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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 곰탱이? ‘벌꿀인더트랩’도 피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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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 곰탱이? ‘벌꿀인더트랩’도 피해가요

입력
2015.12.1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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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방사됐던 반달가슴곰이 야생에 적응하지 못하고 전남 구례군 종복원기술원 생태학습장에서 살고 있다.
지리산에 방사됐던 반달가슴곰이 야생에 적응하지 못하고 전남 구례군 종복원기술원 생태학습장에서 살고 있다.

“꿀 박스 뚜껑을 다 열어보고 애벌레, 꿀이 많이 있는 상자만 먹어요.”

지난 8일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동면을 앞두고 더욱 분주해진 전남 구례군 마산면 종복원기술원을 찾았다. 종복원기술원 연구원들이 활동하는 현장(▶관련기사 보기 “야생 첫 아기곰 탄생 때 뛸 듯이 기뻤어요.”)과 함께 이들이 들려주는 곰의 특성에 대해 알아보았다.

보통 미련한 사람을 보고 미련 곰탱이라고 하지만 사실 곰은 매우 눈치가 빠르다고 종복원기술원 연구원들은 증언한다. 여기서‘탱이’는 곰이 겨울잠을 자는 곳 중의 하나를 뜻하는 것으로 곰이 나뭇가지가 낙엽, 줄기를 모아 큰 새둥지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바위굴 다음으로 좋아하는 잠자리다.

설탕물은 떨어진 곳에 두고 꿀 즐겨

“곰은 학습효과도 기억력도 뛰어납니다.”연구원들은 곰이 어린아이 5세의 지능에 가깝다며 그 똑똑함에 놀란다.

기술원은 추적용 발신기 배터리를 교체하거나 야생 적응에 실패한 곰을 잡기 위해 드럼통 트랩을 설치한다. 트랩은 눕혀 놓은 드럼통에 반달가슴곰이 좋아하는 꿀을 담은 그릇을 두고 곰이 통 안으로 들어가면 문이 닫히게 되어 있다. 하지만 곰은 발을 밖에 걸치고 상체만 쭉 내밀어 음식만 빼먹기 시작했다. 때문에 기술원은 유인용 먹이를 더 깊숙한 곳에 두기 위해 드럼통을 3개까지 연결해야 했다. 드럼통 입구 차단용 문을 망가뜨리고 먹이를 채가는 곰도 있었다.

곰은 꿀을 먹을 때도 벌통을 열어보고 꿀과 애벌레가 많은 것만 골라 먹는다. 또 벌을 유인하게 위해 벌통 안에 놓은 설탕물을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기도 한다.

곰은 겨울잠을 자기 전 나무에서 떨어져본다고 한다. 손대삼 복원기술부 연구원은“직접 본적은 없지만 예전부터 야생 곰을 봐온 지역주민들은 곰이 나무에서 몸을 던지는 것을 많이 봤다고 들었다”며 “체지방이 축적되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전남 구례군 종복원기술원 교육장에 설치된 포획용 트랩. 반달가슴곰들이 먹이만 빼가는 일이 생기면서 드럼통을 세개까지 연결했다.
전남 구례군 종복원기술원 교육장에 설치된 포획용 트랩. 반달가슴곰들이 먹이만 빼가는 일이 생기면서 드럼통을 세개까지 연결했다.

현재 지리산에는 몇 마리의 곰이 살고 있나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01년 새끼 곰 4마리 시험 방사를 시작으로 2004년부터 반달 가슴곰 종복원 프로젝트에 본격 돌입했다. 그동안 자체 증식을 포함 38마리를 방사해 19마리가 살아 남았고, 야생에서 19마리가 태어나 현재 지리산에서 야생 상태로 살고 있는 반달가슴곰은 38마리가 됐다.

장군, 반순에서 KM53까지… 곰 어떻게 이름 붙나

종복원기술원이 2001년 시험 방사한 네 마리의 곰의 이름은 장군, 반달(수컷)과 반순 막내(암컷)이다. 2004년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부터는 반달곰에 어울리는 한국 이름을 공모했다. 결과 지리산의 대표적인 봉우리인 천왕, 재석. 만복과 대표적 계곡인 달궁, 칠선, 화엄이 뽑혔다. 수컷에게는 봉우리를, 암컷에게는 계곡 이름을 지어주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야생 반달곰에 이름을 붙이자 친근감을 느끼고 야생 동물이 아닌 애완동물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탐방객들이 곰에게 초코파이 등 음식물을 주는 상황까지 생기자 2007년부터는 관리번호로 반달곰을 부르고 있다.

곰 인식번호에 들어있는 KM에서 K는 한국, M은 수컷이라는 뜻이다. 한국에서 자체 증식한 곰은 앞글자에 K가 러시아는 R, 북한은 N, 중국은 C가 들어간다. 뒤에 숫자는 개체 관리를 위해 기술원이 부여한 번호다.

반달가슴곰 귀에 부착하는 위치추적용 주파수 발신기. 종복원기술원 제공
반달가슴곰 귀에 부착하는 위치추적용 주파수 발신기. 종복원기술원 제공

곰이 좋아하는 음식은

꿀을 좋아하는 아기곰 푸우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곰은 꿀을 매우 좋아한다. 꿀을 먹을 때는 미리 노린 벌통 주변에 머물다 초저녁이나 새벽에 꿀통을 덮친다. 인기척에도 놀라고 겁이 많기 때문에 꿀을 먹으려고 내려올 때 사람이 있으면 접근하지 않는다. 또 도토리와 밤을 즐겨 먹는다. 고라니 등 동물의 사체를 먹기도 한다.

곰 만났을 때 대처법은

탐방로로 다니면 곰을 마주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곰을 만났을 때에는 뒷모습을 보이거나 뛰어 도망간다면 곰이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곰은 자기가 먼저 공격하지 않지만 새끼 곰을 데리고 있거나 주변에 새끼 곰이 있으면 사람을 견제하거나 위협할 수 있다고 한다. 큰 소리를 내지 말고 조용히 현장을 빠져 나오는 게 최선이다.

구례=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한송아 인턴기자 ssongpr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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