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은경 기자

등록 : 2015.12.11 11:10
수정 : 2015.12.11 11:27

“야생 첫 아기곰 탄생 때 뛸 듯이 기뻤어요”

지리산 반달곰 복원 종복원기술원 연구원들

등록 : 2015.12.11 11:10
수정 : 2015.12.11 11:27

손대삼(왼쪽) 선윤식 연구원이 지난 8일 전남 구례군 토지면 지리산에서 안테나와 각도기를 이용해 새끼 곰의 위치를 추적하고 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한송아 인턴기자 ssongpr2@gmail.com

지난 8일 아침 전남 구례군 토지면 지리산 해발 500m 부근.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복원기술부 연구원들은 주파수 수신기에 ‘삑삑’소리가 들리는 것을 확인했다.

지난달 초 방사한 두 마리 새끼 곰 중 하나인‘KM53’이 포착된 것이다. 지난 1월 북한산 곰과 중국산 어미 곰 사이에서 태어난 수컷이다.

손대삼(39) 복원기술부 연구원과 선윤식(24) 연구원은 수신음이 포착된 꼬불꼬불한 좁은 산길 중턱에서 안테나와 각도기로 곰의 위치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수신음은 가까울수록 크게 나고 멀어질수록 작아졌다. 수신음이 갑자기 불규칙적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새끼 곰은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반달가슴곰은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329호. 현재 지리산에서 야생 상태로 살고 있는 반달가슴곰은 38마리다. 인위적으로 복원하지 않을 경우 멸종확률은 98%라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이에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04년부터 반달 가슴곰 종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반달가슴곰이 동면을 앞둔 요즘은 연구원들이 더욱 바쁘다. 곰이 동면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후에는 새끼 출산 여부를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 포획을 해 추적용 발신기 배터리를 교체한다. 위치 추적 외에도 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양봉 농가에 설치한 100여개 전기 울타리와 산 속 밀렵 도구를 제거하고, 생포용 트랩을 닫는다. 이날 전기 울타리를 제거하는 동안 두 연구원은 벌망을 쓰고 조심조심 걸었다. 자칫 벌이 든 상자를 잘못 건드리거나 자극할 경우 벌의 공격을 받기 때문이다.

손대삼(오른쪽) 선윤식 연구원이 지리산 한 양봉농가에서 곰 퇴치를 위해 설치된 전기울타리를 제거하고 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한송아 인턴기자 ssongpr2@gmail.com

“곰들이 활동량이 많을 때는 구례에서 남원까지 이동합니다. 하루에 10㎞ 이상 산 속을 이동하는 거죠. 덕분에 우리도 비포장 도로를 하루에 400㎞까지 달리기도 합니다.” 차로 이동하지 않으면 탐방로가 아닌 험한 산길을 하루에 6시간 이상 걸어야 한다. 그래서 기술원 연구원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은 바로 체력이다.

복원기술부에는 2006년부터 반달가슴곰 복원 연구를 해 온 김정진 팀장을 비롯해 반달가슴곰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생물학, 산림자원학, 조경학, 환경공학 전공자들이 대부분이다. 지난 10여년 반달가슴곰에만 몰두하다보니 곰 개체마다 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기울타리, 탐방객 교육과 같은 반달곰 피해를 막는 노하우도 생겼다.

연구원들이 가장 기뻤던 때는 2009년 야생에서 처음 새끼 곰이 태어났을 때다. 반달가슴곰들이 야생에 잘 적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해에 동면하던 어미와 새끼는 겨울을 나지 못했다. 기뻤던 만큼 안타까움도 컸다.

지난달 초 방사한 두 마리 새끼 곰 중 한 마리가 적응장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종복원기술원 제공

반달가슴곰을 야생으로 돌려 보낼 때 어려웠던 점은 크게 두 가지다. 방사 초기에는 탐방객들이 귀엽다며 초코파이 등 음식물을 나눠준 것이고, 지금은 사람들이 지정된 등산로로 다니지 않으면서 곰의 동면이나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다. 탐방로에서 음식물을 기다린 곰들은 결국 다시 데리고 왔다.

지역 주민의 반발도 컸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반달가슴곰으로 인한 피해 보고는 359건으로 이 가운데 약 90%가 한봉 양봉농가였다. 하지만 전압이 통하는 울타리를 설치해 피해 건수는 최근 3년 사이 10건 이내로 줄었다. 주민들이 종복원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반달가슴곰을 지역의 랜드마크로 활용하면서 쌀, 사과 등의 디자인에 접목하는 움직임도 있다. 김정진 팀장은 “일이 힘드니까 지원하는 사람들도 점점 줄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아도 반달가슴곰들이 야생에서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힘 쏟겠다”고 말했다.

구례=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한송아 인턴기자 ssongpr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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