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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집 개방…손녀와 놀던 흔적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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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집 개방…손녀와 놀던 흔적 그대로

입력
2018.05.0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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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으로 바꿔 5월부터 매일 개방…박물관 등록 준비

1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 있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집을 시민이 찾고 있다. 노무현재단은 노 전 대통령이 생전 "이 집은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할 집"이라고 한 데 따라 자택을 시민에게 정식 개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1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 있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집을 시민이 찾고 있다. 노무현재단은 노 전 대통령이 생전 "이 집은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할 집"이라고 한 데 따라 자택을 시민에게 정식 개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느리게 살고, 적게 쓰고, 부끄럼 타는 지붕 낮은 집'

퇴임 후 귀향을 결심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야, 기분좋다"며 돌아와 짧은 세월 지냈던 경남 김해 봉하마을 '대통령의 집'이 1일 활짝 문을 열었다.

노무현재단은 이날 오전 11시 첫 시민 방문객을 맞는 것으로 시작으로 앞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집을 개방한다.

2년 전 잠시 특별개방한 적이 있지만 이젠 매주 월·화요일과 설·추석, 매년 노 전 대통령 기일을 제외하면 매일 개방한다.

생전 '이 집은 내가 살다가 언젠가는 국민에게 돌려줘야 할 집'이라고 했던 노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이다.

재단 측은 일반인에 정식 개방하기 1시간 전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사저 개방행사를 마련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돌출된 지하 1층 차고에서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탔던 에쿠스, 대선 때부터 당선인 시절 탔던 체어맨 등이 방문객을 맞는다.

승용차 옆엔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마을에서 손녀를 태우고 화포천 주변을 나들이할 때 탔던 자전거도 그대로 있었다.

정원에 들어서 앞을 내려다보면 집터를 그곳에 정한 이유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멀리 산 쪽으로 노 전 대통령 가족들이 생계에 보탬이 되라고 감나무를 심었던 곳, 부친이 고시 공부하는 막내아들을 위해 몸만 건사할 정도의 작은 토담집 마옥당(摩玉堂)을 지었던 터 등이 있다.

재단 측은 앞으로 마옥당은 복원해볼 계획이다.

1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 있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집이 개방되자 시민들이 찾고 있다. 노무현재단은 노 전 대통령이 생전 "이 집은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할 집"이라고 한 데 따라 자택을 시민에게 정식 개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연합뉴스
1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 있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집이 개방되자 시민들이 찾고 있다. 노무현재단은 노 전 대통령이 생전 "이 집은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할 집"이라고 한 데 따라 자택을 시민에게 정식 개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연합뉴스

사저는 크게 노 전 대통령 부부가 사용하던 곳(100평)과 경호원과 보좌진들이 머물던 곳(80평)으로 나뉜다.

정원과 뒤뜰, 집 뒤와 옆엔 키 큰 소나무와 단풍나무, 대나무를 비롯해 꽃나무들이 곳곳에 있어 편안한 느낌을 준다.

원래 지붕엔 기와를 올리려 했지만 노 전 대통령이 산에서 들판 쪽으로 내려다보아 거스름이 없고 주위와 잘 어울려야 한다고 해 '지붕 낮은 집'으로 바뀌었다.

안채 안쪽 주방 식탁엔 노 전 대통령 내외가 창밖으로 봉화산을 바라보며 나란히 앉아 식사하던 그 모양대로 목기와 수저가 가지런하게 놓여 있었다.

거실 벽면에는 고 신영복 선생이 쓴 '우공이산(愚公移山)' 액자와 원불교 종법사가 그린 달마도가 걸려 있었다. 액자 옆 벽엔 노 전 대통령 손자·손녀들의 낙서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창틀엔 손녀가 쓴 '할머니 사랑해요'란 글이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은 서재에서 업무를 보던 중 봉하마을을 방문한 시민들이 "대통령님 나와주세요"라고 소리치면 대문을 나서 시민들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많을 땐 하루 13차례 불려 나갈 때도 있었다고 재단 관계자는 귀띔했다.

책장에는 919권의 책이 서거하기 직전까지 꽂혀있던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서재 옆 벽에는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취임 선서 액자가 걸려 있고 옷걸이에는 시민들과 만날 때 사용했던 밀짚모자가 걸려 있었다.

비서실과 경호대기실은 서재 겸 회의실과 붙어 있었다.

애초 경호요원들은 집 밖에 거처를 마련하려고 했지만, 대통령이 '한 식군데 그럴 필요 있느냐'고 하는 바람에 한 건물처럼 연결된 공간에서 '불편하게' 대기하게 됐다고 한다.

언론인 개방행사를 마친 직후 11시가 되자 정식 개방 첫 방문객이 된 시민 25명이 대통령의 집에 들어섰다.

신기한 듯 조심스럽게 정원과 서재, 안채, 사랑채 등을 둘러본 방문객들은 가끔 질문을 던지면서도 한편으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장 접수로 사저를 구경한 한 방문객은 "몇 번 묘역을 찾아온 적은 있지만, 사저 안엔 처음이다"라며 "너무 영광스럽기도 하고 이런 기회를 갖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왔다는 70대 방문객은 "조금만 더 기다렸으면 이런 좋은 날도 볼 수 있었을 텐데…"라며 최근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노 전 대통령과 함께 떠올린 듯 아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집은 지상 1층·지하 1층 규모로 생태건축의 대가인 고 정기용 건축가가 흙, 나무 등 자연재료를 사용해 설계했다.

노무현재단은 애초 지난 1월부터 일반에 공개하려고 했다가 주택을 전시관으로 바꾸고 장애인 편의시설, 통로 확장 등 공사에다 행정처리에 시간이 걸려 추도식이 열리는 5월 초로 연기했다.

재단 측은 대통령의 집을 박물관으로 등록하기 위한 준비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등록문화재로 관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집은 홈페이지(http://presidenthouse.knowhow.or.kr) 사전 예약과 현장 접수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회당 관람 인원은 25명(온라인 예약 15명, 현장 접수 10명)으로 약 45분간 전문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각 공간을 둘러보게 된다.

평일(수·목·금) 하루 5차례(오전 10시·11시, 오후 1시 30분·2시 30분·3시 30분), 주말(토·일)은 오후 4시 30분이 추가돼 하루 6차례 관람할 수 있다.

현재 오는 4일까지 접수가 벌써 마감됐고 어린이날은 현장 신청만 받기로 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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