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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기대주들

입력
2014.06.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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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남경필 원희룡 홍준표, 野 안희정 박원순 김부겸

열띤 내부 경쟁으로 단련되면서 원대한 비전 가지길

6ㆍ4 지방선거가 끝났다. 여당 지지자들은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경기를 지키고, 인천을 되찾은 것을 들어 괜찮은 결과라고 자위한다. 야당 지지자들은 서울과 강원도를 지키고 충청권을 싹쓸이한 데서 정권획득 가능성이 열렸다고 여긴다. 여야 어느 쪽도 승패를 거두지 못한 무승부, 또는 민심이 여야 모두에 따가운 경고를 날렸다는 언론의 대체적 평가도 같은 맥락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지방선거 판세에는 어느 때보다 무관심했다. 대신 몇몇 광역단체장 후보가 지역별 정당 지지도와 별도로 개인적 득표력을 얼마나 보일지, 또 그 힘이 주변 광역단체나 기초단체 선거에 어느 정도나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갔다. 크고 작은 전쟁과 전투가 뛰어난 장군을 벼려내듯, 선거는 어떤 수준이든 차세대 지도자를 단련시키는 훈련장이기 때문이다. 아직 먼 얘기 같지만, 2017년 대선에 앞두고 광역단체 수준의 득표력을 검증할 선거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차세대 대선 주자들의 역량을 가늠하기에는 2016년 총선보다 이번 선거가 낫다.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가 5일 부인 강난희씨와 함께 종로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에게 선물을 받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가 5일 부인 강난희씨와 함께 종로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에게 선물을 받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다음 대통령 선거가 지역과 세대(世代)로 갈린 지지성향 분포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현재의 여당과 야당은 각각 영남과 호남의 표밭을 근거로 시작된 표 몰이를 거대한 수도권 표밭으로 이어갈 수 있어야 승산이 있고, 그 시험대가 충청권이다. 현재의 야당은 DJP연합과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충청권을 잡고서야 두 차례 집권에 성공했다. 이런 점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기대주는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다. 과거 JP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그 동안의 영향력과 이번 선거 득표력은 ‘리틀 JP’로 불릴 만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일한 국정 경험과 상대적

온건ㆍ실용 노선도 차기 야당 대선 주자의 ‘규격 요구’에 어울린다. 충청권에서 호남과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표맥(票脈)을 틀어쥘 유력한 인물이다. 대전과 세종, 충북의 동반승리에 미쳤을 영향력도 관심거리다.

연임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압도적 승리도 눈에 띈다. 광역단체장 가운데 유일하게 서울시장 경력이 대선 승리의 밑거름이 된 바 있어, 그의 거취에 눈길이 쏠린다. ‘권력의지’에 대한 유권자의 물음표는 7선 의원 출신인 정몽준 후보와의 싸움을 통해 많이 지워졌다. 안철수 의원에 쏠렸다가 흩어진 ‘새정치’ 기대가 모여들 피난처로 여겨지기도 한다.

사지(死地)에서 2012년 총선과 이번 지방선거 내리 40%의 놀라운 지지를 끌어낸 김부겸 전 의원도 주목된다. 특히 이번 대구 전체의 40% 획득은 총선 이후 한결 확장된 득표력을 보여주었다. 2016년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부산 출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잇는 영남 출신 야당 주자로서 손색이 없다.

6·4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남경필 당선인이 5일 오후 경기도 안산 세월호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만나 함께 분향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6·4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남경필 당선인이 5일 오후 경기도 안산 세월호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만나 함께 분향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에서는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와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가 우선 눈에 띈다. 남 당선자는 세월호 참사의 진원지로서 여당 비판 분위기가 어느 곳보다 강한 경기에서 김진표 후보를 눌렀다. 총선과 당권경쟁 등의 온실에서 나와 너른 들판에서 경쟁력을 유감없이 보였다.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가 보인 60%의 득표력도 지역 특성에 비춰 놀랍다. 여당 내에서 가장 진보색채가 두드러진 그는 일찌감치 당내 개혁파의 ‘미래 주자’로 여겨졌던 만큼 이번 당선이 그의 정치행보에 줄 탄력이 기대된다. 재선에 성공한 홍준표 경남지사의 대선 도전 가능성도 여전하다. 다만 표밭에서 60%도 안 되는 득표에 그쳤고, 지역 특성상 표의 확장력이 약하다는 한계는 안을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에서 두각을 보인 이들 6명 외에도 차세대 주자로서 기대를 모으는 여야 정치인은 많다. 중요한 것은 확고한 세력기반과 그 확장 가능성이다. 여야 할 것 없이 탄력적 사고와 포용력, 확고한 권력의지가 그런 현실적 경쟁력의 바탕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앞으로의 노력과 당내 경쟁을 통해 다른 주자들과 함께 이들도 더욱 강한 근육과 넓은 가슴을 갖추기를 바란다.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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