹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거대양당은 지방에서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방의원의 정수와 선거구획정의 권한을 틀어쥐고 있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자원의 하나로 지방의원을 통제하고 있다. 이처럼 오랜 기간 굳어진 기득권 정치관행을 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거대양당은 중앙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방의 기득권 집단을 양성하고 견고하게 세력화했기 때문이다. 권력구조 개편과 선거제도 개혁이 분권의 시대정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방권력의 카르텔을 깨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지방의원 선거구획정의 최종 결정권을 시·도의회로부터 빼앗아야 한다. 소속을 국회에서 중앙선관위로 변경했지만 여전히 거대양당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지난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거대 정당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중립ㆍ독립적 지방의회 선거구획정 기구를 구축해야만 한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ㆍ미래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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