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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손쓸 수 없는 도핑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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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손쓸 수 없는 도핑 실태

입력
2018.02.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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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이미지 뱅크
게티 이미지 뱅크

정부 차원의 조직적 도핑이 적발된 러시아가 사상 처음으로 평창동계올림픽에 개인자격 선수(OAR)를 파견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등 스포츠계에 도핑이 속수무책으로 확산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스포츠계에 만연한 금지약물’이라는 기사를 통해 만연한 스포츠계의 도핑 실태를 고발했다.

도핑의 종목도 도핑 적발 건수도 확산 일로다. 2015년 세계반도핑기구(WADA)에 따르면, 85개 종목 122개 국가에서 도핑 위반 2,000건이 적발됐다. 이전엔 도핑 적발이 거의 없었던 농구, 축구, 야구, 크리켓 등의 종목에서도 도핑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심지어는 ‘동물’ 에 대한 도핑까지 적발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알래스카주에서 열린 장거리 개썰매 경기에 출전한 개 4마리가 오이오피드 진통제에 대해 양성 반응을 보였다.

도핑 수법 또한 정교하고 은밀해지고 있다. 음지에선 도핑 테스트에 걸리지 않은 약물을 제조하는 ‘도핑 디자이너’ 는 성업 중이다. 이들은 예전처럼 단순히 선수들에게 금지약물을 복용시키는 것이 아니라 투약량과 시간을 교묘히 조절해 도핑 테스트 전에 몸에서 배출되게 한다. 예컨대 러시아에서 제조된 스테로이드가 혼합된 ‘더치스 칵테일’이라는 약물은 삼키지 않고 입에만 머금고 있어도 몸에 흡수된다. 이는 혈액이나 소변을 통해 빨리 배출된다.

도핑 수법은 발전하지만 규제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치료 목적’ 이라며 금지된 약물을 투여 받는 선수들도 흔하다. 코티코 스테로이드를 주사하기 위해 심한 천식 증상이 있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반 도핑 연구자인 돈 캐를린은 “도핑 테스트로는 실제 복용자의 10분의 1도 잡아낼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2011년 WADA가 발표한 익명의 설문조사에서 선수들의 30%는 불법 약물 사용을 인정했지만 실제 도핑 테스트에 걸린 선수들은 0.5%에 불과하다. 적발될 가능성은 낮지만, 도핑으로 얻을 수 있는 성과가 커 오히려 도핑을 하지 않는 선수가 ‘바보’ 가 되는 역설적인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WADA 등 도핑방지기구의 열악한 재정상황도 도핑 적발을 어렵게 하고 있다. 주요 스포츠리그의 총수입은 연간 500억달러를 넘지만, 2016년 WADA 예산은 2,800만달러에 불과했다. WADA의 독립성도 위협받고 있다. 이 기구의 예산은 각국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절반씩 부담하는데, 예산을 지원하는 각국 정부 중 도핑 의혹이 있는 나라는 국가적인 위신을 실추시키지 않기 위해, WADA에게 규제 문턱을 낮출 것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도핑 의혹을 적발하기 위해서는 내부자의 고발이 결정적인데, 이들의 신변이 위협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러시아 반도핑기구에서 일했던 연구원 2명은 의문의 죽음을 당하기도 했고, 2명은 행방을 감췄다. 2012년 런던올림픽 직전 자메이카의 허술한 반도핑 실태를 폭로했던 여성은 ‘배신자’로 불리며 거처를 옮겨야 했다.

WADA의 전 위원장인 딕 파운드는 “스포츠계에서 도핑 문제는 비판받지 않는다”며 “ 도핑이 외면당하거나, 용인되거나 심지어 격려되고 있다는 점은 불편한 진실”이라고 꼬집었다.

유지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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