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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제주올레, 규슈올레

입력
2017.02.2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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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출세작 ‘순례자’는 길 위의 사색을 담은 소설이다. 코엘료 자신이라고 볼 수 있는 소설의 주인공이 걸었던 길은 스페인ㆍ프랑스 국경 생장피드포르에서 스페인 중부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까지 이르는 약 800㎞다. 예수의 제자 야고보의 무덤을 찾아가는 중세 이래의 이 순례 코스에 여행객들이 몰려든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한해 수천 명에 불과하던 도보여행자들이 수십만 명으로 늘어난 것은 1987년 나온 코엘료 소설과 그 몇 년 뒤 이 길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뒤라고 한다.

▦ 국내에 도보여행과 둘레길 조성 바람을 불러 일으킨 제주올레는 언론인 출신 서명숙씨가 이 ‘순례자의 길’에 착안해 만든 것이다. 2007년 첫 코스를 정한 뒤 차례차례 새 길을 열어 모두 26개 코스 425.3㎞에 이른다. 무한경쟁, 속도제일 등 성과주의 풍조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의 느림, 사색에 대한 희구와 맞아 떨어져 개장 첫 해 3,000명이던 방문객이 지금은 한 해 백 수십 만 명을 헤아린다.

▦ 제주올레의 가치는 관광객 유치에 그치지 않는다. 일본 남부 규슈 지역은 ‘올레’ 명칭을 그대로 빌려 5년 전 규슈올레를 만들었다. 이 코스는 최근 가고시마현 이즈미 코스와 후쿠오카현 미야마ㆍ기요미즈야마 코스 개장으로 모두 19개가 되었다. 지난해 3월까지 누적 방문객은 22만여 명. 규슈만이 아니다. 나고야 등 중부와 미야기 등 동북지역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어 향후 일본 전역에 올레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6월에는 몽골에서도 올레길이 열린다. 수도 울란바토르 외곽에서 시작해 오름, 게르, 숲 등을 거쳐 마을로 이어지는 이 코스에서 자연과 문화를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 일본 규슈관광추진기구에서 일하며 규슈올레 도입에 중심 역할을 한 이유미씨는 “규슈올레를 걸은 일본인들은 제주올레를 걷고 싶다고 말한다”며 “길 위에서 만나고 교류하고 소통하는 것이 정치와 국익을 떠나 풀뿌리 교류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순례자’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어떤 목표를 향해 움직일 때, 길에 집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목표에 도달하는 최선의 방법을 가르쳐주는 건 언제나 길이기 때문이죠. 길은 언제나 우리가 걸은 만큼 우리를 풍성하게 해줍니다.” 봄이 다가오고 있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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