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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종교인 과세 유예’ 주장은 ‘표(票)퓰리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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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종교인 과세 유예’ 주장은 ‘표(票)퓰리즘’일 뿐이다

입력
2017.08.11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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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았던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종교인 과세를 2년 더 미루자는 법안을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발의에는 당초 자유한국당 의원 15명을 비롯해 여야 28명의 의원이 참여했으나, 민주당 소속 박홍근ㆍ백혜련ㆍ전재수 의원은 10일 공동발의를 철회했다. 이들은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법안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보좌진의 실수”라거나 “평소 소신을 간과하고 현실적 문제를 너무 앞세웠다”고 반성하며 몸을 낮췄다.

그러나 법안을 주도한 김 의원은 여론의 뭇매에도 요지부동이다. 그는 경기 수원의 한 보수교단 교회에 다니는 독실한 기독교신자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 기독신우회 회장이기도 하다. 그가 종교인 과세 유예라는 자기 ‘소신’을 접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당 안팎의 관측도 이 때문이다.

김 의원은 법안 대표 발의 배경에 대해 “과세당국이 종교계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과세가 이뤄지면 갈등과 마찰이 불가피하리란 주장이다. 정부 입장은 다르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종교인 과세 준비가 잘 갖춰져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 주장대로라면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있는 셈이다. 설사 준비가 다소 미흡해도 남은 기간 철저히 보완하면 그만이다. 2015년 국회에서 압도적 표결로 통과돼 이미 2년을 유예했는데, 시행 5개월도 남지 않은 지금 다시 늦추자는 건 도무지 설득력이 없다.

종교인 과세는 1968년 종교계 반발로 무산된 이후 50년가량 도입이 미뤄졌다. 국민 대다수는 종교인도 헌법에 규정된 납세의 의무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종교계 또한 일부 보수 기독교계를 제외한 천주교와 불교 조계종, 성공회 등이 모두 찬성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종교인 과세를 하지 않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2년 과세 유예는 명분도 없고, 국민개세주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만일 이번에 다시 늦추면 내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 일정을 감안할 때 언제 시행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김 의원은 집권여당의 4선 중진이자, 재경부 세제실장과 경제부총리를 지낸 대표적 세제전문가다. 국회 절차를 거쳐 정부가 2년여 준비해 온 종교인 과세를 다시 늦추려는 속내가 뭔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독교계의 표를 의식한 꼼수라는 지적이 많다. 김 의원은 국민의 대표인지 기독교계 로비스트인지, 스스로의 정체성부터 분명히 밝혀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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