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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비정부(NGO) 연구협의체 만들자

입력
2016.08.0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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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THAAD)는 효과적인 북한 핵무기 방어수단인가. 법인세를 올리면 투자가 줄어드는가. 토론회가 열려도 각자 주장을 쏟고 헤어진다. 전문가 간 공감대 형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정책 결정에는 이념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이견이 있기 마련이다. 이를 잘 해소하고 옳은 결정을 하는 국가는 발전하고 그렇지 못한 국가는 정체한다. 우리는 어떤가.

이견해소 수단은 논리와 이해관계 조정이다. 논리의 시작은 사실관계 확인이며, 이해관계 조정은 힘에 따른다. 어떤 사안에 대해 이념상 좌우의 입장이 1과 9라고 하자. 논리에 의해 그 차이가 3과 7로 좁혀지면 그 사이에서 이해관계에 따라 비교적 쉽게 의사결정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논리가 1과 9를 좁히지 못하니 늘 평행선을 달린다. 결정은 미루어진다. 결정되어도 힘에 의해 2 혹은 8로 편향된 결론이 난다. 이래선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얼마 전 동남권신공항 입지를 놓고 대부분 국민은 밀양과 가덕도 간의 선택만 생각했다. 김해공항 확장은 관심을 끌지도 못했다. 논리적인 대안보다는 지역갈등만 부각된 탓이다. 결국 외국 컨설팅 업체의 판단을 따르는 것으로 했다. 국내에는 중립성을 인정받는 전문가 집단이 없다는 뜻 아닌가. 과거 한탄강댐 규모를 정하기 위한 회의도 생각난다. 폭우 가능성이 높을수록 댐을 크게 지어야 하므로 폭우 가능성이 쟁점이 되었다. 댐 건설 찬성파인 당시 건교부 추천 학자는 폭우 가능성을 높게 본 반면, 반대파인 강원도 추천 기상학자는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전문가 집단의 위기이다. 전문성의 깊이가 얕은 탓도 한 요인일 것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전문가 집단이 이념이나 이해관계에 매몰되어 객관적 판단을 못 하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가 좌우 중 하나의 편이 되어 상대 의견에는 귀를 닫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보고서 조작혐의로 기소된 서울대 교수는 이해관계를 좇은 극단적 사례이다. 이념과 이해관계를 초월, 사안별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믿을 만한 전문가 집단은 없는 것인가.

연구기관은 많으나 모두 한계가 있다. 국책연구기관은 정부 입장에 반하는 주장을 펴기엔 한계가 있다. 이런 점에서 국책연구기관 중 하나 정도는 중립지대에 있는 것이 좋겠다. 대기업이나 정치권의 연구기관은 당연히 이해관계를 초월할 수 없다. 대학교수 중 중립적인 인사를 찾아볼 수는 있으나 이들은 조직되어 있지 않아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희망은 전문가로 구성된 순수 비정부(NGO) 연구소다. 그런데 이들은 대부분 이념적 지향성이 있다. 서로 다른 진영의 주장에 귀를 잘 기울이지 않는다. 이견을 좁혀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건강한 좌우 이념을 가진 NGO연구소를 느슨하게 묶어내는 중립적 협의체가 필요하다. 협의체는 심도 있는 토론회를 통해 좌우의 참석자들이 공감 가능한 범위를 도출해야 한다. 협의체는 기계적인 중립성이 아니라, 무리한 주장은 배제하는 적극적인 사회자 역할을 해야 한다. 사안별로 결론까지 내주면 좋겠으나 그것은 어려울 것이다. 1과 9의 차이를 3과 7로만 좁혀도 대성공이다. 아니, 상대의 생각과 이견의 원인만 발견해도 성공이다. 간혹 언론사가 이런 토론을 주관하기도 하나 국민은 그 언론사의 색깔에 맞추어 색안경을 낀다. 우리에겐 일단 이념적 독선 없는, 중립적인 토론의 개최자가 필요하다.

이 협의체는 NGO연구소 대표들로 구성하면 될 것이다. 각 연구소는 아무런 제약 없이 얼마든지 이념 편향적일 수 있다. 논리와 열린 귀로 참여만 하면 된다. 그러나 협의체의 집행부는 중립성을 인정받는 인사들로 구성해야 한다. 개인적 욕심이 있는 사람도 곤란하다. NGO연구활동을 하는 전문가들께 호소하고 싶다. “우리 모여 혼돈의 시대에 순수한 전문가 집단의 역할을 만들어 보십시다.”

박진 KDI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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