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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흉유성죽(胸有成竹), 비전의 중요성

입력
2017.08.2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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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유성죽(胸有成竹). 대나무 그림을 그리기 전에 마음 속에 이미 완성된 대나무 그림이 있다는 뜻으로,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 이미 계산이 모두 서 있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문동(文同)은 중국 북송의 문인이자 화가로, 자는 여가(與可)이다. 시문과 글씨, 대나무 그림에 특히 뛰어났다. 문동의 집은 앞뒤로 대나무(竹)가 우거져 있었는데, 그는 대나무를 몹시 사랑하여 직접 심어서 돌보았다. 시간만 나면 죽림에 들어가 대가 자라는 모습, 가지 치는 상태, 잎이 우거지는 모습, 그리고 죽순이 나오는 모양 등을 정성 들여 꼼꼼히 관찰하여 대나무에 대한 모든 것을 터득하였다. 그는 흥에 겨우면 집으로 들어가 종이를 펼치고 먹을 갈아 그림을 그렸다. 대나무에 대해 이미 충분히 연구 관찰하였으므로, 그가 그리는 묵죽화는 박진감이 있다는 평판을 들었다. 그의 묵죽화가 천하일품이라고 명성이 높아짐에 따라 전국 각지에서 그림을 그려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려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조무구(晁無咎)는 학자이자 시인이었는데, 문동과는 절친한 친구였다. 그는 문동이 즉석에서 대나무를 그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했다. 어느 날 문동에게 그림을 배우고 싶어하는 청년이 조무구를 찾아와 문동의 그림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여가(문동)가 대나무를 그리고자 할 때, 그의 가슴에는 이미 성죽이 있다” (與可畵竹時 胸中有成竹). 이 이야기에서 ‘흉유성죽’이란 말이 나왔으며, 어떤 일에 착수하기 전에 이미 충분한 복안이 서 있음의 비유로 사용되고 있다.

1971년 세계 최대 규모의 테마 파크인 미국 플로리다의 디즈니월드가 개장을 하며 성대한 개막행사를 열었다. 미국 전역에서 수많은 명사들이 초청되어 모였고, 월트 디즈니의 미망인 디즈니 여사도 참석했다. 사람들은 월트 디즈니가 이 위대한 테마파크를 보지 못하고 죽은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미망인을 위로했다. 디즈니 여사는 연단에 올라 이렇게 얘기했다.

“디즈니 월드의 개장을 축하해 주시고, 제 남편에 대해 찬사를 보내주신 것에 감사를 드립니다. 하지만 제 남편이 이곳을 못 보고 죽은 것에 대해서 안타까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 남편은 디즈니월드를 구상하던 그 순간부터 이미 모든 광경을 보았습니다. 그가 보았기 때문에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초청된 사람들은 이제야 디즈니월드를 볼 수 있었지만, 비전을 품은 월트 디즈니는 마음의 눈으로 생생하게 그림으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 ‘조선 명탐정’의 한 장면. 양반인 여주인공(한지민 분)이 노비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얘기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믿지 말게. 때론 믿어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네.”

노비고 양반이고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 올 거라는 비전과 희망을 주며, 포기하지 말고, 수고하며 씨 뿌리면 기쁨으로 거둘 날이 올 것이라는 얘기와 함께 한 얘기다. 우리는 비전(Vision)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 비전이 아주 구체적으로 시각화될 때 우리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진다.

건물을 설계한 사람은 공사 전이라도 완성된 건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것처럼 비전의 시각화는 성공적인 자신의 모습을 마음속으로 상상함으로써 긍정적인 자기암시로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자신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구체화할 필요가 있는데 이 때 구체적인 시각화를 반복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많다. 보물섬을 찾아갈 때 가장 먼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보물섬으로 안내할 지도다. 그 지도가 정확하다면 혼란스럽거나 우왕좌왕하지 않을 수 있다. 여러분 가슴 속에 멋진 대나무 한 그루씩 그려놓으시길.

조우성 변호사ㆍ기업분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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