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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달고 우승한 첫 마라토너 서윤복 눈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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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달고 우승한 첫 마라토너 서윤복 눈감다

입력
2017.06.2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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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보스턴마라톤 출전

정부수립 이전 세계에 한국 알려

육상 원로 서윤복이 27일 별세했다. 향년 94세. 27일 대한육상연맹에 따르면 서윤복은 이날 오전 4시 40분께 세상을 떠났다. 1923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24세이던 1947년 4월 19일 보스턴 국제마라톤 대회에서 2시간 25분 39초의 당시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다. 사진은 보스턴마라톤 우승 순간. 연합뉴스
육상 원로 서윤복이 27일 별세했다. 향년 94세. 27일 대한육상연맹에 따르면 서윤복은 이날 오전 4시 40분께 세상을 떠났다. 1923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24세이던 1947년 4월 19일 보스턴 국제마라톤 대회에서 2시간 25분 39초의 당시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다. 사진은 보스턴마라톤 우승 순간. 연합뉴스

‘작은 거인’ 서윤복이 타계했다. 향년 94세.

대한체육회와 대한육상경기연맹에 따르면 서윤복은 27일 오전 4시 40분경 서울 광진구자양로 혜민병원에서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1923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스물넷이던 1947년 4월 19일 보스턴 국제마라톤 대회에서 2시간25분39초의 세계최고기록으로 정상에 올랐다. 태극기를 달고 우승한 최초의 마라토너였고, 세계 4대 마라톤 중 하나인 보스턴 마라톤 사상 첫 동양인의 우승이었다.

광복 후였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 전이었다. 해방은 됐지만 독립은 안 된 나라의 청년 서윤복의 우승은 한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운 시대적 쾌거였다. 당시 마라톤대표팀 감독은 일제식민지 시절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고 손기정이었다.

보스턴 마라톤 우승 후 월계관을 쓴 서윤복의 모습. 대한체육회 제공
보스턴 마라톤 우승 후 월계관을 쓴 서윤복의 모습. 대한체육회 제공

서윤복은 손기정의 올림픽 제패를 보며 마라토너의 꿈을 키웠고 운명적으로 사제의 연을 맺었다. 보스턴 마라톤 출전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갈 때 그는 미군 군용기를 얻어 탔다. 돌아올 때 여비도 없었다. ‘나는 뛰다가 쓰러질지언정 결코 기권하지 않겠다’고 배수의 진을 친 끝에 가장 먼저 결승선을 밟은 서윤복은 우승 확정 후 손기정과 얼싸안고 펑펑 울었다. 손기정은 자서전 ‘나의 조국 나의 마라톤’에서 ‘나는 서군이 부럽다. 태극기를 달고 뛸 수 있는 그는 얼마나 자랑스러운 존재인가’라고 감격을 전했다. 보스턴 마라톤을 제패하고 귀국한 서윤복에게 백범 김구 선생은 ‘족패천하’(足覇天下 : 발로 천하를 제패하다)라는 휘호를 써줬다.

서윤복은 은퇴 후 모교인 숭문고등학교에서 송길윤과 송상섭, 이상철 등의 국제적 건각을 길러냈다. 1957년 보스턴 마라톤과 1958년 도쿄아시안게임을 비롯해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사령탑을 지냈다. 고인의 제자인 이상철은 “서윤복 선생님은 선수들에게 약점을 잡히지 않는 분이었다. 모든 일에 심사 숙고하는 그를 선수들은 절로 따랐다. 리더십의 본보기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체육 행정가로서도 큰 업적을 남겼다. 1961년 서울운동장장(長)에 임명돼 한국스포츠 시설 현대화와 국제화를 이끌었다. 대한육상경기연맹 전무이사와 부회장, 고문 그리고 대한체육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2013년에 대한체육회선정 ‘스포츠 영웅’에 선정됐다.

고인은 수기 ‘나의 마라톤’에서 ‘마라톤은 인간한계의 도전이며 자기와의 외롭고 고독한 싸움이다‘고 했다. 그는 마라톤처럼 치열하게 달려온 삶을 마감하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장례는 대한체육회장으로 거행된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2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29일 오전 9시다. 유족으로는 부인 용영자씨와 사이에 1남 2녀가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1947년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당시 세계최고기록을 세우고 우승한 서윤복이 27일 별세했다. 대한체육회 제공
1947년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당시 세계최고기록을 세우고 우승한 서윤복이 27일 별세했다. 대한체육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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