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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학생부 종합전형을 위한 변명

입력
2017.05.2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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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종합전형(이하 학종)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전형에 논란의 소지가 상당한 것은 사실이다. 많은 교사, 학부모, 학생이 학종의 공정성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품고 있다. 학종이 부모의 경제력이나 정보력이 좋은 학생에게 유리한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도 비등하다.

학종에서는 교과 성적 외에 교내 수상, 동아리 활동, 봉사 등과 같은 비(非)교과 영역까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학종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는 주로 이 비교과 영역에 대한 평가에서 비롯한다. 비교과 영역 평가 결과가 교과 성적에서의 우위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성적에 따라 한 줄로 서서 대학에 진학하는 방식에 익숙한 이들로선 수긍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학종의 경우 어느 학교에서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학생부의 내용이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최근 EBS 다큐프라임 제작진은 학생부의 양이나 질이 학생의 내신 등급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밝혀내기도 했다. 한편 비교과 활동은 스펙 쌓기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비교과 영역 평가는 부모의 체계적 지원을 받는 학생에게 유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사람들은 학종이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학종이 숱한 문제점을 안고 있음에도 유수 대학을 중심으로 그 비중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는 학종이 교육의 본령에 가장 부합하는 미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의 본령은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의 가치와 잠재력을 발견하고 그것을 계발하도록 진정성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그런데 기존의 서열과 등급만을 따지는 입시는 이런 교육다운 교육을 실천하는 데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했다. 교과 성적이 아닌 다른 분야에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공평한 자기계발의 기회를 얻기 무척 어려웠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인성이 날로 피폐해지고 행복수준 또한 OECD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학종은 지원자가 자신의 꿈과 끼를 찾고 키워가는 노력과 열정을 평가하여 좀 더 나은 자기계발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암묵적 합의를 전제로 도입되었다. 학종의 도입으로 교사는 개별 학생의 장점과 특성을 파악하여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데 익숙해지게 되었다. 학생은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며 깨어 있는 학교생활을 영위하게 되었다.

아울러 학종은 지방 및 일반고 출신 학생들이 유수 대학에 진학하는 데 의미 있는 사다리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운용의 묘를 잘 살린다면 학종이 계층 간 교육격차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상당함을 시사한다. 따라서 득실의 비교형량 측면에서 볼 때 학종의 비중은 더욱 확대되는 것이 마땅하다. 다만 학종이 미래지향적 대입 전형으로서 안착하려면 공정성과 형평성을 담보하기 위해 배전의 노력이 경주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 고교 수준에선 학생부 작성에서 신뢰성과 책임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부풀리기나 조작 시비에 휘말릴 소지를 남겨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학교나 교사 특성 때문에 학생부 내용이 크게 달라진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교과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만 학종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성적 경쟁이 한층 격화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대학으로선 합격과 불합격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런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선호하는 인재상에 대한 정보를 명시적으로 제시할 수 있을 법하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정성적 평가를 지향하는 학종에서 정량적 잣대만으로 학생을 재단하는 일은 경계해야 마땅하다. 이 전형에 계층 편향적 요소가 있음을 깊이 인식하고 형평성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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