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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 없애달라” 친족 성범죄도 ‘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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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 없애달라” 친족 성범죄도 ‘미투’

입력
2018.03.1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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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성교육’ 확대 지적도

"중학교 때였습니다. 친할아버지께서 제 가슴을 만지면서 '가슴 되게 크네? 하셨습니다. 가족들이 있었는데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며칠 후 엄마에게 말했더니 돌아오는 말은 '엄마도 어릴 적에 할아버지가 가슴 만졌어'였습니다. 지금도 할아버지를 만날 때마다 그 생각이 들고 무섭습니다."

"21년 전, 저는 9살이었고 오빠는 13살이었습니다. 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오빠라는 지위를 이용한 강압적인 태도였습니다. 몇 년 전 어머니를 통해 오빠에게 과거의 상처를 알렸습니다. 오빠는 사과했지만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제 인생의 한 부분을 어둡게 만들었습니다."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페이지 '미투 대나무숲'에서 발견된 게시글 일부다.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과거 가족에게 성폭력을 당한 기억을 조심스럽게 꺼내놓는 피해자들이 늘고 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친족 성폭력 범죄는 2014년 631건, 2015년 688건, 2016년 730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애초에 성범죄가 신고율이 10% 미만으로 굉장히 낮은 데다, 친족 성범죄는 신고율이 집계조차 어려울 정도로 낮아 암수율(暗數率·드러나지 않은 범죄의 비율)이 높은 범죄라고 지적한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친족 성폭력 범죄도 살인죄처럼 공소시효를 폐지해 달라'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한 청원자는 "어린 시절 친오빠에게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으나 갈 곳도 없었고, 어머니가 충격을 받을까봐 혼자 참았다"면서 "그때 나는 어린이에 불과했다. 지금이라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친족 성폭력 사건 공소시효를 폐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에 따라 13세 미만 미성년자나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범죄는 공소시효를 두지 않는다. 그러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친족일 경우에는 가중 처벌만 할 뿐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규정은 없다.

성범죄 피해 전담 국선변호사인 신진희 변호사는 "미투 운동 시작 이후 수십년 전에 친족에게 당한 성폭력 피해를 고소하고 싶다는 문의가 많이 늘었다"면서 "공소시효를 일일이 계산해 고소가 가능한지 말씀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신 변호사는 "용기를 내 상담 받으러 오셨는데, 현행법상 고소가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리면 크게 낙담하신다"면서 "친족 성범죄는 특성상 피해 당시 신고나 고소를 하기가 매우 어려운데, 공소시효가 있다 보니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불합리함을 느끼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친족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에 관한 논의와 더불어 아동·청소년이 아닌 '어른 성교육'과 '부모 성교육'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는 "네덜란드에서는 성인이 되면 성인으로서 지킬 의무를 배우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학교에서 부모 교육을 하는데 바쁘다는 이유 등으로 참석률이 저조하다"면서 "부모 교육을 안 받으면 페널티를 주는 식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대표는 "내 아이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자녀에도 관심을 가져 서로 '사회적 부모'가 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아동학대의 경우 학대 징후를 보일 때 주변에서 개입하거나 기관에 알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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