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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쏠림 휴가는 그만... 언제든 떠날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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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쏠림 휴가는 그만... 언제든 떠날 수 있어야

입력
2017.01.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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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선 휴가 시기와 여행지의 분산이 절실하다. 강원 정선레이바이크를 즐기는 여행객들. 최흥수 기자
국내 여행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선 휴가 시기와 여행지의 분산이 절실하다. 강원 정선레이바이크를 즐기는 여행객들. 최흥수 기자

직장인 평균 연차 7일 사용

여름에 집중 ‘조폭적 휴가’ 오명

방학 분산ㆍ대체공휴일 확대로

장거리 여행과 숙박관광 장려를

정부는 국내여행을 활성화하자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지만 정작 여행을 가본 이들은 숙소 예약도 어렵고 길은 막히기 일쑤라 정부의 지원 정책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미 관광지가 여행객으로 북적거리고 있는데 뭐가 더 필요하냐는 것.

하지만 이는 쏠림에 대한 착시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내가 여행갈 때마다 붐빈다고 항상 관광객이 몰리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관광의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가 분산이다. 관광객들이 휴가철 같은 특정 시기에 특정 지역으로만 몰리기 때문이다. 많은 관광지 업체들은 비수기나 주중엔 파리만 날리는 상황이다 보니 시설 개선이 힘들고 가격도 낮출 수 없다. 특정 기간에만 손님이 몰리니 정규직 보다는 계약직 고용 비중이 높아져 서비스 질을 높이기도 어렵다. 결국 이런 것들이 되풀이되며 지역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관광에서 분산이 절실한 이유다.

김성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경영기획본부장은 “이제까지 우리의 관광정책 80~90%는 관광지 개발이나 시설 개선 등 공급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젠 수요를 늘리는 정책으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며 “1,000억원을 투입해 공급을 늘리는 것보다 국민들을 하루 더 여행하게 하는 게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조폭적 휴가문화 개선 절실

우리나라 직장인의 휴가는 너무 짧은데다 그 시기가 여름에 집중됐다. OECD에서 2번째로 노동시간이 긴 한국의 직장인들은 법에서 정한 연차 휴가도 다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인 익스피디아 등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직장인들은 평균 15일 정도인 전체 연차휴가 가능한 날 중 실제 사용일수는 7~8일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관광 전문가들은 관광수요 활성화는 물론이고 국민의 행복 증진을 위해서라도 과감한 휴가정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상태 문화관광연 관광연구본부장은 “우리의 휴가는 부득이하게 7월말 8월초의 단기간에만 집중돼 ‘조폭적 휴가문화’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함께 일본도 연차휴가가 유독 짧다. 일본은 국내 관광의 잠재적 수요를 높여 경제성장을 견인한다는 전략 하에 휴가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주요 휴가정책으론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추진되고 있는 ‘포지티프 오프(Positive Off)’, 가을 휴가 방학 권장과 ‘가족의 시간 만들기’ 등 가족여행 촉진책, 공휴일 제도를 변경해 주말을 포함한 3일 연휴가 되도록 하는 ‘해피 먼데이’ 정책 등이 있다.

일본 관광청의 히라바야시 다케시 관광지역진흥과 과장보는 “일 정부는 2016년 3월 관광비전을 발표할 때 2020년까지 유급휴가 사용률을 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휴가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노동과 관련된 법과 문화를 바꾸려 한다. 눈치 안 보고 휴가를 쉽게 갈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 야근 줄이기, 효율적인 업무시간 활용 등 노동환경 개선 등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봄ㆍ가을 이어 겨울에도 여행주간

‘우리의 겨울은 뜨겁다’란 슬로건을 건 겨울 여행주간이 14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겨울여행 활성화와 평창동계올림픽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여행주간은 비수기의 여행 수요를 늘리기 위해 시작한 사업으로 그 동안 봄과 가을에만 해오다 올해 처음으로 겨울에도 실시되는 것이다.

지난해 국민여행 실태조사 결과 국내관광 이동 총량은 1,2월이 가장 낮아 두 달을 합쳐도 전체 이동총량의 8%에 불과하다. 또 최근 젊은이들의 레저문화 변화로 스키장 이용객수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여행주간은 휴가시기 및 휴가지 분산, 가족여행 확대를 통한 삶의 질 향상과 내수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즉 7,8월에 집중(약 30%)된 국내 관광을 분산시키고, 새로운 국내관광 수요를 창출해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게 주요 이유다. 여행주간은 2014년 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여행 참가자와 이동총량 등이 꾸준히 증가해왔다.

김태훈 문체부 관광정책관은 “지난 봄 가을 여행주간을 통해 국내 여행객이 늘어 20% 이상의 소비증대 효과가 파악됐다”며 “이번 겨울 여행주간에서도 20~30% 소비가 진작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체공휴일 확대ㆍ방학분산제 고려를

휴가가 한여름에만 집중되는 가장 큰 요인은 자녀들의 방학 때문이다. 봄과 가을에도 단기 방학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학업의 효율을 위해서도 긴 학기의 중간에 1,2주일 휴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학생들의 방학분산은 어른들의 휴가 분산, 휴가 확대의 선행 여건이 될 수 있으며 분위기 변화의 촉매 역할도 가능하다.

방학분산과 함께 고려할 만한 게 대체공휴일의 확대나 요일 지정 공휴일 제도다. 지난해 6월 기획재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공휴일 제도의 합리적 개선을 통한 내수경기 활성화 방침을 주요 안건에 포함시킨 적이 있다. 2013년 11월 일부 대체공휴일제도가 도입됐는데 또 다른 공휴일 체계에 대한 개정을 진행해보자는 것. 대체공휴일제도란 공휴일이 토ㆍ일요일 혹은 기타 공휴일과 중복될 때 다음날 비공휴일을 공휴일로 대체해 지정하는 제도로 현재는 어린이날과 설ㆍ추석 연휴만 적용하고 있다.

대체공휴일이나 요일지정 공휴일 제도를 시행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토ㆍ일ㆍ월요일 등 3일 이상의 연휴가 보장돼 장거리 여행 및 숙박관광이 가능해져 관광수요와 지출액이 증가하게 된다. 명절연휴 대체공휴일 적용 이후 연휴가 보장돼 귀성수요가 증가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인근의 관광지를 둘러보는 D자형 이동이 늘고 있는 게 그 사례다. ‘공휴일 정책은 부작용이 없는 최적의 경기부양책’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성원 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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