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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시티홀, 현실서도 '정치 동화' 볼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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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시티홀, 현실서도 '정치 동화' 볼수 있을까

입력
2009.06.03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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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시티홀'의 배경이 되는 인주시는 '고인물'이다. 경제발전은 더디고, 유동인구는 적다. 그 탓에 새로운 부(富)는 다리 건설 같은 개발 사업으로 유입되고, 이를 결정하는 것은 시장이다.

시민은 학맥과 지연으로 시장을 뽑고, 시장은 지지자들에게 떡고물을 흘려주는 곳이다. 인주시는 현실의 더러운 정치행태를 집약시킨 가상의 땅이고, 신미래(김선아)는 인주시를 바꾸려고 나타난 '원더우먼'이다.

시청 10급 공무원이었던 신미래는 시민의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오직 시민을 위해 살 수 있는 마음을 가졌다. 여기에 냉정한 정치인 조국(차승원)과 따뜻한 행정가 이정도(이형철)가 가세해 좋은 지도자가 유능한 정치와 행정과 결합하는 '삼두정치'의 틀을 갖춘다.

'시티홀'의 시장 보궐 선거는 현실 정치 안에서 이상적인 개혁이 가능할 것인지 실험하는 일종의 정치 시뮬레이션이다. 인주시의 전 시장이 '밴댕이 아가씨 선발대회'를 이용해 공금을 유용하고, "국민은 부정부패보다 여성 스캔들에 더 분노한다"는 식의 말은 신문 사회면에 그대로 실려도 좋을 만큼 현실적이다.

김은숙 작가는 SBS '파리의 연인'이나 SBS '온에어'보다 멜로를 느슨하게 한 대신, 그 자리에 현실적인 정치 동화를 집어 넣으면서 자신이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 동화는 맛나는 현실 풍자에 비해 이상을 뒷받침할 대안이 부족하다. '시티홀'은 인주시민을 정치에 무관심하고 무지한 존재로 그린다.

하지만 동시에 인주시민은 내 집 앞에 도로가 나면 좋아하고, 10급 공무원 자리도 이장이 '힘쓰면' 수월해진다는 걸 안다. 그들은 정치가 썩었다면서도 정치의 떡고물을 바라고, 정치인을 욕하면서도 부패한 전 시장을 당선시켰다.

'시티홀'은 이상적인 지도자를 세울 뿐, 그를 뽑는 대중의 문제를 생략한다. 신미래는 '서민 이미지'를 강조하는 포스터를 찍고, 인터넷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그 사이 신미래의 지지율은 구체적인 설명 없이 상승한다.

'시티홀'은 대중을 '감동 정치'에 뒤바뀌는 존재로 묘사할 뿐, 그들의 현실 인식에 도전하지 않는다. 정치적 문제는 오직 '사람의 선의'로만 해결된다. 물론, 그래도 신미래는 당선될 수 있다. 하지만 감동은 짧고, 일상은 계속된다.

신미래에게 필요한 건 '원더우먼'의 능력이 아니라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정책과 정치 시스템이다. 그래서, '시티홀'은 동화다. 동화처럼 흐뭇하지만, 결국 TV속에서나 가능한 동화라는 체념을 함께 준다. '시티홀'이 여기서 한 발 더 나갈 수 있을까.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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