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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무서리와 된서리

입력
2017.10.22 14:0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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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은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절기인 상강(霜降)이다. 상강 무렵이 되면 일 년 중 가장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씨가 계속되는 대신에 밤의 기온이 낮아져 대기 중의 수증기가 지상의 물체 표면에 얼어붙는 서리가 내리게 된다.

그런데 서리의 형태도 요즘과 같은 상강 즈음에 내리는 서리와 늦가을 혹은 겨울에 내리는 서리가 서로 다르다. 상강 즈음에 내리는 서리를 ‘무서리’라고 하는데, 이는 ‘가을에 처음 내리는 묽은 서리’를 말한다. ‘무서리’에서 ‘무’는 ‘물’에서 ‘ㄹ’이 탈락된 형태인데, 이와 비슷한 구성의 단어로 ‘무더위’가 있다.

‘무서리’는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에 나온다.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이 오지 않았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어대고 한여름에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으며 늦가을 무서리 같은 갖은 풍상(風霜)을 겪고서도 마침내 노란 꽃잎을 피워내는 국화꽃의 강인한 생명력을 묘사함으로써 시인은 생명의 탄생을 노래했다.

무서리와 반대로 늦가을에 아주 되게 내리는 서리를 ‘된서리’라고 한다. 흔히 ‘된서리를 맞았다’고 하면 ‘모진 재앙이나 억압을 당해 고통을 겪었다’는 의미로 사용되는데, 예를 들어 ‘조류 인플루엔자 때문에 삼계탕집들이 된서리를 맞았다’와 같이 쓸 수 있다.

‘된서리’에서 ‘된-’은 형용사 ‘되다’의 관형사형인데, ‘되다’는 ‘몹시 심하거나 모질다’, ‘일이 힘에 벅차다’의 뜻으로 쓰인다. 그래서 ‘된더위’는 ‘몹시 심한 더위’를, ‘된매’는 ‘아주 심하게 맞는 매’를, ‘된바람’은 ‘매섭게 부는 바람’을 뜻한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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