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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 이용마 MBC 해직 기자 "방송 정상화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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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 이용마 MBC 해직 기자 "방송 정상화 됐으면"

입력
2016.09.2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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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사태 이후 이용마 기자의 이름 앞엔 ‘해고 기자 1호’라는 설명이 붙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사태 이후 이용마 기자의 이름 앞엔 ‘해고 기자 1호’라는 설명이 붙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저는 괜찮습니다.” 수화기 너머 목소리는 침착했다. 2012년 MBC 파업 사태로 4년 6개월째 해직 상태인 이용마 MBC 기자가 암 투병 중이라는 소식이 김종구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의 칼럼을 통해 20일 세상에 알려진 직후였다. 조심스럽게 근황 얘기를 꺼내자 이 기자는 거듭 “걱정 마시라”고 했다. 단단한 목소리에서 병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 기자는 최근 복막암 진단을 받았다. 내달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에서 수술을 받는다. 복막암은 자각증상이 없어 병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이 기자의 지인들은 그의 병세가 가볍지 않다고 전한다.

이 기자는 “개인 문제가 부각되는 것이 염려된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그에게 찾아온 병마가 단순히 개인의 불운이기만 한 것일까. 이 기자와 MBC 입사 동기인 한 카메라감독은 “총파업과 해직 사태를 겪으며 그간 얼마나 속앓이를 했길래 그런 병에 걸렸나 싶어 많이 속상하다”고 무거운 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일간지 기자도 “쌍용차 해고 사태 이후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잇달아 병에 걸리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지 않았냐”며 “이 기자의 발병을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오른쪽 상단에 이름과 숫자가 적힌 리스트가 있다. 해고된 기자와 PD들의 이름이다. ‘이용마 홍보국장 1661일째’. 이 기자는 2012년 MBC본부가 공정방송 회복과 김재철 당시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170일간 총파업을 벌이던 당시 노조 홍보국장을 지냈다. 그는 총파업으로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과 강지웅 전 사무처장, 박성호 전 기자회장 등과 함께 해고됐다. 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결했지만 MBC는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MBC의 상고로 이 소송은 1년 5개월째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취재현장을 떠난 지 벌써 5년. 하지만 그는 뼛속까지 기자다. 여전히 현업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있다. 한때 신뢰받는 언론으로 첫 손에 꼽히던 MBC 보도가 비판 기능을 상실하고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판할 땐 특히 날카로웠다. “파업 사태 이후 행정직이든 제작부서든 신입을 한번도 뽑지 않았다. 기자직의 경우 성향이 검증된 경력직만 채용하고 있다. 내부에 비정상적인 인력이 너무나 많다. 기존 인력들은 각지의 비제작 부서로 보내버렸다. MBC 경영진이 멋대로 인사권을 휘두르는 상황에선 내부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다. 청와대가 경영진을 압박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기사만을 내보내려 하지 않나. 결국 MBC 정상화 문제는 정치권에서 풀어야 한다.” 병마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도 담대하던 이 기자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어두워졌다.

그의 페이스북은 쾌유를 비는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로 가득하다. “흔들리지 않고 늘 당당하신 모습이 떠오릅니다. 이번에도 당당히 맞서 쾌차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기원합니다” “부디 치료 잘 받아서 언론이 바로서는 모습 보셔야죠. 기도하겠습니다” “MBC가 국민의 품에 안기는 날 그 자리에 반드시 이 박사님이 있어야 합니다” 등의 메시지 한 켠에는 공정방송에 대한 염원도 담겼다.

해직 이후 이 기자는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대안언론인 팟캐스트에서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최근엔 대학에서 정치학을 강의했다. 이 기자는 “치료에 전념하기 위해 추석 연휴가 끝난 뒤 강단에서 내려왔다”고 했다. 통화를 끝낼 때 “괜찮을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다시 단단해진 목소리가 건너왔다. 쾌유를 빌며 힘껏 응원하고 싶어졌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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