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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앉은 북한-미국 ‘핵 보유국’ 싸고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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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앉은 북한-미국 ‘핵 보유국’ 싸고 설전

입력
2017.12.17 02:2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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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비확산 장관급 회의서

북한 자성남 “핵 보유국” 주장에

틸러슨 “김씨 정권 긴장 책임을”

틸러슨 “북한, 대화 이뤄지기 전에

위협 행동 지속적 중단 있어야”

‘조건 없는 대화’서 3일 만에 유턴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5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장관급 회의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5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장관급 회의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북한이 15일(현지시간) 이례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무대에서 함께 앉아 설전을 벌였다.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에 대해 북한이 ‘핵보유국’ 주장을 거듭함에 따라 비핵화 협상 전망은 여전히 어둡지만, 군사적 충돌 위기를 피하기 위한 대화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도 대두되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비확산 및 북한'을 주제로 열린 유엔 안보리 장관급 회의에 참석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외교적 압박은 북한의 비핵화가 달성될 때까지 지속돼야 한다”며 북한 비핵화를 강력 촉구했다. 틸러슨 장관은 그러면서 “외교가 해법을 만들기를 희망한다. 북한과 소통채널을 계속 열어둘 것이다. 북한은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하며 "북한과의 대화가 이뤄지기 전에 위협적 행동의 지속적 중단(sustained cessation)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한 토론회에서 ‘전제 조건 없는 첫 대화’를 언급했던 그는 백악관의 제동 이후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AFP통신과 의회전문지 더 힐은 당초 배포된 틸러슨 장관의 연설 초안에는 앞서 강조했던 ‘조건 없는 대화’와 관련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으나 어찌 된 일인지 그가 사전 자체 검열이라도 한 듯 실제 연설은 달랐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회유성 발언과 날카로운 대조를 이루는 명백한 유턴”이라고 평가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의 불편한 간극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틸러슨 장관은 아울러 "미국은 평양 정권이 세계를 인질로 잡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는 물론 앞으로 북한의 무모하고 위협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계속 책임을 지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틸러슨 장관은 ‘우리는 북한과의 전쟁을 추구하거나 원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우리는 방어를 위해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왔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도 대북 압박 강화를 촉구했다. 그는 "핵무기에 필요한 자금을 대기 위해 노예 같은 조건에서 일하는 북한의 파견 노동자를 계속 허용하는 것은 평화를 위한 파트너로서 러시아의 노력에 의문을 제기한다"면서 북한의 해외노동자 수용 중단을 요구했다. 그는 또 “북한으로 원유가 지속적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면서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도 중대한 함의가 있는 이슈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중국의 공언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며 중국에 대북 원유공급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 이해 당사자국 자격으로 이례적으로 참석한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안보리 15개국 이사국의 1차 발언 후 발언권을 얻어 “우리는 책임 있는 핵보유국”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자 대사와 마주 보는 좌석에 앉아있던 틸러슨 장관은 추가 발언 신청을 통해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불법적인 핵폭발 장치를 터뜨리고,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한 나라가 있다. 가장 강력한 제재를 통해 처벌을 받는 한 나라가 있다. 북한 ‘김씨 정권’이다”며 “그들은 이런 긴장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회의에 참석한 조현 외교부 2차관도 “북한의 유감스러운 주장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며 “수많은 안보리 결의에서 보듯 국제 사회는 어떤 경우에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거듭해서 분명히 해왔다”고 맞섰다.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 정부 내에서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만들기 위해 힘을 쓰는 대표적 인사지만, 북한이 ‘핵보유국’ 주장을 고수하면서 그의 대화론이 힘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백악관과 잦은 엇박자로 국무장관 교체설도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안보리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에게 "대화와 관련해 우리는 (북한의) 전제조건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핵ㆍ미사일) 동결을 위한 동결'이나 북한에 대한 어떤 제재 완화, 인도주의 지원 재개 등을 대화 전제조건으로 수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대화 채널은 열려있고, 북한도 그것을 안다. 그들은 문이 어디 있는지 알고, 그들이 대화를 원할 때 걸어 들어올 문을 안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과의 대화 여부나 시점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입장'(same page)이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확실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정책을 추구하는 데서는 틈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보유국 주장으로 당장 비핵화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지만, 군사적 충돌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대화채널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오해가 충돌로 확대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남북 간 및 군사 당국간 채널을 포함해 북한과 즉각 소통채널을 재건, 강화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해 북한의 참가를 촉구했다.

조현 외교부 2차관도 “도발이 충돌로 이어져서는 안 되고 대화나 평화의 문도 닫아서는 안 된다”며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대화 복귀를 촉구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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