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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실명 미투’해야 믿는 건 위험… 음모론은 천박한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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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실명 미투’해야 믿는 건 위험… 음모론은 천박한 시각”

입력
2018.03.0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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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ㆍ8 세계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미투운동’에 연대의 뜻을 표시하는 카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ㆍ8 세계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미투운동’에 연대의 뜻을 표시하는 카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가 피해자가 신상을 드러내놓고 증언해야 ‘미투’를 신뢰하는 분위기에 우려를 표했다. 익명이든 실명이든 피해자의 ‘미투’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신에게 닥칠 음모론이나 가해자의 부인을 걱정해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는 부담을 안고 피해 사실을 밝히고 있다. 백 상임대표는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미투 음모론’에는 “천박한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백 상임대표는 8일 MBC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피해자 드러내기가 곧바로 말하기의 진실성과 연결되는 건 위험하다”며 “피해자에게 계속 용기를 요구하면서 몰아가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가해자들이 부인하거나 음모론으로 대응하다가 피해자가 나타나야만 잘못을 인정하기 때문”이라며 “언론도 사실 이에 편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홍선주 어린이극단 ‘끼리’ 대표는 JTBC와 익명으로 전화 인터뷰 해 연출가 이윤택씨의 성추행 사실을 증언했으나,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가 부인하자 “인터뷰한 사람이 바로 나”라며 신상까지 공개한 바 있다.

백 상임대표는 “피해자에게는 ‘내 사건이 언론에서 다뤄져야 잘 해결될 수 있겠구나’ 라는 압박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이 같은 분위기가 피해자에게 또 다른 이중고임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피해자들이 어떤 방식을 선택하더라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는 게 필요하다”며 “그러려면 형사사법시스템, 그리고 피해자 지원체계, 사회적 인식이나 통념이 변하고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도 지적했다. 백 상임대표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소하면 경찰이나 검찰은 피해자에게 입증 책임을 돌린다”며 “가해자가 되레 역고소를 할 수 있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도 많이 알려져 있는 폐해”라고 말했다. 백 상임대표는 “그렇기 때문에 성폭력 피해자들이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정봉주 전 의원 등의 성폭력을 폭로한 ‘미투’에 음모론을 씌우는 시각에는 “미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얼마나 천박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전날인 7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오찬 회동에서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의혹을 언급하면서 “임종석 비서실장이 기획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음모론’을 제기해 비난을 샀다.

백 상임대표는 “미투라는 운동이나 현상은 여성들이 피눈물을 흘리면서 하는 것”이라며 “이를 정략이나 자기 진영에 유리한 논리로 몰아가는 건 심각한 성폭력 문제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자 어리석은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 대응을 하는 정치권이나 진영은 사실 희망이 없다”며 “여성들은 더 이상 그런 사람들한테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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