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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외국환자 유치 과열… 해외서 탈난 성형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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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외국환자 유치 과열… 해외서 탈난 성형코리아

입력
2018.06.25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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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성형의, 홍콩서 원정진료하다 기소

중국서 병원설명회 가장한 불법시술 만연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해외 현지에서 한국인 의사가 불법의료행위 혐의로 기소되는 등 국내 성형외과 병원의 해외환자 유치경쟁이 도를 넘고 있다. 중국 등에서 활동하는 환자유치 업자들은 국내 성형외과가 현지 설명회를 가장해 호텔방이나 미용실에서 실제 의료행위를 하는 등 불법행위가 만연해 있다고 전한다.

24일 성형외과 업계에 따르면 한국성형미용협회는 최근 협회 홈페이지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최근 기사를 인용, 한국의 유명 A성형외과 원장 B씨가 지난 2016년 11월 홍콩에서 허가 없이 의료상담을 진행하고 처방을 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며 회원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요청했다.

호텔 스위트룸에서 열리는 의료 설명회

기사에 따르면 B씨는 당시 홍콩 모 호텔에서 자신이 봉직하고 있는 병원 로고 및 명칭이 새겨진 의사가운을 입은 채 현지인들과 의료상담을 실시하고 지방흡입을 권하는 등 불법의료행위를 하다가 고객으로 가장한 홍콩 여성 경찰에게 현장에서 체포됐다. 현재 B씨는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고 있으며, 다음 달 중순께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A병원 관계자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홍콩 유치업자의 초청으로 B원장이 홍콩에서 열린 의료설명회에 참석했다가 현지 여성경찰에 체포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홍콩경찰이나 현지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과 달리 설명회를 진행했을 뿐 불법의료행위를 하지는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현행법상 국내 의료기관들은 ‘외국인환자유치지원법’에 따라 해외환자를 유치하는데, 유치업자ㆍ해외의료기관ㆍ에이전시로부터 환자를 소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단순 상담이 아니라 진료와 처방, 시술 등을 하는 건 당연히 불법이다. 당시 환자로 위장해 성형 상담을 받았던 홍콩 경찰은 법정에서 “한국인 원장이 자신의 여러 신체부위를 촉진한 뒤 한국에서 지방제거수술을 받을 것을 처방했다”고 증언했다. 실제 취재 결과 이날 행사는 호텔 내 공식행사장이 아닌 스위트룸에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당연히 호텔 내 행사장에서 설명회가 개최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업체에서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라 스위트룸을 빌렸다는 말만 믿고 행사에 참여한 것이 화근이었다”고 주장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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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많은 중국 집중… 호텔 등에서 불법시술 만연

해외환자 유치업자들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해외에서 국내 성형외과 의사가 병원설명회를 가장해 보톡스, 필러 등을 시술하는 불법시술이 은밀하지만 자주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외국인환자 유치경쟁은 특히 한류 의료의 ‘금맥’이라 불리는 중국에 집중돼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인 환자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사태’로 2016년 12만7,648명에서 지난해 9만9,837명으로 감소했지만 아직도 외국인 환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성형외과를 찾은 외국인환자 4만8,849명 중 중국인 환자는 2만1,477명(43%)으로 거의 절반에 달했다. 성형외과들이 중국인 환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2000년부터 국내 성형외과에 중국인 환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는 유치업자 P씨는 “중국에서 의료행위를 하려면 ‘단기 행의(行醫) 허가’를 취득해야 하는데, 허가증을 취득하지 않고 호텔 등에 방을 잡아 현지인을 대상으로 보톡스, 필러 등 이른바 ‘쁘띠 성형’을 하는 의사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행의 허가를 취득해도 중국 내 지정된 지역과 병원에서 의료행위를 해야 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지역을 돌며 의료행위를 하는 의사들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설명회를 가장한 불법의료행위도 만연해 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중국 현지에 오피스텔을 얻어 상담실장을 상주시켜 환자를 유치했지만 2010년 이후부터는 현지 에이전시를 통해 ‘미용상담회’ 등을 열어 고객을 모집하는 것이 대세가 됐다. 중국, 베트남 등에서 의료마케팅 사업을 하고 있는 L씨는 “설명회는 포장이고, 현지인들에게 원가만 받고 필러 시술 등을 한 뒤 상담실장이 ‘한국에 오면 싸게 얼굴을 예쁘게 고칠 수 있다’고 판촉을 벌여 모집된 고객들에게 국내 시술 계약금을 받고 행사를 마무리 짓는 것이 관례”라고 말했다.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에서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강남의 한 피부과 원장은 “중국에선 우리나라 미용실 같은 ‘공작실’이라는 곳에서 쁘띠성형 등 불법시술이 이뤄지고 있는데, 중국의사는 물론 한국의사들도 여기서 불법시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워낙 공작실 수가 많아 실태를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형 성형병원 ‘유령의사’ 관행 붕괴도 원인”

외국인환자 경쟁유치의 폐단은 과거 의사를 대거 고용해 기업형으로 영업했던 대형 성형외과의 ‘유령의사’ 관행이 붕괴된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김선웅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이사는 “과거 대형 성형병원이 전문의가 아닌 의대 졸업 후 의사면허를 취득한 일반의를 고용해 상담은 원장이 하고 시술은 이들에게 맡기는 ‘유령의사’ 관행을 유지해 왔다”면서 “국내 성형 붐 퇴조와 함께 계속되는 성형관련 의료사고로 과거처럼 마음대로 유령의사를 쓸 수 없게 되자 잉여인력들을 해외로 내보내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불법시술을 시켜 환자를 유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외국인환자 유치와 관련 불법행위가 만연한데도 담당부서인 보건복지부는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복지부 해외의료총괄과 관계자는 “홍콩에서 국내 성형외과 원장이 경찰에 체포됐다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았다”며 “현재로서는 병원이나 의사들이 해외에 나갔을 때 그 나라 법에 맞게 병원홍보를 할 것을 요청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답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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