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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요트야, 자동차야? 마이바흐 6 카브리올레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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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요트야, 자동차야? 마이바흐 6 카브리올레 들여다보기

입력
2017.08.2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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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닛 안에는 엔진 대신 호화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수납공간이 있다. 사진=다임러 그룹 제공
보닛 안에는 엔진 대신 호화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수납공간이 있다. 사진=다임러 그룹 제공

메르세데스 벤츠가 다시 한번 그들의 호화로움을 과시했다. 지난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Concours d'Elegance)’에서 전기 콘셉트카 ‘비전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6 카브리올레’가 공개됐다. 이 차는 지난해 공개된 콘셉트 쿠페 ‘비전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6’의 컨버터블 모델이다.

차를 들여다보기 전에 이 차가 공개된 행사를 먼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올해로 67회를 맞이하는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는 북미 최대의 클래식카 경연장이자 자선 행사다. 유럽의 ‘빌라 데스테 콩쿠르 델레강스’와 함께 전 세계 클래식카 이벤트의 양대 산맥을 이룬다. 유서 깊고 매혹적인 클래식카를 최고의 상태로 복원해 우승자를 가리는 자리다.

19일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에서 최초로 공개된 비전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6
19일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에서 최초로 공개된 비전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6

동시에 전 세계 부자들이 고상하고 우아한 취미를 드러내는 사교의 장이기도 하다. 프랑스어로 델레강스는 ‘우아함’을 의미한다. 이곳에선 차는 물론이고 모인 사람들 역시 우미함을 잃지 않는다. 고급 차를 만드는 회사들이 이런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칠 리 없다. 부자들이 군침을 흘릴 만한 호화롭고 특별해 보이는 차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이유다. 어떤 차는 경매로 나와 자선 목적으로 팔리기도 한다.

비전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6 카브리올레가 페블비치에서 처음 공개된 목적은 명확하다. 바로 전 세계 부호들의 마음을 흔들어보겠다는 의도다. 생김새부터 요트인지 차인지 분간이 안 간다. 전체적으로 긴 유선형이지만 그 안에는 절제된 직선이 시원시원하게 뻗어있다. 헤드램프 위에서부터 시작한 선은 도어를 거쳐 테일램프까지 한 번의 망설임 없이 이어진다. 이는 마치 1930년대에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아르 데코(Art deco) 미술 양식을 떠올리게 한다. 길이는 6m에 달하지만, 오직 두 명만 탈 수 있다. 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발상인가!

요트의 라운지처럼 생긴 비전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6 카브리올레의 실내
요트의 라운지처럼 생긴 비전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6 카브리올레의 실내

앞모습을 보면 자비라곤 없어 보인다. 가늘게 뜬 헤드램프의 모습은 이제 막 잠에서 깼다기보다 누군가 잠을 깨워 언짢은 모습이다. 과연 저 공간을 통해 충분한 광량이 나올지도 의심스럽다. 전기차라 공기 흡입이 필요 없겠지만, 전면에 부딪히는 공기의 흐름을 양옆으로 매끄럽게 보내주는 촘촘한 크롬 그릴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있다.

가느다란 눈빛에서 만만치 않은 성깔이 느껴진다. 이 차는 100㎞/h까지 4초도 걸리지 않는다
가느다란 눈빛에서 만만치 않은 성깔이 느껴진다. 이 차는 100㎞/h까지 4초도 걸리지 않는다

그릴은 과거 부자들이 즐겨 입었다는 핀스트라이프 슈트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릴 가운데 작게 새겨진 ‘MAYBACH’란 글자가 특별함을 더한다. 그릴과 궤를 같이 하는 촘촘하고 거대한 24인치 휠은 그 자체만으로도 멋지지만, 백미는 센터 록이다. 가운데에 ‘삼각별’이 커다랗게 박히고 테두리가 로즈 골드 색으로 칠해져 현대판 귀족들이 타는 마차를 연상시킨다.

뒷모습은 끝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게 영락없는 요트의 유선형이다. 테일램프는 헤드램프와 비슷한 두께로 직선으로 얇게 퍼져 모서리까지 닿는다. 배기가스가 나오지 않는 덕에 테일 파이프는 없다. 대신 알루미늄의 디퓨저가 일자로 휠 아치까지 넓고 가늘게 뻗어있다. 소프트 톱에 박힌 마이바흐의 문양이 정체성을 더한다.

유선형으로 길게 쭉 뻗은 뒤태의 비율은 고전적이며 안정적이다. 과거의 재해석은 바로 이런 것이다
유선형으로 길게 쭉 뻗은 뒤태의 비율은 고전적이며 안정적이다. 과거의 재해석은 바로 이런 것이다

요트의 분위기는 실내로 이어진다. 도어 트림을 한 바퀴 둘러 탑승 공간을 명확히 구분 짓는 크롬 장식과 고급 라운지 스타일의 시트 디자인은 영락없는 요트의 모습이다. 안으로 시선을 돌리면 이 차는 미래에서 왔음을 바로 알 수 있다. 즉, 아직은 현실적이지 않은 콘셉트카라는 뜻이다.

시트를 비롯해 실내를 덮은 나파 가죽 곳곳엔 ‘삼각별’ 장식이 별처럼 떠 있으면서 은은하고 푸른 빛을 낸다. 가장 인상적인 건 대시보드에 완전히 통합된 센터 디스플레이다. 디스플레이의 경계는 뚜렷해 보이지 않는다. 다만 푸른 띠가 디스플레이와 함께 실내를 360° 둘러 미래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두 개의 화면으로 보여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곧 다른 차에서도 볼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를 해본다. 다이얼과 인스트루먼트 클러스터 등엔 클래식하고 아날로그스러운 느낌을 살려 이른바 ‘하이퍼아날로그(Hyperanalogue)’를 실현했다고 한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센터 터널은 전기차의 캐릭터를 나타낸다.

전기차에도 막강한 그랜드 투어러(GT)가 등장했다. 과연 어떻게 양산될지 기대해본다
전기차에도 막강한 그랜드 투어러(GT)가 등장했다. 과연 어떻게 양산될지 기대해본다

앞서 말했듯이 이 차는 고성능 전기차다. 네 개의 작은 전기 모터가 네 바퀴를 굴린다. 시트 아래쪽에 평평하게 내장된 배터리는 최고출력 750마력의 힘을 뿜어낸다. 100㎞/h까진 4초가 채 안 걸린다. 한 번 완전 충전으로 최대 500㎞까지 달릴 수 있다. 급속 충전은 CCS에 기반을 한 DC 방식이며, 최대 350㎾까지 충전할 수 있다. 5분 급속 충전만으로 최대 100㎞까지 달릴 수 있다.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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