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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 북한군 어떻게 MDL 넘어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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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 북한군 어떻게 MDL 넘어왔나

입력
2017.11.2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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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조 귀순자 쫓다 1명 MDL 넘어

엎드려 쏴로 조준사격하고도 놓쳐

북측 검문소서 뒤늦게 초병 뛰어나와

판문각 경계병까지 가세했지만 우왕좌왕

북한군 추격조가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군사분계선 남쪽을 향해 귀순자를 조준사격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북한군 추격조가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군사분계선 남쪽을 향해 귀순자를 조준사격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북한군 1명이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으로 귀순할 당시 추격조 1명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었다가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군사령부가 22일 공개한 6분 분량의 JSA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귀순자가 지프를 타고 북측 초소를 지나는 과정에서 아무런 제지가 없었고 뒤늦게 쫓아온 4명의 추격조는 귀순자를 향해 총격을 가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공개된 영상을 상황 별로 구성했다.

①유유히 남쪽으로 향하는 지프

영상은 13일 오후 3시11분 지프를 탄 귀순자가 남북으로 뻗은 도로를 따라 유유히 남쪽으로 내려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차량이 판문점과 가까운 북측 검문소를 지나서야 뒤늦게 초병 1명이 뛰어나오지만 아무도 귀순자를 제지하지 못했다. 차량은 72시간 다리를 건너 김일성 기념비와 판문각을 지나 판문점회담장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MDL 남쪽으로 향한다. 하지만 도로와 둔턱으로 나뉜 배수로에 지프의 바퀴가 빠져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한다. 커다란 나무에 이곳이 가려져 있어 위에서 내려다보던 CCTV로는 추가 상황을 파악할 수 없는 곳이다.

②판문각 초병까지 뛰어 내려와

판문각 계단에서 경계를 서던 병사 2명, 이보다 동쪽지역에서 근무하던 병사 2명 등 총 4명이 멈춰선 차량을 향해 황급히 뛰어나왔다. 최소 수십m는 달려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군이 귀순 상황을 뒤늦게 파악했다는 의미다. 차량이 멈춰선 바로 옆에 북한군 4초소가 위치해 있지만 그곳에서 근무하는 병사가 뛰어나오는 장면은 CCTV에 담겨 있지 않다.

③엎드려 쏴로 조준사격, MDL 넘고는 우왕좌왕

멈춰선 지프 안에서 귀순자는 잠시 멈칫하더니 문을 열고 나와 남쪽으로 뛰기 시작한다. 그때 오른쪽에서 3명, 왼쪽에서 1명의 북한군이 접근해 코 앞에서 도망가는 귀순자를 향해 AK소총과 권총으로 총격을 가했다. 1명은 엎드려 쏴 자세로 조준사격했고, 2명은 앉아 쏴, 1명은 서서 귀순자를 겨눴다.

하지만 이들 북한군 추격조는 눈앞에서 귀순자를 놓쳤다. 귀순자는 거침없이 남쪽으로 달렸고, 엎드려 소총으로 조준사격하던 북한군이 뒤따라 뛰었지만 전봇대 옆 주차구역의 MDL을 3m 가량 넘자 본인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우왕좌왕하더니 황급히 방향을 틀어 북측으로 되돌아갔다. 나머지 3명의 북한군도 이 상황을 물끄러미 지켜보며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미 상황이 끝났다고 생각한 듯하다.

④포복으로 귀순자 구조

귀순자가 MDL 남쪽으로 내려왔지만 40여발의 총상으로 우리측 자유의 집 서쪽 길가에 피를 흘리고 쓰러졌다. 이때 우리 군 3명이 포복으로 다가갔고, 이중 2명이 귀순자에 접근해 무사히 끌고 왔다. 그 사이 뒤편에 엎드려 있던 한국군 대대장 권모 중령은 상황을 지휘하며 엄호했다.

⑤떼로 모여있는 북한군

귀순자를 놓친 북한군 10여명이 판문각 서쪽 도로에 모여 어쩔 줄 몰라하며 남쪽을 지켜봤다. 북측에서 2명의 병사가 더 뛰어내려왔지만 더 할 일이 없는 듯 이내 모두 북측으로 발길을 돌렸다. 긴박했던 귀순상황은 이렇게 종료됐다.

유엔사는 JSA 귀순자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특별조사단은 이 사건에서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총격을 가했다는 것과 북한군 병사가 잠시나마 군사분계선을 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두 차례의 유엔 정전협정 위반이고, JSA내 유엔군사령부 인원이 판문점에 위치한 연락채널을 통해 오늘 이와 같은 위반에 대해 북한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영상은 www.usfk.mil/media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유엔군사령부는 지난 13일 판문점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 병사의 당시 총격 상황을 담은 CCTV를 22일 공개했다. ‘72시간 다리’를 향해 달리는 북한 병사의 차량(사진 위부터), 멈춰선 차량에서 내려 총격을 맞으며 남쪽으로 달리는 북한 병사, 잠시 군사분계선을 넘어 머뭇거리는 추격 북한 군인, 총상으로 쓰러진 귀순 북한 병사, 부상 당한 귀순 북한 병사를 구조하는 JSA 경비대대. 연합뉴스
유엔군사령부는 지난 13일 판문점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 병사의 당시 총격 상황을 담은 CCTV를 22일 공개했다. ‘72시간 다리’를 향해 달리는 북한 병사의 차량(사진 위부터), 멈춰선 차량에서 내려 총격을 맞으며 남쪽으로 달리는 북한 병사, 잠시 군사분계선을 넘어 머뭇거리는 추격 북한 군인, 총상으로 쓰러진 귀순 북한 병사, 부상 당한 귀순 북한 병사를 구조하는 JSA 경비대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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