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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등 4국, 레바논 자국민에 ‘긴급 철수’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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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등 4국, 레바논 자국민에 ‘긴급 철수’ 권고

입력
2017.11.10 18:2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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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노동자들이 9일 수도 베이루트의 해변 거리에 지난 4일 사임한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의 사진 옆에 아랍어로 “우리는 모두 사드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고 있다. 베이루트=AP 연합뉴스
레바논 노동자들이 9일 수도 베이루트의 해변 거리에 지난 4일 사임한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의 사진 옆에 아랍어로 “우리는 모두 사드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고 있다. 베이루트=A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대(對)레바논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압박의 일환으로 레바논 내 자국민에게 긴급 철수를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도 줄이어 자국민 철수령을 발표함에 따라 레바논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 외교부는 9일(현지시간) “현재 레바논의 상황에 비춰 볼 때 레바논에 거주 중이거나 방문한 시민들은 가능한 한 빨리 그곳을 떠나길 요청한다”고 발표했다. 외교 공관 인력의 철수까지 명령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우디에 이어 아랍권 동맹국인 UAE, 바레인도 즉각 같은 권고를 보냈다. 쿠웨이트의 경우 다음날 오전 자국민을 대피시키기 위해 330인승 여객기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파견한다는 성명까지 내놓았다.

사우디 주도의 동반 철수령은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가 시아파인 이란과의 대치 수위를 높여가던 도중에 나왔다. 레바논은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근거지이면서도 수니파 세력이 정치 권력을 균점하고 있어 사우디ㆍ이란 간 대리 각축장으로 변모한 곳이다. 특히 4일 레바논 수니파의 대표 격인 사드 하리리 총리가 사우디 방문 도중 돌연 이란의 내정 간섭과 자신에 대한 암살 위협을 비판하며 사임하면서 이번 갈등을 촉발했다. 같은날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이 사우디 수도 리야드 인근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사건은 여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바통을 이어 받은 사우디의 타메르 알사반 걸프담당장관은 6일 “헤즈볼라의 적대 행위로 말미암아 레바논 정부가 사우디에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취급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강경 레토릭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군사적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아, 사우디 측이 레바논을 극도의 궁지로 몰아넣어 양자택일의 상황을 만드는 형세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와 동맹국은 지난 6월 카타르에도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지원 혐의를 물어 단교를 강행했다”며 “레바논에 같은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알사반 장관도 철수령 발표 전 “레바논 국민은 평화와 헤즈볼라의 통치 중에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레바논이 이같은 압박 끝에 무력 분쟁에 가까운 내부 분열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는다. 의회 등에서 비교적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지금과 달리 하리리 총리가 이끄는 정당 미래 운동(FM)과 헤즈볼라로 또다시 갈라져 무력 충돌로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다만 레바논 정부는 하리리 총리의 사임 발표를 사우디의 강압에 따른 것이며 그가 억류돼 있다고 보고, 사우디 국민에게도 귀국을 독려하고 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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