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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전 한숨이 환호로…’ 희망을 쏜 허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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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전 한숨이 환호로…’ 희망을 쏜 허재호

입력
2017.08.2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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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FIBA 아시아컵에서 선전한 남자농구 대표팀.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2017 FIBA 아시아컵에서 선전한 남자농구 대표팀.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체육관에 들어가기 싫더라고.”

허재(50)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초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진행된 훈련을 앞두고 한숨을 내쉬었다. “소집 첫 날 15명 중 7명이 부상이더라”며 “코트 열 바퀴 러닝을 시켰는데 제대로 못 뛰고, 훈련하기 싫을 정도였다”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자연스럽게 ‘허재호’를 향한 주위의 기대치도 낮아졌다. 하지만 한숨이 환호로 바뀌기까지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17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실전에 들어가자 경쾌한 몸 놀림으로 코트를 휘젓고 한국 특유의 외곽슛도 위치를 가리지 않고 퍼부었다. 허 감독도 다양한 공격 전술과 200㎝의 장신 최준용(23ㆍSK)을 톱에 세워 상대 가드를 압박하는 수비 전술 등 지략 싸움으로 상대 벤치를 압도했다.

남자 프로농구 모비스의 사령탑이자 대한민국농구협회 경기력 향상위원장을 맡고 있는 ‘만수’ 유재학 감독은 대표팀 엔트리를 두고 허 감독과 점심도 거른 채 네 시간에 걸쳐 토론을 하고 조언도 건네는 등 지원사격 했다. 허 감독은 “(유)재학이 형하고 얘기하다 보니 나중에는 배가 고프더라”며 웃었다.

남자농구 대표팀이 아시아컵에서 국제 경쟁력을 확인했다. 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대회 준결승에서 ‘아시아 최강’ 이란을 맞아 81-87로 분패했다. 4쿼터 막판 고비를 넘지 못하고 3~4위전으로 밀려 14년 만에 아시아컵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2년 전 아시아선수권 6위에 그쳤던 부진을 만회했다.

FIBA 랭킹 30위인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랭킹 20위 뉴질랜드를 꺾었고, ‘만리장성’ 중국을 조별리그에서 제압한 필리핀은 무려 32점 차로 완파했다. 광복절에 펼쳐진 한일전에서는 일본을 13점 차로 따돌렸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평균 득점 89.7점으로 세계 랭킹 10위 호주(95.2점)에 이어 2위에 올랐고, 3점슛 성공률 42.3%와 경기당 3점슛 성공 10.5개로 모두 2위를 기록했다. 어시스트는 27.2개로 16개 참가국 가운데 1위에 자리했다.

대표팀의 중심 오세근이 20일 이란과 준결승에서 중거리 슛을 던지고 있다.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대표팀의 중심 오세근이 20일 이란과 준결승에서 중거리 슛을 던지고 있다.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양동근(36ㆍ모비스), 김주성(38ㆍ동부), 조성민(34ㆍLG) 등 오랜 시간 대표팀을 이끌었던 베테랑들 대신 30세 이하 선수(평균 26세)들로 꾸려 세대교체의 희망도 쐈다. 오세근(30ㆍKGC인삼공사)이 중심을 잡은 골 밑은 견고했고, 김종규(26ㆍLG), 이승현(25ㆍ상무), 이종현(23ㆍ모비스) 등 ‘빅맨’들도 힘을 보탰다. 김선형(29ㆍSK)과 박찬희(30ㆍ전자랜드)는 야전사령관으로 제 몫을 했고 허웅(24ㆍ상무), 전준범(26ㆍ모비스) 등도 슈터로서 정교한 외곽슛을 꽂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아시아 맹주로서 자존심을 회복한 남자농구는 11월부터 시작되는 2019년 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 예선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키웠다. FIBA는 2015년 농구 월드컵까지는 지역별 예선 대회를 통해 본선 출전권을 나눠줬으나 2019년 대회부터는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예선 제도를 바꿨다. 이에 따라 한국은 예선 A조에서 중국, 뉴질랜드, 홍콩과 함께 2018년 7월까지 홈과 원정을 한 번씩 오가며 경기를 치른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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