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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KBS에 “세월호 보도 도와달라”... 녹취록 공개

입력
2016.06.3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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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언론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시곤 KBS 보도국장 사이에 오간 통화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0@hankookilbo.com
3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언론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시곤 KBS 보도국장 사이에 오간 통화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0@hankookilbo.com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해경 비판 보도를 하지 말라고 압박한 통화 내용이 30일 공개됐다. 김 전 국장의 폭로로 청와대가 세월호 보도에 개입해 온 정황은 수 차례 나왔지만 실제 육성 파일이 공개되기는 처음이라 파문이 예상된다. (▶ 녹취록 전문 보기)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7개 언론시민단체들은 3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의원과 김 전 국장 사이에 오간 두 건의 통화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약 12분 가량의 통화에서 이 의원은 고성을 질러대며 KBS가 해경을 비판한 보도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는 한편 추후 이를 보도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세월호 참사 닷새 후인 2014년 4월 21일 이 의원은 김 전 국장에 전화를 걸어 “KBS뉴스가 해경이 잘못한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지금 국가가 어렵고 온 나라가 어려운 시점에 해경을 두들겨 패고 있다"고 질책했다.

이 의원은 “배를 오랫동안 몰았는데도 마이크로 뛰어내리지 못하게 한 선원들한테 잘못이 있지 최선을 다하고 있는 해경을 짓밟냐”며 KBS 보도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 의원은 또 “KBS가 저렇게 보도하면 해경 저 XX들이 잘못해서 이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난 것처럼 생각한다. 솔직히 선장과 배 운영했던 개XX들이(중략)”라며 정부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 의원의 항의를 듣다 못한 김 전 국장이 “솔직히 우리만큼 (정부를) 많이 도와준 데가 어딨냐” 맞서자 이 의원은 “이럴 땐 극적으로 좀 도와달라. 진짜 너무 힘들다”며 읍소했다. 하지만 곧 “내가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도 계속 그렇게 하십니까”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30일 이정현 새누리 의원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통화 녹음을 공개한 언론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의 세월호 보도개입과 진실 은폐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배우한기자
30일 이정현 새누리 의원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통화 녹음을 공개한 언론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의 세월호 보도개입과 진실 은폐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배우한기자

이 의원은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아예 해경 비판 아이템을 이후 뉴스에선 빼 달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30일 ‘KBS뉴스9’가 방송된 직후인 오후 10시 다시 수화기를 든 이 의원은 “심야뉴스에선 좀 바꿔달라. 다른 걸로 대체하든지”라며 “하필이면 대통령님이 KBS뉴스를 봤네. 한 번만 도와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통화 녹음 내용을 들은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배신감을 넘어서 이 정부를 나의 정부로 인정할 수 없겠다란 생각에 깊은 한숨만 나온다”며 “참사 직후부터 정부가 해온 말은 철저히 거짓말이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며 참담함을 토로했다.

이날 모인 7개 언론시민단체는 “(이날 활동이 종료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기한을 연장해 참사 원인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한편 세월호언론청문회를 열어 방송 장악 책임자를 처벌해고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바다에서 사투를 벌이는 해경에 대해 구조에 집중한 뒤 이후 조치를 할 수 있게끔 해 달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16일 이 의원과 길환영 전 KBS 사장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언론노조는 이날 공개한 녹음 파일을 추가 증거자료로 제출할 예정이다. (▶ 녹취록 전문 보기)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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