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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우병우와 노무현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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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우병우와 노무현의 저주

입력
2016.07.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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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검사 시절 ‘독종’으로 불렸다. 사건을 한 번 물면 절대 그냥 놔주지 않는다는 데서 생긴 별명이다. 부하 검사들을 혹독하게 훈련시킨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의 사시 합격, 만 23세 서울지검 검사 발령이 말해주듯 머리도 비상하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맡은 사건을 며칠 만에 완전히 파악하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과 대검, 법무부의 요직을 줄줄이 꿰찬 것만 봐도 그의 능력을 짐작할 수 있다.

▦ 우 수석의 또다른 별명은 ‘기브스’다. 대학 시절 얻은 별명이 검사가 되고 나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검사로 늦게 임용된 대학 선배에게 반말을 하는 등의 행태로 “싸가지 없다”는 말을 듣고 살았다고 한다. 어디선가 들은 일화 한 토막. 우 수석이 대구지검 특수부장으로 재직하던 때 카페에서 누군가에게 “요즘 민선 지자체장들이 선거로 뽑혀서 그런지 너무 뻣뻣하다”고 고성을 질렀단다.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이 연신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지역의 군수였다.

▦ 우 수석이 최근 곤경에 빠진 배경도 이런 안하무인 태도와 무관치 않다는 말이 나온다. 주변에 너무 적을 많이 만들어 권력의 칼이 거꾸로 자신을 향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번 부동산 파문도 우 수석과 친박계 핵심과의 갈등에서 불거졌다는 설이 그럴듯하다. 검찰의 수사, 정보라인에 이어 국정원의 국내 정보 파트까지 ‘우병우 라인’이 장악하면서 여권 내부에 견제 기류가 강해졌다는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 퇴임 때까지 함께 할 확실한‘순장조’로 분류될 만큼 신임이 컸으니 그럴 만도 하다.

▦ 야권에서도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사했던 악연으로 우 수석에 대한 반감이 크다. 대검 중수1과장인 그는 주임검사를 맡아 노무현을 10여 시간 동안 강도 높게 조사했다. 당시 수사는 이인규 중수부장, 홍만표 수사기획관, 우 과장 등이 ‘삼각 편대’를 이뤘다. 문재인은 회고록에서 노무현 조사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대단히 건방졌다. 말투는 공손했지만 태도엔 오만함과 거만함이 가득 묻어있었다”. 잘 나가던 홍만표 변호사가 공교롭게 노무현 7주기 즈음에 정운호 게이트로 구속됐다. 이제 권력 실세로 군림하던 우 수석마저 벼랑 끝에 몰렸다. 이쯤 되면 ‘노무현의 저주’란 말이 나올 법하다.

이충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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