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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대종상 빛낸 이병헌 '개념 수상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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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대종상 빛낸 이병헌 '개념 수상소감'

입력
2016.12.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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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스터’에 출연한 배우 이병헌.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마스터’에 출연한 배우 이병헌.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예견된 참사였다. 대리수상이 남발했고 좌석은 썰렁했다. 53년 역사에 빛나는 '대종상 영화제'는 그렇게 시들었다.

27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에서 열린 '대종상 영화제'는 파행과 졸속으로 멍든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지난해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겠다"는 이상한 논리로 배우들조차 등을 돌려버린 상황이었다. 올해도 영화제의 꽃으로 불리는 남녀주연상 부문에 후보 전원이 불참한다는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배우 이병헌이 영화제 하루 전날 참석 의사를 밝히면서 한 줄기 빛이 됐다.

이날 '내부자들'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병헌은 뼈있는 수상 소감을 남겼다. 그는 "배우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 무대 위에 서고 싶을 정도로 명예로운 시상식이었기 때문에 설레고 흥분되는 마음으로 참여했었다"고 말한 뒤 "오늘 시상식에 오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상을 받는다는 기쁜 마음보다 무거운 심정이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병헌은 이어 "대종상은 그 동안 말도 많고 문제도 많았다. 여전히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느낌이 드는 건 나뿐만 아니라 여러분 모두가 느끼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권위와 명예가 실추된 영화제에 대한 참담한 심정을 드러낸 셈이다. 그는 "53년이라는 긴 시간을 지나오면서 이전처럼 명예를 되찾는 건 단 시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 본다"며 "하지만 53년이란 긴 시간 명맥을 유지하고 명예로웠던 시상식이 불명예스럽게 이대로 없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시상식에 참여한 까닭도 밝혔다.

그러면서 "나도 어떤 것이 가장 현명한 해결 방법인지는 정확히 모른다. 변화라는 건 개인의 의지나 노력으로 된다기보다는 모두가 한 마음이 돼서 조금씩 고민하고 노력하는 순간 시작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사실 이날 시상식은 수상자가 거의 참석하지 않아 대리수상으로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 영화 '곡성'으로 신인여우상을 받아 수상의 기쁨을 누려야 할 김환희는 시상식 내내 무대에 올라야 했다. 촬영상, 조명상, 편집상 등 '곡성' 제작팀이 수상자로 호명될 때마다 대신 상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시상식이 초라할 대로 초라해져 존재의 의미마저 퇴색해버린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병헌의 '개념 소감'이 긴 역사의 대종상 영화제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후배들도 내가 20년 전 이 시상식에 오면서 설레고 영광스러웠던 마음과 똑같은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50~60년 전 대선배들이 큰 뜻을 갖고 대종상 영화제를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후배들이 더 고민하고 노력해서 시상식을 지켜줘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후배들에게 당부도 잊지 않았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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