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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정이 금정이로 바꿀 걸” “영미는 개명 안 해요”

입력
2018.02.26 04:4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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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최고의 스타 의성 시스터즈

빙판 위 드라마에 온 국민 감동

여고시절 담임 선생님 기억에

“은정이 야무진 모습 똑같더라”

“선영이 공부했어도 성공했을 걸”

여자 컬링 대표팀 스킵 김은정이 25일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결승에서 스웨덴에 패한 뒤 눈시울이 붉힌 채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강릉=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여자 컬링 대표팀 스킵 김은정이 25일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결승에서 스웨덴에 패한 뒤 눈시울이 붉힌 채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강릉=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시골의 여고(의성여고)를 같이 다닌 4명이 방과 후 활동으로 시작한 컬링으로 한국 최초의 올림픽 메달을 땄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무대에서 ‘야무진 은정, 침착한 영미, 밝고 활발한 경애, 똑똑한 선영이’가 만들어낸 동화 같은 이야기다.

꿈같았던 열 하루였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이 시작한 지난 15일부터 결승전이 벌어진 25일까지. ‘의성의 딸들’이 빙판 위에 쓴 드라마에 온 국민이 울고 웃었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스킵 김은정(28), 리드 김영미(27), 세컨드 김선영(24), 서드 김경애(23) 그리고 후보 김초희(20)로 구성됐다. 이 중 2015년 경기도에서 합류한 ‘막내’ 김초희를 뺀 4명이 같은 의성여고 출신이다.

세계랭킹 8위 한국은 이번 대회 예선에서 세계 1~5위 팀을 모조리 격파한 뒤 지난 23일 숙명의 한일전에서는 연장 엔드 끝에 짜릿한 승리를 거머쥐었다. 25일 결승에서 강호 스웨덴에 아쉽게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남녀 컬링 통틀어 올림픽 첫 메달이다.

은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이 시상식에서 두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은정,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초희. 강릉=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은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이 시상식에서 두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은정,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초희. 강릉=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의성여고 출신 4명은 각기 다른 개성을 지녔지만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덕에 ‘평창의 기적’을 만들었다. 스킵 김은정은 학창시절부터 야무지고 똑똑했다. 김은정의 고3 담임이었던 이향영 교사는 “매사 성실했고 일을 맡기면 빈틈없이 해냈다”며 “똑 부러지는 얼굴로 경기하는 모습이 고등학교 때와 똑같더라”고 했다.

김은정은 이날 경기 뒤 “제 이름이 ‘김은정’이라 그런지 결승에서 진 적이 많아 ‘김금정’으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큰 대회에서 은메달만 따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오늘 지니…”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는 “스웨덴은 완벽했다.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갈만한 팀이다”며 결승 상대를 예우했다.

지난 23일 한일전에서 극적으로 승리한 뒤 김은정이 눈물을 흘리며 관중에게 손키스를 날리고 있다. 강릉=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지난 23일 한일전에서 극적으로 승리한 뒤 김은정이 눈물을 흘리며 관중에게 손키스를 날리고 있다. 강릉=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손짓과 표정, 몸짓 하나하나까지 화제를 모으고 있는 그는 평창이 낳은 최고 스타다. ‘빙판의 돌부처’ ‘안경선배’라고 불리던 김은정은 지난 23일 일본과 준결승에서 마지막 삿을 성공해 승리를 이끈 뒤 안경을 벗고 펑펑 울었다. 그리고는 손키스를 날려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은정이 승리할 때마다 관중석을 향해 하는 거수경례 세리머니도 큰 관심을 모았다. 누구를 향해 하는 건지 궁금해 하자 그는 “관중 한 분이 거수경례를 하길래 따라 한 것”이라며 “예전부터 TV를 보며 연습해서 잘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이날 시상식 후 몇몇 유명 매니지먼트 관계자들이 김은정에게 명함을 건네기 위해 서성대는 모습도 보였다.

김경애(왼쪽)와 김영미 자매. 강릉=연합뉴스
김경애(왼쪽)와 김영미 자매. 강릉=연합뉴스

김영미는 김은정과는 또 다른 스타일이다. 김영미 고3 담임이었던 이장춘 교사는 “차분하고 책임감이 강하고 무던했다”고 기억했다. 리드에 잘 맞는 성격이다. 리드는 1,2번 주자로 나서 스톤의 특성을 파악해야 하고 바둑의 첫 돌처럼 포석을 까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지만 스킵처럼 도드라지지는 않는다. 믹스더블 대표팀 감독인 장반석 MBC 해설위원은 “어느 팀이나 리드는 언젠가 스킵을 하고 싶은 욕심을 낸다. 하지만 영미는 ‘난 평생 리드’라는 말을 달고 산다”고 전했다. 김영미는 유명해진 이름에 대해 “할아버지께서 직접 지어주셨는데 솔직히 옛날 이름 같아 개명할 생각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이 응원해주시니 자랑스럽게 여기겠다”고 답해 큰 웃음을 안겼다.

’팀 킴’ 선수들이 의성여고 소속으로 출전한 전국체전에서 입상할 때 마다 의성여고장이 경북도지사에게 받은 감사장. 의성여고 제공
’팀 킴’ 선수들이 의성여고 소속으로 출전한 전국체전에서 입상할 때 마다 의성여고장이 경북도지사에게 받은 감사장. 의성여고 제공

김영미 동생 김경애는 언니와 정반대다. 고1 담임이었던 박상배 교사는 “경애는 아주 적극적이고 활달했다”고 했다. 그가 남자 못지 않게 파워 넘치는 샷을 구사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김선영의 고3 담임이기도 했던 박 교사는 “선영이는 똑똑해서 공부도 곧잘 했다. 운동 말고 공부를 했어도 성공했을 것”이라고 기억했다. 김선영은 일본과 준결승에서 매 엔드 깜짝 놀랄 정도의 정교한 샷을 뽐낸 결승 진출의 숨은 공신이다.

은메달을 들어 보이며 활짝 웃는 여자대표팀. 왼쪽부터 김초희, 김영미, 김선영, 김경애, 김은정. 강릉=연합뉴스
은메달을 들어 보이며 활짝 웃는 여자대표팀. 왼쪽부터 김초희, 김영미, 김선영, 김경애, 김은정. 강릉=연합뉴스

‘의성의 딸들’ 도전은 계속된다. 김은정은 “이번에 딴 은메달은 아쉬울 수도 있고 다른 한편 엄청난 결과일 수도 있다. 우리가 앞으로도 함께 할 거라 믿는다.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끝까지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강릉=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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